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의 뉴LG', 미래 성장 준비 가속

주요 계열사 상반기 '깜짝 선방'…코로나 위기대응 전략 지속

디지털경제입력 :2020/08/12 18:09    수정: 2020/08/13 08:45

LG그룹 지주사인 ㈜LG가 2분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를 뚫고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30%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이 기간 주요 상장 계열사들의 실적 선방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그동안 적자 사업으로 고전하던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부문이 분기 사상 최대 매출 및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 사업 본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다.

㈜LG는 11일 2분기 전년 동기 대비 33% 증가한 3천59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최근 증권사들의 평균 영업이익 전망치는 3천억원을 소폭 넘어서는 수준이었지만 이를 뛰어넘은 것이다. 매출액은 1조4천950억원으로 8%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1천31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5% 줄었다. ㈜LG 관계자는 "2분기 당기순이익 감소는 산업재 구매전문 자회사 서브원의 MRO(소모성 자재구매 대행) 사업 지분 매각에 따라 지난해 단기 순익이 잡혔다가 올해 평년도 수준을 되찾은 영향"이라고 말했다. 

구광모 LG 대표가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를 방문해 의류관리기 디자인을 살펴보고 있다.(사진=LG)

■ LG전자·화학·유플 등 핵심 계열사, 상반기 악재 극복

㈜LG의 실적 호조는 화학·전자·통신 등 그룹의 핵심 계열사들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LG전자는 전년과 비교해 영업이익이 줄었지만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전망치)를 훌쩍 뛰어넘었다. 같은 기간 LG화학과 LG유플러스의 영업이익은 각각 130%와 50% 이상 늘었다.

LG전자는 전년 동기 대비 24.1% 감소한 4천95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4천억원대 초반 수준이었던 시장 전망치보다 1천억원 가량 높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 가장 컸던 시기임을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평이다. 생활가전 사업이 전체 실적을 견인했고, 각 사업본부의 프리미엄 제품을 통한 수익성 확대, 원가 절감, 비용 효율화 효과도 반영됐다. 매출은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과 이동제한 등 영향으로 약 18% 줄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사진 왼쪽)과 구광모 (주)LG 대표가 충북 청주시 LG화학 오창공장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사진=LG)

H&A(생활가전)는 2분기와 상반기 기준 역대 최고치 영업이익률로 6천2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건강과 위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신가전 수요도 높아졌다. HE(TV) 매출은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 연기로 주춤했지만 효율적인 마케팅을 집행하며 수익성을 지켰다. MC(스마트폰)는 2천억원대 적자에도 손실 규모는 줄었다. VS(전장부품)와 BS(B2B)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주춤했다.

LG화학의 2분기 영업이익은 무려 131.5% 늘어난 5천715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면서 시장 전망치도 약 1천500억원 가량 뛰어넘었다. 석유화학이 저유가로 인한 스프레드 확대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고, 전지는 원통형 배터리 수요 증가와 비용 효율화에 따른 중대형 자동차 전지 사상 첫 흑자전환, 폴란드 공장 수율 개선 등으로 선방했다. 첨단소재는 시장 수요 감소로 매출이 줄었지만 수익성이 개선됐고, 생명과학과 자회사 팜한농은 100억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LG유플러스는 이 기간 59% 증가한 2천397억원의 영업이익으로 1분기에 이어 호조를 이어갔다. 5G 전략 단말기 출시 공백에도 5G 가입자 수 증가와 마케팅 비용 감소 등 영향이 있었다는 분석이다. 무선서비스는 5G 중심의 가입자 증가, IPTV와 초고속인터넷을 포함한 스마트홈 부문 가입자 증가로 견조한 매출 성장세를 보였다. 기업 인프라 매출도 늘었으며 마케팅 비용 규모는 1.4% 축소됐다.

LG생활건강은 영업이익 3천3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와 비교해 0.6% 증가했다. 코로나19에 따른 면세점 채널 부진으로 뷰티 사업 실적이 줄어든 것 외에, 생활용품, 식음료 등 모든 사업이 성장세를 보였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아울러 경쟁사인 아모레퍼시픽 등 유통·화장품 업체들이 전반적으로 부진을 겪은 가운데 유일하게 증가세를 보이면서 실적 선방에 성공했다는 평이다. 

LG전자 여의도 트윈타워 사옥.(사진=지디넷코리아)

■ "2년 부진 딛고, 올해 3년 만에 영업익 성장 예상"

하반기에는 코로나19 재확산 가능성과 미·중 갈등 악화 등에 따른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남아있지만, 상반기보다는 시황이 점차 개선될 전망이다. 상반기에 악재를 극복했다는 평이 나오는 만큼, 올해 ㈜LG의 연간 영업이익이 3년 만에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증권사들은 ㈜LG가 올해 1조원 중후반대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나금융투자 최정욱 연구원은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LG전자를 비롯해 LG화학, LG생활건강, LG유플러스 등 주요 지분법 반영 자회사들의 수익성이 모두 전년 대비 개선되면서 지난해의 부진을 벗어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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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LG전자는 하반기 B2B, 렌탈 사업, 플랫폼 서비스 확대와 제품 다변화, 전사적 비용 효율화를 지속 추진한다. 이를 통해 하반기 손익을 방어, 실적 비수기에 대응할 방침이다. LG화학은 석유화학부문의 안정적 수익성 유지, 전지부문 추가 성장에 주력한다. LG유플러스는 B2C 사업의 5G 경쟁력을 강화하고 가입자 확보, 콘텐츠 수출 확대, 대형 B2B 수주, 5G 비즈니스 모델 발굴에 나설 계획이다.

NH투자증권 김동양 연구원은 ㈜LG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을 전년 대비 80% 증가한 1조8천억원대로 예상하며 "최근 2년 연속 영업이익이 감소한 ㈜LG는 올해 주요 상장 계열사들의 실적 개선으로 3년만에 영업이익 성장이 예상된다. 2018년 구광모 ㈜LG 대표 취임 이후, 사업 포트폴리오 효율화 및 주주가치 제고 강화가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