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만난 이재용, 삼성 미래 '전장 사업' 밑그림

2017년 하만 인수 후 글로벌 전장시장 공격적 공략

디지털경제입력 :2020/07/21 17:39    수정: 2020/07/21 22:19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을 만나 모빌리티 협력을 논의하며 미래 삼성 '전장사업'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지난 5월 첫 회동 때보다 폭넓은 논의가 이뤄지면서 배터리와 전장부품사업과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삼성이 현대자동차와 협력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21일 삼성·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이날 삼성 경영진은 현대·기아차 남양기술연구소를 방문했다. 삼성 경영진은 차세대 친환경차와 도심항공 모빌리티(UAM), 로보틱스 등 현대차그룹의 미래 신성장 영역 제품과 기술 설명을 듣고 관심 사안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용 부회장이 전장용 MLCC 생산현장 점검에 나섰다

■삼성, 하만 인수로 커넥티드카 전장시장 발판 마련

삼성전자는 전장부품을 4대 신성장 사업으로 육성키로 하고 관련 제품과 솔루션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2017년 3월 약 10조원을 들여 미국 자동차 전장(전자장비) 전문기업 하만을 인수했다. 이후 하만의 전장사업 노하우와 글로벌 고객 네트워크에 삼성의 IT와 모바일 기술, 부품사업 역량을 결합해 커넥티드카용 전장시장 진출 기반을 마련했다.

2018년 1월에는 세계 최대 전자전시회 CES 2018에서 하만과 공동 개발한 차량용 '디지털 콕핏' 공개했다. 삼성전자의 IT 기술과 하만의 전장기술이 접목된 첫 결실로 평가된다. 디지털 콕핏으로 사물인터넷(IoT)으로 연결되는 사물들을 집안의 기기들과 모바일 뿐만 아니라 자동차까지 확장시켰다.

이어 5월에는 차량용 반도체 브랜드 '엑시노스 오토'와 '아이소셀 오토'를 공개했다. 독일 볼프스부르크에서 개최된 '국제 자동차 부품 박람회에 참가해 해당 브랜드를 공개, 차세대 부품 솔루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5월 차량용 반도체 기능안전 국제 표준 인증을 받았다. 글로벌 시험·인증기관인 독일의 'TUV 라인란드'로부터 자동차 기능안전 국제 표준인 'ISO 26262 기능안전관리(FSM)' 인증을 취득한 것. 

같은 달 삼성전자는 차량용 프로세서 '엑시노스 오토 8890'을 출시, 아우디(Audi) 신형 A4 모델에 탑재됐다. 차량용 프로세서는 차량 상태 제어, 내비게이션, 멀티미디어 재생 등 다양한 기능이 원활하게 실행될 수 있도록 지원,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탑재돼 차량의 각종 정보를 관리하는 메인 프로세서 역할을 한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전자 전시회 CES 2020에서 개인에게 최적화된 환경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제공하는 차량용 ‘디지털 콕핏 2020’를 시연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올해 1월 열린 CES 2020에서는 5G 기반의 '디지털 콕핏 2020' 공개했다. 자율주행 등 운전 환경의 변화로 차량이 새로운 생활공간으로 역할이 커짐에 따라 5G를 기반으로 차량 내부와 주변을 연결해 운전자, 탑승자, 보행자에 더 안전하고 편리한 생활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디지털 콕핏 2020에는 삼성전자의 자동차용 프로세서 '엑시노스 오토 V9' 칩셋이 탑재됐다. 차량 내부 각각 8개의 디스플레이와 카메라를 효율적으로 구동한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 차량용 5G TCU도 함께 공개했다. 5G TCU는 2021년에 양산되는 BMW의 전기차 '아이넥스트(iNEXT)'에 탑재됐다. 5G 기술이 적용된 TCU는 수많은 정보들을 실시간으로 차량에 제공하고, 다양한 커넥티드카 서비스를 구현 가능하다. 

■삼성SDI, 2008년 車배터리 진출...글로벌 공급 확대

삼성SDI는 2008년 보쉬와 합작회사를 설립하며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에 진출했다. 이듬해에는 BMW의 전기차용 배터리 단독 공급업체로 선정됐다. 이후 델파이, 피아트크라이슬러, 폭스바겐 등 글로벌 전장, 자동차 회사들과 전기차용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2012년 삼성SDI는 보쉬와의 합작사를 청산하고 지분 전량을 인수해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 단독 진출을 선언했다. 2013년 당시 세계 최대 용량인 60Ah 전기차용 배터리 양산을 시작했다.

2015년엔 글로벌 전장기업 마그나의 전기차용 배터리 팩 사업을 인수해, 배터리 완제품 격에 해당하는 팩에 대한 기술과 생산거점을 확충했다. 같은해 중국 시안에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을 준공하며 대륙 공략에 나섰으며 아우디와 차세대 전기차 공동개발을 발표했다. 

'에너지플러스 2019'에 전기차용 배터리를 선보인 삼성SDI 전시부스.

2016년에는 한번 충전에 600km 주행 가능한 전기차용 배터리를 공개했으며, 다음해에는 고속충전 기술을 접목시켜 20분 충전에 500km를 주행할 수 있는 기술을 선보였다. 2017년에는 헝가리에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을 준공했다. 삼성SDI는 최근까지 재규어랜드로버, 볼보 상용차 등 신규 자동차 제조사들과 계약을 체결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전장사업' 밑그림은

이재용 부회장은 2018년 8월 '180조원 투자∙4만명 채용'을 골자로 한 미래 계획을 발표하면서 인공지능(AI)·5G·바이오·전장부품 사업을 미래 성장사업으로 선정해 투자를 본격화했다.

지난해 4월에는 133조원을 투자해 '2030년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 비전을 발표하기도 했다. 같은 해 10월 삼성디스플레이는 차세대 프리미엄 TV 시장의 기술 리더십 강화를 위해 세계 최초로 'QD(퀀텀닷, 양자점 물질) 디스플레이'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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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회장은 ▲2011년 10월 GM 대니얼 애커슨 CEO 미팅을 시작으로 ▲2012년 1월 도요타 토요타 아키오 사장 ▲2012년 2월 BMW 노버트 라이트호퍼 CEO ▲2012년 5월 폭스바겐 마틴 빈터콘 회장 ▲2012~2017년 FCA 지주회사 엑소르(Exor) 사외이사 ▲2016년 11월 하만 인수 주도 ▲2018년 8월 유럽 자동차 업계 출장 ▲2018년 8월 미래 신성장사업 '반도체 중심의 전장부품' 선정 ▲2020년 5월 현대차 정의선 수석부회장 ▲전장용 MLCC 생산현정 점검 등 전장사업을 다져왔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전장부품 업체인 하만 인수를 주도하는 등 차세대 커넥티드카 시대를 대비해 차량용 반도체, 이미지센서, 디스플레이, 오디오 등 전장부품 사업을 강화해 왔다"며 "자율주행에 핵심적인 5G·6G 등 차세대 통신기술과 AI 등 소프트웨어 역량도 빠르게 키워가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