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매각 협상 결렬 수순…채권단, 플랜B 가동 초읽기

HDC현산, 재실사 입장 고수…다음주 계약 해지 선언할 듯

금융입력 :2020/09/04 14:21    수정: 2020/09/04 15:56

장장 10개월간 이어진 아시아나항공 매각 협상이 끝내 결렬 수순을 밟게 됐다. HDC현대산업개발 측이 인수가격을 낮춰주겠다는 채권단의 마지막 제안을 뿌리치면서다.

원치 않는 결과를 마주한 채권단은 곧바로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정상화와 재매각을 위한 '플랜B' 가동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 등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은 매각 작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정부·금호산업 등과 협의를 거쳐 다음주 중 HDC현대산업개발 측에 최종 계약 해지를 통보한다는 방침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사진=산업은행 제공

이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지난 2일 채권단에 이메일로 또 다시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의 '12주 재실사'를 요구한 데 따른 조치다.

채권단은 사실상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지난달 26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과의 최종 담판에서 모든 인수조건을 수용하겠다고 약속했음에도 이들이 똑같은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어서다.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금융권 안팎에선 채권단이 HDC현대산업개발과 함께 1조5천억원씩 총 3조원을 아시아나항공 경영정상화에 투입하자고 제안했을 것이란 관측이 흘러나왔다. 매각 가격이 약 2조5천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최대 1조원의 부담을 덜어주는 셈이다.

그러나 HDC현대산업개발 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항공업계의 경영난이 지속되자 인수 의사를 접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채권단은 예고한 '플랜B'를 실행에 옮겨 훗날의 재매각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앞서 산업은행 측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협상 결렬 시 채권단 주도로 경영정상화 작업을 진행한 뒤 다시 매각을 추진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대우조선해양이나 대우건설처럼 수년간의 고강도 구조조정을 거쳐 새 주인을 찾겠다는 얘기다.

현재 업계에서는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 영구채를 주식으로 바꿔 경영권을 확보하고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으로 최대 2조원을 수혈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특히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채권 8천억원을 주식으로 전환하면 채권단은 36.9%의 지분율로 금호산업(30.7%)을 제치고 아시아나항공 최대 주주에 오를 수 있다. 여기에 기안기금이 투입되면 정부 측 보유 지분은 더 늘어난다. 기금이 총 지원액의 최소 10%를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주식연계증권으로 지원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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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안기금을 관리하는 기금운용심의위원회도 이미 준비 태세로 전환한 모양새다. 전날 회의에서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경과보고를 받은 뒤 앞으로의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추후 아시아나항공이 지원을 정식으로 요청하면 즉각 심의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계약 해지 통보 여부나 시기에 대해선 아직 확정된 사항이 없다"면서도 "매각 최종 결렬 시 아시아나항공 경영정상화 방안을 순차적으로 이행해 나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