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미더웹툰2] 20대 딸 젊음 시기한 엄마의 욕망 '작은 성: 시들지 않는 꽃'

마윤 작가 "작품에 분노하고, 재미있게 읽는 독자 반응이 원동력”

인터넷입력 :2020/09/06 10:16    수정: 2020/09/06 16:34

대중문화는 현재를 사는 우리들의 이야기다.

그 중에서도 웹툰은 요즘 사람들에게 익숙한 디지털 디바이스인 스마트폰을 통해 주로 전달되면서도, 드라마나 예능 등 쉴 틈 없이 연속적으로 진행되는 콘텐츠와 다르다. 감상할 때 차분히 생각을 정리하거나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여백의 미학을 갖고 있다. 이런 공감과 반추의 매력 때문에, 정서적 위안과 위로를 원하는 이들이 웹툰을 많이 찾고 있다.

이에 지디넷코리아는 레진엔터테인먼트의 레진과 함께 지친 일상을 잠시 잊을 수 있는 다양한 웹툰 속 이야기를 전한 쇼미더웹툰 시즌1에 이어, 쇼미더웹툰 작가에게 직접 듣는 시즌2를 마련했다.

스물여덟 번째 인터뷰는 속수무책인 세월 앞에서 급기야 20대 딸의 젊음을 시기하게 된 한 여자의 뒤틀린 욕망과 심리를 섬세하게 그린 스릴러 웹툰 '작은 성 : 시들지 않는 꽃'의 마윤 작가다. 한 여인의 젊음에 대한 욕망이 불러올 파멸의 과정을 섬세한 심리묘사로 전하는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참고기사: 쇼미더웹툰 '작은 성 : 시들지 않는 꽃']

웹툰 ‘작은 성 : 시들지 않는 꽃’의 마윤 작가

다음은 마윤 작가와의 일문일답

Q. 작품 제목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이 작품을 구상하시게 된 배경은 어떻게 되나요?

초반에 만들었던 '작은 성'은 아빠에게 심한 집착을 보이던 엄마가 아빠가 떠나면서 그 집착이 딸에게로 향하고, 딸에게 남자친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두 모녀간의 갈등으로 인해 벌어지는 사건들을 보여주는 이야기였습니다. 집이라는 작은 성안에서 두 모녀의 이야기였기에 제목도 작은 성으로 지었지만 정식연재를 하게 됐을 때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되면서 제목을 바꾸려고 여러 번 고민했지만 마음에 딱 드는 제목을 찾지 못해 그대로 '작은 성'으로 가기로 하고 그 뒤에 가제로 젊음에 대한 욕망이 시들어 가지만 절대 시들고 싶어하지만 않는 두선을 뜻하는 '시들지 않는 꽃'이 붙게 됐습니다.

Q. 작가님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웹툰 작가가 된 배경과 계기 등이 궁금합니다.

20대 중반쯤 진로에 대해 확실히 정하지도 못한 만화창작과 학생이었는데 다음웹툰에서 윤태호 작가님의 웹툰 '이끼'를 보고 강한 충격과 웹툰에 대한 매력에 빠져들면서 그때부터는 없는 실력을 겨우겨우 짜내가며 만화를 그리고 또 그렸습니다. 그림만 그렸지 만화는 제대로 그린 적이 많지 않았던 지라 개그물도 그려보고 감성툰도 그려보고 여러가지를 많이 시도 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한국만화가협회 쪽에서 시행했던 웹툰 아카데미에서 작가분들께 이것저것 많은 것을 배우며 그때 '작은 성'을 만들게 됐는데, 거기서 이제 포털과 플랫폼 쪽 관계자 분들 앞에서 제 작품을 발표하고 평가를 받는 게 아카데미 마지막 즈음에 있었습니다. 너무 긴장돼서 온몸을 덜덜 떨어가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발표했던 게 아직도 생각하면 부끄럽네요. 관계자 분들 중 레진에서 오신 팀장님께서 제 작품을 평가하실 때 남자친구를 떼어내는 것 보다 남자친구를 유혹해보는 건 어떻겠냐는 피드백을 주셨습니다. 그 피드백이 계속 기억에 남아서 아카데미가 끝나고 나서는 딸인 수지의 남자친구를 유혹하는 두선의 내용으로 바꾸게 되었고 감사하게도 제 첫 데뷔작이 되었네요.

레진 웹툰 '작은 성 : '시들지 않는 꽃'(작가 마윤), 자료제공: 레진엔터테인먼트

Q. 작가님이 평소 작품 활동에 영감을 받게 되는 영화나 드라마, 웹툰 등을 그 이유와 함께 소개해주세요.

작품을 만들 때에는 극장에서 영화를 즐겨보는 것 외에는 TV, 웹툰을 잘 보지 않습니다. 혹여나 제가 연재하는 도중에 영향을 받으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 때문입니다 저는 주로 노래를 많이 듣는 편입니다. 노래를 들으며 산책을 하다 보면 듣는 노래나 산책하면서 눈에 보이는 것들의 많은 영감을 받습니다. 작은 성을 연재하던 시기에는 어두컴컴한 밤 동네 공원을 산책하며 비발디의 칸타타 '그만두어라 이제는 끝났다'라는 곡을 반복해서 들으며 작은 성을 그려내었습니다. 늦은 시간이라 다니는 사람도 거의 없고 오로지 저 혼자 가로등 하나 켜진 길을 걷다 보면 정말 많은 아이디어들이 번뜩번뜩 생각나게 되더라고요.

Q. 작품의 연재 과정에서 어떤 점이 제일 힘들었나요. 그 시간을 어떻게 극복했나요?

그리는 속도가 느린 편인데 그림 실력도 부족한 상태서 연재를 했던 지라 늘 마감 이틀전은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작업했던 게 제일 힘들었습니다. 밥을 먹으면 잠이 올까 봐 한끼도 먹지못한 상태로 마감이 완료될 때까지 버티다가 작품이 업로드가 된 걸 확인한 후에 초코우유를 한잔 마시고 피곤이 풀릴 때까지 잠을 잡니다.

Q. 작가가 꼽은 작품의 하이라이트는 각각 어떤 장면인가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엄마인 두선이 딸인 수지 몰래 체중증가제를 셰이크에 섞어, 다이어트 하는 딸을 위한 척 주면서 말은 미안해하는 것 같지만 즐겁다는 듯 웃는 장면이 있습니다. 자신의 딸을 질투하며 딸을 망가트리는 것에 죄책감보다는 자신을 위해주는 줄 알고 감동하는 수지의 모습을 보며 웃는, 모성애가 전혀 없는 두선의 모습이 잘 드러난 장면 같아서 작업하면서 마음에 들어 하면서 작업했었습니다.

레진 웹툰 '작은 성 : '시들지 않는 꽃'(작가 마윤), 자료제공: 레진엔터테인먼트

Q. 작품의 비하인드 스토리나 공개한 적 없었던 에피소드 있을까요?

딸의 남자친구인 용인과 술자리를 가진 두선은 일부러 취한 척 연기하며 과감히 그에게 대시합니다. 이후 스토리에서 두선에게 넘어간 용인이 죄책감을 느끼는 한편 두선에게 빠져드는데, 그런 가운데서도 용인은 수지를 좋아하는 마음이 남아있기에 자신의 두 가지 감정에 혼란스러워합니다. 그런 용인의 이야기를 좀 더 디테일하게 넣고 싶었지만 19금이 아니라 아쉽게도 풀어낼 수 없었던 얘기네요 하핫.

Q. 작품을 꼭 읽었으면 하는 독자는 누구인가요. 독자들에게 어떤 작품으로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작품이 피폐적이고 읽으면 기분이 나쁠 수도 있는 내용이라 만들면서 정말 많은 걱정을 했습니다. 그래서 작은 성이 정식 연재가 됐을 때 심적으로도 좀 힘들었던 순간이 있었지만 이왕 만드는 거 제대로 기분 나쁜 작품으로 만들자는 생각으로 부족하지만 그렇게 완결까지 달려나갔습니다. 그러니 앞으로도 독자들에게 작은 성 하면 기분 나쁜 피폐적인 작품으로 기억됐으면 좋겠습니다. (편집자 주 : 작가는 본인의 작품을 기분 나쁜, 사람을 피폐하게 만드는 작품으로 표현했지만, 이는 웹툰에서 보여주듯 인간의 뒤틀린 욕망이 가져오는 파멸의 과정을 그린 작품 세계로 이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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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또 어떤 차기작을 구상 중이신가요?

사실상 그간 정말 많은 작품을 준비했지만 아쉽게도 연재로 이어 나가지를 못하고 있어서 동네 마트에서 직원으로 일하느라 아직 이렇다 할 차기작은 없었어요. 사람인지라 먹고 살아야 하기에 요즘도 일하다 보면 작품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큰지라 조금씩 짜보고 있습니다. 엄지공주를 모티브로 삼아 또 한 번 더 기분 나쁜(또 다른 인간의 본성을 그리는) 작품을 만들어 보려 합니다. 조금이라도 빨리 독자님들을 새로운 작품으로 뵐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Q. 독자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연재를 하다보면 등장인물에 분노하는 독자님들도 계셨고 재미있게 읽어 주시는 분들도 계셨는데 그 모든 게 저의 작품에 대한 관심이라 생각하고 너무나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제가 연재를 계속 할 수 있는, 또 앞으로도 계속 작품을 만들고 싶게 하는 힘의 원동력이었어요. 다시 한 번 더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그 감사함에 조금이라도 빨리 좋은 작품으로 찾아뵙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음 작품으로 만나요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