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굳이 모든 스펙을 다 만족하는 비싼 스마트폰을 사기보다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스마트폰을 선택하는 시대라고 생각해요. 벨벳은 그중에서도 5G 시장의 메인 스트림이 될 2030세대(MZ세대·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 통칭)의 트렌드에 맞춰 내놓은 스마트폰입니다."
최근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에서 만난 MC사업본부 상품기획담당 황혜현 책임과 박상욱 선임은 LG벨벳의 정체성을 이같이 밝혔다.
LG벨벳은 LG전자의 상반기 전략 스마트폰으로, 하반기 북미 시장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에 앞서 국내에는 지난 5월 출시됐다.
'LG벨벳의 어머니'라고 불리는 MC사업본부 상품기획담당 황혜현 책임과 박상욱 선임을 만나 LG벨벳의 탄생비화와 앞으로 LG스마트폰의 진화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상품기획팀은 제품의 기본 속성이 되는 스펙과 디자인, 그리고 유니크셀링포인트(USP)를 발굴하는 팀으로, 제품의 시작부터 소비자에게 닿는 최종 마켓까지 함께한다. 상품기획의 시작은 시장 트렌드와 고객으로부터 출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LG벨벳을 기획한 시점은 작년 초쯤이다. 상품기획팀은 당시 개화하는 5G 시장을 보고, 5G 스마트폰 구매 고객층을 파악하는 데 나섰다. 3G에서 LTE로 넘어가던 시기를 목도했던 이들이기에, 그 당시 움직이는 주요 고객층을 현재 LTE에서 5G로 넘어가는 시장에 비춰봤다.
"3G에서 LTE로 넘어갈 때, 제일 빠르게 넘어갔던 세대가 30대와 20대였어요. 그런데 이번 LTE에서 5G로 넘어갈 때는 누가 가장 빠르게 넘어갔나 보니, 40대와 30대더라고요. 얼리어답터라고 여겼던 20대와 30대는 5G로 넘어가는 비중이 조금 하락했어요. 이들이 왜 5G로 못 넘어왔을까 보니까 지난해 5G 스마트폰이 너무 비쌌던 거더라고요."
지난해 출시된 세계 최초 5G 스마트폰인 갤럭시S10 5G의 경우, 국내 출고가는 139만7천원이었다. 지난해 출시된 LG전자의 첫 5G 스마트폰인 V50 씽큐의 국내 출고가는 119만9천원이었다.
상품기획팀은 5G 시장이 확대되기 위해서는 100만원 이상의 5G 스마트폰의 가격대가 70만원~80만원대까지 낮아져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벨벳의 가격대가 80만원대로 정해진 이유다. LG 벨벳의 국내 출고가는 89만9천800원이었다.
작년은 5G 원년이었고, 기획을 시작했을 때는 올해가 되면 5G가 두 배 이상 확산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저희가 생각하는 것만큼 올해 폭발적으로 5G가 확산되진 않아서 아쉽긴 했지만, 5G 시장이 성장하는 추세는 맞고 이 시장에서 파이를 가져가는 것은 결국 디지털 네이티브인 20대와 30대가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결국, 벨벳은 2030세대한테 어필될 수 있는 100만원 이하의 조금 더 저렴한 5G 제품인 거죠.
타깃층을 2030 세대로 잡은 후에는 그들의 키워드를 분석했다. 상품기획팀이 분석한 2030세대의 3가지 키워드는 ▲셀프브랜딩 ▲퍼니피케이션 ▲실시간 공감이었다.
"젊은 세대들은 스마트폰을 나를 드러내는 패션 아이템이라고 생각해요. 스마트폰을 통해서 나라는 사람을 셀프 브랜딩하는 거죠."
셀프 브랜딩을 위해 LG 벨벳은 디자인에 많은 공을 들였다. 상품기획팀은 자신만의 취향을 드러낼 수 있는 감각적인 디자인을 완성하기 위해 고심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LG 스마트폰 최초로 3D 아크 디자인을 채택했으며, 기존 스마트폰에서는 볼 수 없었던 물방울 카메라 디자인과 독특한 색상을 선보였다.
박 선임은 "스마트폰 디자인이 천편일률적이라는 피드백이 많았다"며 "전면을 봐서는 제조사마다 구분이 안 가고, 후면 카메라는 인덕션 모양의 카메라여서 이와 다를 수 있는 물방울 카메라 디자인 등을 채택했다"고 설명했다.
황 책임은 "V30, G8, V50으로 이어지는 기존 LG 디자인을 벗어나려는 노력을 한 게 벨벳폰이었다"며 "LG벨벳은 공식처럼 규격화된 디자인이 아닌 걸 일부러 선택했다"고 덧붙였다.
기존에 해왔던 게 아닌 새로운 시도를 할 때, 그 결정을 관철하는 것은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벨벳을 기획하며 했던 새로운 여러 시도 중 가장 어려웠던 의사 결정 부분은 3D아크 디자인이었다. 전면 디스플레이 좌우 끝을 완만하게 구부린 3D 아크 디자인은 LG 스마트폰에서 처음 적용하는 디자인이었다.
박 선임은 "비용도 많이 들었고 일정에도 리스크가 있어 여러 가지로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디스플레이가 휘어지는 소위 엣지 디자인을 싫어하는 분들도 계시기 때문에 이런 상황을 감안했을 때 굳이 이 디자인을 해야 하느냐는 갑론을박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결국, 프로토타입이 나오고 실제 해당 디자인이 적용된 제품을 쥐어보고 나서야 이를 채택하기로 결정됐다.
황 책임은 "구부리지 않았을 때는 폭이 77mm였는데, 구부리면 74mm가 됐다"며 "숫자로는 3mm 차이지만 체감적으로는 이 차이가 컸기 때문에, 비용이 조금 더 들더라도 6.8인치의 큰 POLED 디스플레이에 휴대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밸류를 고객에게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LG벨벳의 색상을 정하는 데도 한 달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황 책임은 "색상 후보는 열댓 개 정도도였는데, 그 중 일루전 선셋 같은 색상은 기존 없던 색상이기 때문에 저희같이 기획을 오래한 사람이나 의사결정자 분들이 선택하기엔 쉽지 않은 컬러였다"며 "검증 과정에서 너무 닫힌 눈으로 보지 않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부터는 LG 내부에서 컬러나 트렌드에 민감해야 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젊은 세대 의견을 최대한 많이 듣기로 했다"며 "본부장님이나 연구소장님들이 약간 뒤로 물러나고 사내평가단을 따로 운영해 색상·트렌드 등의 의견을 듣고 젊은 자문단이 이를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LG벨벳의 이름은 어떻게 정하게 됐을까.
황 책임은 "내부적으로 올해 LG가 기존 라인업 대비해서 새로운 이미지로 가는 원년으로 봤다"며 "새로운 네이밍을 정하는 것은 굉장히 일찍부터 컨센서스가 돼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벨벳의 이름을 정하기까지도 역시 순탄치만은 않았다. 황 책임과 박 선임은 그 과정이 "치열했다"고 입을 모았다.
박 선임은 "G·V가 아닌 새로운 이름을 정하는 게 굉장히 어려운 결정이었기 때문에 신중했다"며 "벨벳 특성인 그립감, 디스플레이 등을 표현할 수 있는 후보 이름을 여러 개 놓고 내부적으로 입에 잘 달라붙는지, 긍정적인 이미지를 주는지, 국가별 상표권 이슈는 없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가장 높은 점수가 나온 '벨벳'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셀프 브랜딩과 함께 LG벨벳이 가져가기로 한 베네핏은 퍼니피케이션과 실시간 공감으로 이어지는 '영상 커뮤니케이션'이다.
황 책임은 "요즘 세대들을 조사해보면서 놀랐던 게 바로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대한 부분이었다"며 "텍스트가 아닌 1~2초짜리 짧은 영상을 보내면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동영상을 단순히 감상만 하는 게 아니라 실시간 채팅 등을 함께 하며 공감하는 트렌드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박 선임도 "사진과 짧은 영상을 공유하는 일상적인 사용성을 고려해 AR스티커 기능이나 타임랩스 기능 등을 적용했고, 또 이 때 소리가 감성을 전달하는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고 봐 ASMR 기능이나 보이스 아웃포커스 기능 등을 넣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카메라 스펙에 대해서도 내부적으로 갑론을박이 있었지만, 젊은 세대가 100배 확대한 사진이나 8K 사진 등을 올리는게 아닌 재밌고 실감나고 바로바로 공유될 수 있는 사진과 영상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이들을 잡기 위해선 가볍게 가야 한다고 생각해 스펙을 설정했다"고 덧붙였다.
LG벨벳은 초프리미엄폰이 아닌 매스 프리미엄을 지향했기 때문에 기능적인 부분에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 부분도 있었다.
이번 LG벨벳에서는 LG 스마트폰의 강점인 쿼드덱이 빠졌다. 황 책임은 "쿼드덱 탑재 여부를 결정하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쿼드덱이라는 기능 자체가 고가의 이어폰을 했을 때 최적화된 음질을 들려주는 기능인데, 최근 트렌드가 3.5파이 이어폰이 빠지고 무선이어폰, 블루투스 스피커로 변화하는 환경이다 보니 쿼드덱은 언젠가는 빠져야 하는 부분이었다"고 말했다. 또 "벨벳은 이어폰에서는 AI사운드로, 게임은 스테레오 스피커를 통해 밸런스를 맞춰 오디오 기능을 넣어놨다"고 설명했다.
벨벳은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합리적으로 스마트폰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첫 시도라고 할 수 있어요. 스마트폰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가고 있는데, 굳이 모든 스펙을 만족하는 기기를 사야 하냐는 거죠. 이제는 자신의 스마트폰 사용 패턴에 맞춰 스마트폰을 선택하는 시대라고 봐요.
황 책임은 "이제는 제품 하나로만 승부하는 시대는 아니라 포트폴리오로 승부하는 시대"라고 말했다. 예전에는 스마트폰이 가격대로 세분화됐다면 지금은 디자인을 조금 더 강조한 폰, 디스플레이를 강조한 폰, 카메라를 강조한 폰 등 라이프 스타일에 맞춘 스마트폰으로 포트폴리오가 다양하게 구성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황 책임은 "그중에 어떤 라이프 스타일이 좀 더 많은 고객을 커버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며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만, 벨벳을 시작으로 저희가 앞으로 내는 여러 가지 제품들이 퍼즐이 맞춰가듯 하나의 메시지로 통합되는 과정이 진행될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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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계속 MZ세대, 트렌드를 최우선으로 따라가는 세대 위주로 스마트폰을 기획할 예정이에요. 모바일은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세대를 따라가야 하니까요.
마지막으로 상품기획자로서 듣고 싶은 말을 물었다. 박 선임이 상품기획자로서 가장 듣고 싶은 말은 아주 간결하고 명확했다. "이건 나를 위한 폰이야." 소비자에게 정확히 가닿는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만큼 기획자로서 뿌듯한 일이 또 있을까.
MC사업부는 사용자의 손에 들려 있게 될 '무언가'에 대해 지금도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
24시간 사람 손에 들려 있는 모바일은 여전히 많은 포텐셜이 있고 다양한 기회의 영역이 있다고 봐요. 지금은 사용자의 손에 스마트폰이 있지만, 앞으로는 이게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를 찾는 게 저희의 임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