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對) 한국 수출 규제와 한국인 무비자 조치 일방 중단 등으로 마찰을 빚어 온 일본 아베 신조 총리가 28일 건강상 문제를 이유로 사임 의사를 밝혔다.
아베 신조 총리는 이날 오후 5시부터 진행된 기자 회견을 통해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이 재발했고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정치적 판단을 그르칠 우려가 있어서 오늘부로 총리 직을 사임한다"고 밝혔다.
■ 6월부터 '건강 이상설' 대두.. 아베 "지병 재발"
아베 총리는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으로 인해 2007년 9월 총리직을 이미 한 차례 사임한 바 있다. 그러나 2009년부터 시판된 치료제인 '아사콜'을 복용하면서 병세가 호전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2012년 12월 총리 재임 이후 8년 8개월간 각종 선거와 도쿄 올림픽 유치 등의 일정을 소화하면서 건강상 큰 문제를 겪지 않았다. 그러나 올 6월부터 '건강 이상설'이 지속적으로 흘러나왔다.
아베 총리는 기자회견을 통해 "이달 초순 지병이 재발했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현재는 새로운 약을 투여하며 효과가 있다고 확인했다. 사임 의사를 굳힌 것은 이번 주 월요일(24일) 검진 이후다"라고 밝혔다.
■ 지지율 위기마다 '한국 때리기' 일관
아베 총리는 집권 2기 이후 한국을 비롯한 주변 국가와 긴장을 높여 왔다. 특히 지지율이 떨어지면 지지층 결집을 위해 '한국 때리기'를 일삼았다.
2018년 우리나라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반결이 내려지자 2019년 7월경에는 한국을 대상으로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 레지스트, 에칭 가스(고순도 불화 수소) 등 반도체 관련 첨단소재 수출 규제를 꺼내들었다.
또 올 2월경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사건으로 코로나19 방역 조치가 도마에 오르자 3월 초부터 한국인을 대상으로 시행하던 90일 무비자 입국 제도의 효력을 일방적으로 정지하는 등 입국 제한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 언론들은 이런 일련의 조치가 아베 총리 및 그 측근들의 협의 하에 정상적인 경로를 거치지 않고 독단적으로 실행된 조치라고 분석한 바 있다.
일례로 지난 3월 9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한국과 중국 입국제한 결정시 전문가 회의 절차가 빠졌다는 지적에 아베 총리는 "정치적 판단"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 수출규제 등 한일간 갈등도 '새 국면'
대 한국 수출 규제, 한국인 무비자 입국과 징용 피해자 배상 등에서 강경책을 고집했던 아베 총리가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한일간 갈등도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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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으며 집권당 총재가 관례적으로 총리직을 수행해 왔다. 아베 신조가 사임 의사를 밝힌 이상 현재 집권당인 자민당이 새 총재를 선출해야 한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후임자에 대해 "(후임자 문제는) 자민당 집행부에 맡기고 있으며 (내가) 답변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