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와 라임·디스커버리 등 사모펀드 대규모 원금 손실 사태로 신뢰도가 하락한 은행들이 돌아선 고객 맘을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19일 최근 발생한 일련의 금융투자상품 불완전판매나 대규모 손실과 모두 연관된 4대 시중은행(신한·KB국민·하나·우리)들은 원금 보장이 되지 않은 금융 투자 상품을 판매하기 전부터 판매 시, 판매 후까지 고객을 관리하는 제도 개편을 시행 중이라고 밝혔다.
DLF로 한 바탕 홍역을 치룬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상품 심의 단계와 직원들의 핵심성과지표(KPI) 개선을 단행했다. 직원들이 영업 성과에 내몰려 직원들이 적합하지 않은 고객에게 금융 투자 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하나은행은 지난 하반기 프라이빗뱅커(PB) 평가에서 손님 수익률과 손님 관리라는 평가 항목의 배점을 2배로 높였고, 올해 1월부터는 전 영업점 직원 평가에 손님 수익률·불완전판매예방과 같은 손님 만족 항목을 신설했다.
우리은행도 '상품선정위원회'의 위원장을 부행장급으로 격상하고 상품 조직과 마케팅 조직을 분리해 운영하기 시작했다. 직원 KPI도 고객 수익률 배점을 확대하고 금융소비자보호 강화를 위한 고객 관리 지표가 추가됐다.
특히 두 은행은 금융 투자 상품 가입 고객을 대상으로 한 사후 관리 제도도 운영 중이다. 하나은행은 가입한 후 15일 이내 불완전판매 요소가 있을 경우 리콜(환불)해주고 투자 상품의 원금을 돌려준다. 우리은행도 2영업일 간 투자 상품 가입을 숙려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금융 투자 상품 불완전판매 시 투자 원금을 반환해준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고객 포트폴리오 적합 여부를 알려주는 전산 제어 시스템을 개발 중"이라며 "상품 기획·선정 시 상품별 고객 판매 한도 설정 내용을 반영한 고객 보호 제도를 연내 적용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난 1월부터 1억원 이상 금융 투자 신규 가입이나 입금이 이뤄지면 영업점장이 전결하고 펀드 난이도에 따라 판매 가능 직원을 세분화했다"고 말했다.
환매 중단된 라임 펀드 판매가 집중됐던 신한은행도 KPI와 투자 상품 판매 제도를 수정했다. 올 초부터 상대 평가였던 KPI를 절대 평가인 '고객 같이 성장 평가제도'로 바꿨다. 성과 평가 항목을 단순화하고 영업 전략 결정 권한도 현장에 위임했다. 내부의 과당 경쟁을 지양하고 직원 간 협업을 유도하기 위한 차원이란 게 신한은행 측 설명이다.
또 신한은행은 내부 미스터리 쇼핑을 통해 금융 투자 상품 판매 과정이 미흡한 영업점의 판매를 일시적으로 중단시키는 제도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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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은 금융 투자 상품 판매 시 판매 전 8단계, 판매 실행 2단계, 판매 후 4단계 등 총 14단계의 프로세스를 가동하고 있다. 지난 11일부터 펀드, 신탁 등 고객 자산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은행 고유 자산 리스크 관리를 담당하는 부서로 이관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리스크 관리에 대한 의사 결정자가 임원진으로 격상돼 더 책임감 있게 고객 자산을 관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