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르노 전기차 ZOE, 내리막길서 주행가능거리 17km↑

전륜구동 기반 핸들링 우수...ADAS 부족은 아쉬워

카테크입력 :2020/08/20 10:18    수정: 2020/08/20 22:06

르노 ZOE(조에)는 확실히 도심 위주로 주행하는 소비자들을 위한 순수 전기차다. 

전륜구동 기반의 차량이기 때문에 핸들링이 뛰어나고, 내리막길 주행 시 주행가능거리가 빠른 시간 내에 17km 이상 상승한다는 점도 매력이다. 

단, ADAS(주행보조시스템)가 경쟁 차종 대비 부족한 점은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는다.

19일 서울 동대문디지털플라자(DDP)에서 열린 르노삼성차 미디어 전용 행사장에서 조에를 직접 시승했다. 시승코스는 DDP에서 북악 스카이웨이 팔각정까지 왕복 20km로 짧은 코스다. 코스는 짧지만 도심 일반 주행과 언덕 주행 등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조에의 첫 인상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미래지향적"으로 요약된다. 어두운 DDP 지하주차장에서 차량을 만나봤을 때, 앞쪽 주간주행등(DRL) 디자인이 입체적으로 보였다. 르노삼성차는 이를 ‘C-셰이프(Shape)’ 주간주행등이라고 부른다. 차량 뒤쪽에서는 유럽 고급 세단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순차점등 방식의 ‘LED 다이내믹 턴 시그널’이 있다. 테일램프 디자인은 마치 물결 또는 공기역학적인 디자인 흐름을 형상화한 것으로 보인다.

도심 주행중인 르노 전기차 조에 (사진=르노삼성차)

조에는 전 트림에 LED 퓨어 비전 헤드램프가 기본장착 됐다. 할로겐 램프 대비 75% 이상 증가한 밝기를 제공하기 때문에 어두운 곳을 주행하기 어려운 운전자에게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차량 실내는 10.25인치 풀 디지털 클러스터와 9.3인치 세로형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가 자리잡았다. 기존에 출시됐던 르노삼성차 XM3나 르노 캡처와 비슷한 구성이다.

조에 10.25인치 풀 디지털 클러스터는 XM3 등과 같이 T맵 내비게이션 화면이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내비게이션과 연동되면 문자와 화살표 등으로 주요 경로를 알려준다. 클러스터 가운데에는 속도와 회생제동 범위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운전자 설정에 따라 클러스터 디자인을 변경할 수 없는 점은 아쉽다.

9.3인치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는 시인성이 좋다. 기존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인 호응을 얻었던 T맵 내비게이션이 순정으로 장착됐다. 심지어 전기차 충전을 위한 별도 설정을 이 디스플레이로 할 수 있다. 또 보스(BOSE) 스피커가 장착돼 디스플레이로 사운드 설정을 진행할 수 있다.

르노 전기차 조에 실내

스티어링 휠에 음성인식 버튼이 있어 잘 작동되는지 테스트해봤다. 차량 안 음성인식은 경로 안내나 목적지 등을 실행할 수 없어 아쉬웠다. 기존 QM6처럼 KT와 협력을 강화해 조에에도 기가지니 같은 커넥티드형 음성인식을 넣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다.

본격적인 주행에 나섰다. DDP를 빠져나올 때 가상 인공주행음이 살짝 들렸다. 주변에 있는 보행자들을 위한 안전 장치다. 르노삼성차는 이를 ‘Z.E. 보이스’라고 부른다. 사용자 취향에 따라 3가지의 인공주행음이 가능한 점이 특징이다.

르노 전기차 조에(ZOE)

전장 4030mm, 전폭 1730mm, 전고 1560mm, 축거 2590mm 크기를 갖춘 조에는 아이오닉 일렉트릭 등 주요 전기차보다 작다. 그렇지만 이 작은 전기차에 최대출력 136ps(100kW), 최대토크 25.0kg.m(245Nm) 힘을 내는 모터가 장착됐다. 최대토크 수치가 높은 편이기 때문에 차선 변경할 때나 언덕을 올라갈 때 시원한 가속 능력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핸들링이다. 이 차는 전륜구동 기반의 전기차이기 때문에 커브를 돌 때나 유턴을 할 때 부드러운 핸들링 성능을 보여준다. 내연기관차량 주행에 익숙했던 소비자들도 쉽게 차량을 조향할 수 있는 수준이다. 광화문과 시청 일대를 주행하면서 스티어링 휠을 상당히 많이 틀었는데, 차량 자체가 뻑뻑하다는 느낌은 받지 않았다. 그동안 4륜구동이나 후륜 기반의 전기차에 많이 익숙했는데, 조에는 전기차에 대한 편견을 깨트려줬다.

전기차에서 흔히 나타나는 단점은 하체 소음이다. 엔진음이 전혀 없기 때문에 운전자나 조수석 승객 등은 하체에서 오는 주행 소음을 쉽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조에는 하체 소음을 다른 전기차들에 비해 잘 잡아준 느낌이다. 차체 균형도 잘 잡아줬다.

북악스카이웨이 내리막 일대를 주행중인 르노 조에

북악스카이웨이 반환점을 돌고 차량 주행모드를 ‘에코(ECO)’로 설정한 다음, 기어레버를 ‘B’로 내렸다. 주행모드(D)와 달리 차량의 회생제동 능력을 극대화시켜주는 주행모드가 바로 B다. 패들시프트형 레버로 회생제동을 극대화시켜주는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과는 다른 구성이다.

언덕이 상대적으로 가파른 북악스카이웨이 내리막길에서 조에는 상대적으로 강한 회생제동 능력을 보여줬다. 반환점 부근에서 확인한 남은 주행거리는 260km였는데, 약 15분 동안 내리막길 주행 후 평지에서 확인한 남은 주행거리는 277km였다. 도심 위주의 주행이 많은 운전자라면 충분히 만족할 만한 회생제동 수준이다.

운전석에서 바라본 르노 조에
르노 조에 10.25인치 클러스터

20km 정도의 짧은 시승이기 때문에 차량의 전반적인 특징을 느끼기엔 한계가 있었다.

짧은 시승을 하면서 들었던 아쉬운 점 중 하나는 바로 ADAS 부재다.

조에의 실질적인 경쟁 차종이라고 볼 수 있는 푸조 e-208의 경우 차선이탈방지보조 기능은 알뤼르와 GT라인 트림 모두 기본으로 들어갔고, GT라인에는 차선중앙유지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탑재됐다. 하지만 조에는 자동주차와 차선이탈경고 기능 등만 마련됐다.

르노삼성차는 조에를 국내에 출시하면서 ADAS에 대한 최적화 작업을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향후 연식변경 모델에는 조에에 더 강화된 ADAS 기능을 넣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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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 조에는 3개의 트림으로 출시되며 가격은 ▲젠(ZEN) 3천995만원 ▲인텐스 에코(INTENS ECO) 4천245만원 ▲인텐스(INTENS) 4천395만원이다.

환경부의 국고 보조금 736만원과 지자체별 추가 보조금 적용 시 서울시의 경우 최저 2천809만원, 제주도의 경우 최저 2천759만원에 구매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