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에 비상이 걸렸다. 퀄컴을 상대로 한 반독점 공세가 항소법원에서 좌절됐기 때문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제9연방순회항소법원은 지난 11일(현지시간) 퀄컴의 라이선스 관행이 경쟁 위배 행위가 아니라고 판결했다.
이번 소송은 2017년 FTC 제소로 시작됐다. 특히 FTC는 2018년 캘리포니아 북부지역법원 루시 고 판사가 주관한 1심 소송에서 완승하면서 기세를 올렸다.
1심 재판부는 ‘라이선스를 하지 않을 경우 칩을 공급하지 않는’(no license-no chips) 정책을 비롯한 퀄컴의 4개 비즈니스 관행이 독점금지법 위반에 해당된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항소법원은 4개 쟁점 모두에 대해 면죄부를 부여했다.
패소한 FTC가 선택할 수 있는 건 현재로선 두 가지 중 하나다.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건 제9연방순회항소법원에 전원합의체(en banc) 재심의를 요구하는 것이다. 간혹 전원합의체 재심리에서 판결이 뒤집히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삼성과 애플 간의 2차 특허소송이다. 2016년 항소심에서 승소했던 삼성은 전원합의체 재심리에서 패소했다.
하지만 FTC와 퀄컴 건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허전문사이트 포스페이턴츠는 “이번 판결은 만장일치이기 때문에 전원합의체로 뒤집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지난 2월 심리를 한 뒤) 최종 판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건 다양한 시각을 가진 판사들이 만장일치를 이끌어내려고 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원합의체 재심의가 열릴 경우 어떻게 될까? 포스페이턴츠에 따르면 제9연방순회항소법원 판사는 총 29명이다. 따라서 전원합의체 때도 항소법원 판사가 모두 법정에 앉을 순 없다. 이 중 11명의 판사만 같은 사안을 놓고 다시 심리하게 된다.
관련기사
- FTC에 이긴 퀄컴, '특허소진론' 부담도 벗었다2020.08.13
- 퀄컴, FTC에 승소…'독점기업' 혐의 벗었다2020.08.12
- 퀄컴 vs FTC, '특허소진론' 뇌관 건드릴까2019.01.09
- FTC·퀄컴 항소심 격돌…"경쟁 침해" vs "계약문제"2020.02.14
또 다른 선택지는 대법원 상고 신청이다. 하지만 연방대법원 상고 역시 쉽지 않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철저한 상고 허가제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9명의 연방대법원 판사 중 4명이 찬성해야 상고신청이 받아들여진다. 대법원 판사들은 상고 신청을 받아들일 땐 하급법원의 법 적용에 심각한 흠결이 있거나 새로운 판례를 확립할 필요가 있을 때에 한 해 제한적으로 상고신청을 수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