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비싼 '꿈의 배터리' 전고체전지 대량생산 길 열렸다

전기연구원, 고체 전해질 제조비용 90% 절감 기술 개발

디지털경제입력 :2020/09/08 12:03    수정: 2020/09/08 15:52

전기차 분야 차세대 전지로 손꼽히는 전고체전지에 쓰이는 고체전해질을 과거에 비해 90% 이상 절감한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대량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전고체전지는 양극(+)과 음극(-) 사이에서 이온을 전달하는 전해액을 고체로 대체한 배터리를 말한다. 화재 위험이 없고, 온도 변화나 외부 충격을 막기 위한 분리막이 필요없다는 게 최대 강점이다. 다만, 매우 비싸다는 게 단점이다.

연구팀은 이번 성과가 전고체전지의 대형화와 대량생산이 필요한 전기자동차·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에서 활용될 것으로 내다보고 기술사업화를 추진 중이다. 수요 업체를 발굴해 '꿈의 배터리' 전고체전지의 상용화를 주도한다는 목표다.

KERI 연구팀. 왼쪽부터 차세대전지연구센터 박준우 선임연구원, 김민주 연구원,이상민 센터장. 사진=전기연구원

한국전기연구원(KERI, 원장 최규하)은 차세대전지연구센터 박준우 박사팀이 최근 3년간 자체 정부출연금사업을 통해 '특수 습식합성법'과 '최적 함침 기술' 등을 개발했다고 8일 밝혔다. 고체 전해질을 현재 가격 대비 10분의 1 수준의 비용으로 제조할 수 있는 기술과, 전고체전지의 대량생산을 가능케 하는 기술이다.

KERI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고체전해질 합성법은 낮은 순도의 저렴한 원료(출발물질)로도 성능이 뛰어난 고체 전해질을 대량생산할 수 있는 특수 습식합성법 기술이다.

고체 전해질을 제조하는 방법은 고에너지 볼밀링 공정을 통한 '건식합성법'과 화학반응을 활용하는 '습식합성법'이 있다. 이 중, 습식합성법은 복잡한 공정 없이 고체 전해질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어 많이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결과물의 이온 전도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게 단점이었다.

가연성 액체 전해질(전해액)을 사용하는 리튬전지와 고체 전해질을 사용하는 전고체전지를 비교한 그래픽. 자료=전기연구원

연구팀은 최적의 합성을 가능하게 하는 첨가제를 통해 간단한 공정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한 습식만의 장점과, 높은 이온 전도도를 가진 고체 전해질을 만들 수 있는 건식만의 장점을 모두 확보할 수 있는 제조 공정을 실현했다.

이전까지 고체 전해질 합성법은 건식과 습식에 상관없이 모두 비싼 고순도의 원료를 활용해야만 했다. KERI가 개발한 특수 습식합성법을 활용하면 고순도 원료 대비 10분의 1 수준 가격인 저순도 원료로도 높은 이온 전도도를 가진 좋은 성능의 고체 전해질을 대량으로 생산 가능하다.

고체전해질 최적 함침 기술은 전고체전지용 양극의 대면적 생산과 생산비용 절감을 가능하게 한다. 연구팀은 고체 전해질을 양극에 균일하게 분산하는 기술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낮은 비율의 고체 전해질만으로도 활물질을 많이 포함해 높은 에너지밀도를 가진 전고체전지용 양극을 제조할 수 있게 됐다.

자료=전기연구원

이 기술의 최대 장점은 액체 전해질 기반 리튬이온전지 양극을 제작하던 생산라인을 거의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리튬이온전지 제조사들도 함침을 하는 공정파트의 설비 일부만 구축하면 쉽게 전고체전지를 대량생산할 수 있다. 관련 연구결과는 과학전문지 '네이처'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최근 게재됐다.

관련기사

박준우 박사는 "KERI 특수 습식합성법은 비싼 원료와 복잡한 고에너지 공정방식이 없어도 높은 수득률로 고체 전해질을 제조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제조 기술"이라며 "함침 기술은 기업에서 비싼 비용을 들일 필요없이 기존 생산라인을 활용해 쉽고 간단하게 전고체전지를 대량생산할 수 있는 최적의 공정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연구 책임자인 이상민 센터장은 "전고체전지의 가장 핵심이 되는 저가형 고체 전해질 소재에 대한 합성법이 개발돼 그 실현 시기를 앞당길 수 있게 됐다"며 "산업통상자원부 리튬기반 차세대 이차전지 성능 고도화·제조 기술 개발 사업의 성공 수행에도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