보스턴 다이내믹스가 개발한 사족보행로봇 ‘스팟’처럼, 미국 육군이 1980년대에 개발한 다족보행 로봇이 소개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더드라이브, 기가진 등 외신은 미국 육군이 1980년대부터 오하이오 주립 대학 등과 협력해 6개의 다리로 걷는 거대 로봇을 개발 중이었다고 보도했다. 미국 육군이 수십년 전에 다족보행 로봇을 개발한 이유는 토지 중 절반 이상이 트럭 등 바퀴를 가진 차량이나 전차 등이 통행하기 어려운 지형이었기 때문이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1명의 운전자가 조종하는 6개 다리 로봇 ‘어댑티브 서스펜션 비히클’(Adaptive Suspension Vehicle, 이하ASV)을 개발한 것.
ASV 프로젝트는 미국 국방성 산하 방위 고등 연구 계획국(DARPA)에 자금 지원을 받아 1981년부터 오하이오 주립 대학에서 시작됐다. 프로젝트를 이끈 중심 인물은 오하이오 주립 대학의 로버트 맥그히 교수와 케니스 월드런 교수며, 약 9년 간 연간 수백만 달러의 자금이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1986년 연구팀은 17대의 컴퓨터로 제어되는 6족보행 거대 로봇을 개발하고 실제로 걷는데 성공했다.
이 로봇은 1명의 운전자가 전방의 운전석에 타고 조종하는 구조로 돼 있다. 다리 상단에 있는 직사각형 상자는 인텔의 컴퓨터다. 각각의 다리를 1대의 컴퓨터가 제어하며, 나머지 11대의 컴퓨터가 조종석의 화면을 제어하거나 다리의 압력 센서와 조종석 상단에 장착된 거리 계측기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로봇에는 파스칼로 작성된 15만줄의 소스 코드로 구성된 OS가 탑재됐다.
이 로봇의 길이는 약 5.2m, 너비는 약 2.4m, 높이는 약 3m다. 로봇의 중심에는 900cc 모터 사이클 엔진이 탑재돼 있으며 최대 출력은 91마력이다. 이 엔진의 동력은 샤프트를 통해 18대의 가변 용량 펌프에 보내져 한 번에 3개의 다리를 움직이게 했다. 최고 속도는 시속 12.8km, 순항 속도는 시속 6.4km 정도였다.
조종석에 오른 운전자가 키패드와 조이스틱으로 가고자 하는 방향을 지시하면 복잡한 조작없이 로봇이 움직였으며, 연구팀은 최종 자율 보행 로봇 개발을 목표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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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로봇은 순항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한계가 있었다. 또 본체 무게가 약 2700kg인 반면, 적재 가능한 무게가 겨우 220kg 밖에 되지 않아 실용성 면에서 제약이 따랐다. 약 2.1m 높이의 수직 장애물을 극복할 수 있었고, 폭 약 7m의 도랑을 가로지를 수 있었지만 육군은 점차 관심을 잃어 1990년에 해당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이 6족보행 로봇이 현재 어디에 저장돼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며, 현존한다면 오하이오 주립 대학 어딘가에 저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외신은 추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