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우리은행 등 주요 금융회사들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불완전판매 감시 시스템' 구축에 나서고 있다.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 등 고위험 금융상품의 대규모 원금 손실 이슈가 연달아 발생하면서 고객 피해와 은행의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한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등 주요 금융사는 AI를 활용해 불완전판매를 방지하는 솔루션을 도입 중이다.
불완전판매는 금융상품 판매를 위해 지켜야 할 과정 중에서 일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거래 행위를 말한다. 소비자에게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거나 계약서 작성 중 일부 항목이 누락되는 경우 등이 있다.
이러한 행위는 금융상품 판매량을 높이려고 판매자가 의도적으로 하기도 하고 복잡한 업무 때문에 실수로 생기기도 한다.
각 금융사는 고의 또는 실수로 발생하는 불완전판매 행위가 대규모 금융사태로 확대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안전장치 마련에 나서고 있다.
신한은행은 고객상담 녹취 내용을 분석해 고객의 이해가 부족한 부분이나 판매자가 설명 중에 누락한 부분이 있는지 파악하고 알려주는 AI솔루션을 연내 도입할 예정이다.
우리은행도 고객과 직원의 상담내용을 분석해 고객 동의 여부나 직원 안내의 적절성 여부를 감시할 계획이다.
하나은행의 경우 AI가 고객 필체를 학습해 고객이 계약서에 작성한 내용 중 누락되거나 잘못 기재한 부분은 없는지 등을 확인하는 시스템을 준비 중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불완전판매 감시 시스템을 도입하는 이유는 사소한 실수로 인한 고객의 피해까지 최소화하기 위함”이라며 “투자상품 등 복잡한 상품은 단순 상담으론 고객에게 충분히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고 판단해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금융사가 불완전판매 감시시스템에 AI를 활용하는 이유는 녹취 데이터와 거래 계약서 등 거래 과정에서 쌓이는 데이터가 비정형 데이터이기 때문이다.
AI 불완전판매 감시 시스템을 개발한 그리드원의 김계관 대표는 "알고리즘 방식으로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선 사람에 따라 다른 필체, 음성 등 예외 상황을 사전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며 "반면 AI는 스스로 학습을 통해 패턴을 구분하고 분류할 수 있어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AI 기술의 발전으로 사람보다 언어 인식률이 높아지면서 사람이 직접 문서나 음성을 확인하는 것 보다 높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구글 브레인과 카네기멜론대학교가 지난해 선보인 언어 모델 XL넷은 인간 보다 언어 인식 성능에 더 높은 정확도를 기록했다.
또한 검사 과정에서 실수가 발생한 부분을 찾기 용이하다는 특징이 있다. 기본적으로 AI는 스캔한 이미지나 음성을 기존에 학습한 단어나 글자 중 유사한 것과 비교해 확률에 따라 채택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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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작성된 사인이나 글자가 깨지거나 뭉개져 인식에 문제가 있었다면 확률이 낮게 표시된다. 그래서 추후 오류가 발생한다면 확률이 낮게 측정된 부분만 빠르게 검수해 실수를 찾아낼 수 있다.
김계관 대표는 “AI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데이터”라며 “감시시스템의 효율을 더 높이기 위해선 제한된 금융관련 데이터 사용을 보다 개방해야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