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심의 규정 완화해야 홈쇼핑 미디어커머스 커진다"

홈쇼핑 포맷을 그대로 적용한 모바일 라이브 판매 방송이 이커머스와 인터넷 기업들을 중심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홈쇼핑 사업자들이 규제에 갇혀 미디어 커머스 분야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홈쇼핑사들이 적용받는 방송법 규정이 미디어 환경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논리다. 과도한 방송심의 규정을 적용하기 보다, 변하는 트랜드에 맞춰 규제 또한 명확하고 구체화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광재 한양사이버대 교수는 27일 한국미디어경영학회가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주최한 ‘미디어와 커머스의 융합, 방송 기반 미디어 커머스 발전방향’이라는 세미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방송 기반 미디어 커머스 내용규제와 발전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미디어 커머스는 미디어(콘텐츠)와 커머스(유통)를 연결 지은 새로운 유형의 서비스다. 국내에서는 대표적으로 CJ ENM이 미디어 커머스 사업 활성화를 위해 콘텐츠 사업을 하는 CJ E&M과 방송을 기반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CJ오쇼핑을 합병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정체된 시장을 탈피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자 하는 사업자들이 속속 나오고 있지만, 방송 기반인 규제가 이런 신사업을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홈쇼핑 방송의 내용을 심의하고 있는데, 위원회가 구성될 때마다 제재 수의가 다르게 나타나며, 미디어 환경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는 경직성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심의 규정이 모호한 경우가 있다”며 “심의위원들의 주관적인 의견이 반영될 수 있고, 정책 일관성의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 교수는 CJ오쇼핑에서 진행한 ‘델루나 침구’ 판매 방송을 예를 들어 설명했다.

CJ오쇼핑은 지난해 10월 25일 ‘까사리빙 델루나 호텔식 룸셋’을 판매하면서 tvN의 드라마 ‘호텔 델루나’ 프로그램의 영상 일부를 반복적으로 사용해 문제가 됐다. 이 같은 상품 판매 방송은 CJ오쇼핑이 CJ E&M과 함께 계획한 대표적인 미디어 커머스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당시 방심위에서는 “인기리에 종영된 특정 드라마의 유명세에 편승해 시청자의 합리적인 소비에 영향을 미치고, 시청자의 구매를 유도했다”면서 “관련 심의규정을 개정한 취지에 반하는 전형적인 사례로, 시청자의 권익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변형된 형태의 연계 편성 시도에 경종을 울리기 위한 차원에서 법정제재가 불가피하다”며 제재 사유를 밝힌 바 있다.

심의 규정에는 ‘상품소개 및 판매 방송은 언론사의 보도 내용이나 그밖의 방송 프로그램의 내용을 인용할 경우, 해당 언론사의 명칭이나 프로그램의 명칭을 지나치게 강조하거나 방송영상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시청자의 구매를 유도해서는 안 된다’고 나와 있다.

이와 관련 김 교수는 “규정에 나온 표현인 ‘지나침과 반복적 사용’의 기준은 주관적일 수도 있고, 모호하다”면서 “심의 당국의 과도한 유권해석과 이익침해 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해 갈등과 혼란을 야기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