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향후 5년간 총 76조원을 투입하는 한국판 뉴딜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가 디지털 사회간접자본(SOC)이다.
디지털 SOC는 말 그대로 기존 SOC에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5세대 통신기술(5G) 같은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는 거다. 정부는 기존 SOC에 이들 '디지털 옷'을 입히는 것에 2022년까지 4조8000억원을 투입한다. 이를 통해 일자리 6만5000개를 창출하겠다고 선언했다. 디지털 SOC 사업이 일회성 일자리 창출로 끝나지 않고, 또 산업경쟁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보다 정교한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
우선, SOC 디지털화는 크게 투 트랙으로 추진된다. 하나는 ▲교통 ▲수자원 ▲공동구 ▲재난대응 등 4대 핵심시설을 디지털로 안전하게 관리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도시와 산업단지를 디지털화하고 스마트 물류체계를 구축 하는 쪽으로 진행된다.
이미 국토부는 SOC관리 고도화 사업에 3358억원, 지능형교통체계(ITS) 등에 505억원, 철도 주요시설 IoT화와 열차 원격 검측 등에 1853억원, 스마트홍수관리시스템에 1천억원을 각각 배정했다. 또 스마트시티 역학조사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재난·범죄 등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스마트시티 통합플랫폼 확대에도 260억원을 편성했다. 상수도관 등 지하 공간 시설물 관리 전산화와 자율차 지원을 위한 정밀 도로지도 구축에도 140억원을 반영했다.
디지털 SOC 사업을 발표하면서 정부는 "기존 토목사업 위주의 경기부양성 뉴딜 개념과 확연히 다르다"고 했다. 확연히 다른 이유는 디지털때문이다. 디지털의 장점은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거다. 또 비효율을 줄이고 한번 시스템을 구축해 놓으면 지속적인 유지 보수가 필요, 안정적 일자리를 창출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디지털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도 많은 일자리를 창출 할 수도 있다. 정부의 대규모 디지털 SOC 사업을 주목하는 이유다. 하지만 디지털이 갖는 장점을 십분 누리려면 정책이 구체적이고 세밀해야 한다. 그래야 시장이 움직이고 일자리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사실 노후 국가기반시설 디지털화는 이미 정부가 지난해부터 추진해 온 거다. 따라서 이번 디지털SOC가 효과를 거두려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대규모 신규 사업이 필요하다. 건설의 경우 건설정보모델링(BIM) 사업이 예가 될 수 있다. BIM은 다차원 가상공간에 기획, 설계, 엔지니어링(구조, 설비, 전기 등), 시공 및 유지관리, 폐기까지 가상으로 시설물을 모델링 하는걸 말한다. 정부가 BIM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민간 건설시장과 달리 공공건설시장은 아직 도입이 더딘 편이다.
건설업계는 "기존 사회기반시설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는 정부 정책은 계속 추진하면서 새로운 대형 사업을 발굴해 조속히 스마트 건설기술을 접목하는 것이 SOC 디지털화이며 뉴딜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한다.
임규건 한국IT서비스학회장(한양대 교수)은 "SOC에 디지털을 접목하는 것은 좋은 방향"이라면서 "단순히 토목사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뉴딜이라는 방향에 걸맞게 빅 프로젝트를 발굴해 조기 추진하고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번 SOC 디지털화에 우려되는 점 하나는 '어설픈 디지털화'다. 시설물에 디지털이라는 '옷'을 입히는 단순 작업에 그쳐서는 안된다. '옷 안'도 디지털로 무장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디지털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문형남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주임교수는 "특히 교통, 수자원, 재난대응 등은 현재 인프라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비즈니스 프로세스 리엔지니어링(BPR)을 하는 혁신을 한 후 디지털화를 해야한다"면서 "현 상태에서 그대로 디지털화를 하는 것은 예산 낭비이고 헛돈 쓰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시스템 구축이 '시늉'에 그치지 않고 국민 편익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 탄생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규건 한국IT서비스학회장은 "디지털 SOC를 통해 그 위에서 다양한 디지털 서비스가 창출될 수 있는 미래지향적인 인프라 체계를 갖춰야 한다. 일자리 창출에 너무 초점을 맞춰 단순하고 단기적인 일자리 창출에 그치는 투자가 돼서는 안된다"면서 "디지털화에도 정도와 수준이있으므로 불필요한 부분까지 디지털화를 추진해 국고를 낭비하지 않도록 주의해야한다. 디지털 SOC 구축은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응용서비스가 창출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트윈에 시선...장기적 관점서 국내 업체 육성해야
디지털 SOC에서 각광 받는 기술이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강조한 스마트시티의 핵심 기술이기도 하다. 디지털 트윈 '컨셉'은 간단하다. 현실의 물리적 공간을 가상공간에 쌍둥이처럼 옮겨 놓은 거다. 현실의 다양한 문제를 가상세계에서 시험하고 검증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디지털 트윈을 잘 사용하는 나라가 싱가포르다. 싱가포르는 '버추얼 싱가포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도시 전체를 3D 디지털로 옮겼다. 행정 제반에 발생하는 의사결정 효율성을 높였다. 즉, 어떤 사업시행자가 특정 구역을 개발하고 싶을 경우 가상화된 계획안을 제출하면 공무원이 이를 확인하고 의견을 덧붙여 담당자들과 공유할 수 있다.
안동욱 미소정보기술 대표는 "건축물이나 도로 승인을 할 경우 2D 기반 설계도만 봤을 때는 확인하기 어려운 것도 3D로 파악할 수 있다"며 "디지털 트윈은 가장 최적의 도시설계를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교통과 소음, 풍향, 통신까지 미리 시뮬레이션해볼 수 있다는 점도 디지털 트윈이 가진 매력이다. 통신의 경우 커버리지를 미리 예측해 음영지역을 파악하고 어디에 중계기를 설치하면 가장 효율적일지 판단할 수 있다. 시장 전망도 쾌청하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드마켓에 따르면 오는 2023년까지 디지털 트윈 시장 규모가 156억6천만달러(약 17조6천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지난해 국토부는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에 적용할 디지털 트윈 예산으로 50억원을 배정한 바 있다. 또 오는 2022년까지 디지털 트윈을 적용한 전국 3차원 디지털 지도도 만들 예정이다. 이 3차원 지도는 도심지 등 주요 지역의 높이 값을 표현한 수치표고모형(3D 지형지도)과 고해상도 영상지도(25cm→12cm)로 이뤄진다. 차량 자율주행 핵심 인프라인 정밀도로지도는 전국 일반국도를 대상으로 약 1만4천km를 구현한다.
또 전국 시군 지역 상하수도와 공동구 등 지하 공간을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지하 공간 3D 통합지도도 구축한다.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세종·부산)에는 3D 공간데이터와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구축, 다양한 시민 체감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과기정통부도 디지털 트윈 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5G 통신 기반 디지털트윈 공공선도 사업을 올해부터 본격 추진, 오는 2022년까지 3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의 일환으로 올해 100억원을 먼저 투입해 시설물 안전관리 실증 지원을 추진한다. 과기정통부는 정부기관과 지자체가 보유한 공공시설물은 물론 기업의 산업시설물도 디지털트윈 등 신기술을 선도적으로 적용, 민간주도 지능정보 서비스 산업을 육성한다는 그림을 그려놓고 있다.
아직 디지털 트윈 시장은 제너럴일렉트릭, 지멘스, 오토데스크, 다쏘시스템 등 글로벌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업계는 정부가 장기적 비전을 가지고 디지털 분야에서 글로벌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린 경쟁력이 국가경쟁력"...전문 인력과 전문 기업 키워야
그린 뉴딜은 디지털 뉴딜과 함께 한국판 뉴딜의 핵심 축이다. 오는 2025년까지 73조4000억원이라는 막대한 정부 예산이 투입된다. 세 방향에서 범정부적으로 정책이 추진된다. ▲도시·공간·생활 인프라 녹색 전환 ▲저탄소·분산형 에너지 확산 ▲녹색산업 혁신 생태계 구축 등이다.
환경부와 함께 주무 부처인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그린 뉴딜 발표 당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국가발전전략으로 삼아 지속가능한 성장의 길을 걸어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성 장관은 "그린 경쟁력이 국가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면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에너지와 산업 부분 전환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탄소중립 사회를 지향점으로 과감한 녹색전환에 나설 계획이다. 우선 전국에 스마트 그린도시 25개를 조성한다. 아파트 500만호에 지능형 전력계량기를 보급하고 전기차·수소차 등 미래차를 133만대로 늘린다. 녹색 융자 1조9천억원을 확보해 5대 선도분야 ‘녹색융합 클러스터’ 5곳을 구축하고 스마트 그린산단 10개, 클린팩토리 1750개도 만들 계획이다.
또 생활 SOC 51개소, 국공립 어린이집 30개소, 환경기초시설 37개소 등을 에너지 고효율화 시설로 업그레이드하고, 55개 국립학교에 태양광, 친환경 단열재 및 교실 WiFi, 교육용 태블릿 PC 등을 지원해 그린 스마트학교로 전환한다.
이들 계획을 차질없이 추진하기 위해 정부는 이달초 부처 합동의 그린 뉴딜 분과반을 출범한데 이어 정부세종청사에서 1차 회의를 개최했다. 산업부와 환경부 장관이 공동 분과장을 맡았다. 앞으로 분과반은 그린뉴딜 핵심과제 추진상황 점검과 스마트그린산단·미래차 등 그린뉴딜 산업의 발전방향을 마련한다. 분과반은 한달에 한번 정례 회의를 할 예정이다.
정부는 그린뉴딜 종합계획을 속도감 있게 추진, 저탄소 중심의 경제 및 사회구조 전환과 신성장동력 창출을 성공적으로 달성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그린 뉴딜 성공 국가가 되기 위한 여정은 멀다. 과제도 만만치 않다. 유럽연합(EU)에서 논의되고 있는 탄소국경세 문제에 잘 대처하는 것도 그 중 하나다. 또 기업이 필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해 사용하는 것도 잘 추진해야 한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의 주민 수용성 확보 문제도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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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그린 뉴딜 전문 인력 양성과 전문 기업 양성에도 두 팔을 걷어 부쳤다. 전문 인력 양성의 경우 '녹색 융합기술 인재 양성 특성화대학원' 지원사업을 추진할 예정이고, 그린 뉴딜 전문 기업은 2022년까지 100곳 양성한다는 목표를 세워 놓고 있다. 그린 뉴딜 전문 기업에는 3년간 기술 개발과 사업화 자금으로 최대 30억원을 각 기업에 지원한다.
업계는 "그린 뉴딜 분야에서 유니콘 기업이 탄생하려면 일시적 지원으로 안된다"며 "꾸준한 지원과 함께 산학연관이 하나가 돼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체계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