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HCN, 디지털 미디어 뉴딜 첫 혜택 입나

[이슈진단+] 유료방송 구조개편 발목 잡는 인‧허가

방송/통신입력 :2020/07/14 14:56    수정: 2020/07/14 15:47

케이블 업계 1, 2위 사업자인 티브로드와 CJ헬로(현 LG헬로비전)이 각각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에 인수되면서 유료방송시장의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하지만 유료방송의 구조개편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4위 사업자인 현대HCN의 매각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는데다 3, 5위 사업자도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기 때문이다. 2015년 12월 SK텔레콤이 CJ헬로 인수합병을 신청한 지 약 5년 만의 일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정부의 인‧허가 심사가 매번 길어지면서 사업의 예측성이 너무 떨어진다는 불만이 팽배하다. 지난달 정부가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방안을 내놓으면서 규제 심사의 속도를 높이겠다고 발표한 데 업계가 환영의 목소리를 낸 것도 이 때문이다. MSO의 세 번째 인수합병 사례가 되고 있는 현대HCN이 정부의 정책기조 변화에 첫 수혜를 입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편집자주].

2016년 7월5일 SK텔레콤은 당시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불허를 통보받았다. 인수합병을 신청한 지 약 7개월 만에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의 심사조차 받지 못한 채 인수합병이 좌절됐다.

허가심사가 진행되는 동안 피인수자인 CJ헬로비전의 업무는 중단됐다. 회사의 매각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직원들의 일손이 잡힐 리 없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인수합병 불허로 원점으로 되돌아갔던 일이 시장상황의 변화가 없었음에도 3년 뒤 인수주체만 바뀐 채 허가가 이뤄졌다는 사실이다. 시장획정의 기준만 달라졌는데 이는 3년 전 CJ헬로비전의 요구 사항이었다. 정부 정책의 일관성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훼손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특히, 당시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유료방송시장의 구조개편을 촉진시키겠다며, 유료방송발전방안 정책을 추진하던 시점이었기에 이 같은 일은 업계의 더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 CJ헬로‧티브로드 각각 271일‧300일 걸려

하지만 이후 유료방송시장의 인수합병 과정이 유연해 진 것은 아니다. SK텔레콤이 실패한 CJ헬로의 인수에 LG유플러스 역시 274일의 시간이 걸렸고, SK브로드밴드의 티브로드 인수합병까지는 300일이 소요됐다. 사전심사 요청서 접수 이후 각각 9~10개월이 걸린 셈이다.

정부가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을 위해 방송시장 혁신을 위한 플랫폼 규제를 완화하고 차별화‧대형화를 지원하겠다며. 인수합병(M&A) 간소화를 약속한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유료방송업체가 인수합병을 위해서는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 방송통신위원회의 사전동의 심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허가 심사를 순차적으로 받아야 한다. 하지만 동일 사안임에도 각 부처가 소관 법률에 따라 개별 심사를 진행하고 타 부처의 심사가 완료돼야 다음 단계가 진행되는 구조 때문에 심사가 길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때문에 올해부터 정부는 인수합병 허가심사 기관 간 ‘관계기관 협의체’를 구성, 운영하고 심사 진행상황과 일정을 공유한다는 방침이며, 방송통신 인수합병 때는 과기정통부가 심사항목 등 심사 계획을 사전공개하고 방통위는 사안별로 사전동의 간소화‧효율화를 통해 심사기간 단축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현대HCN이 오는 15일 본입찰 결과에 따라 본격적인 인수합병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어서 정부의 이 같은 인수합병 간소화 절차의 첫 수혜 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

■ 현대HCN 물적 분할 심사 언제?

지난달 정부가 방송통신 인수합병에 대한 간소화 이행방침을 밝혔지만, 현대백화점그룹이 지난 4월말 현대HCN 매각을 위해 신청한 물적분할 심사는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방송통신사업 부문 매각을 위해 ‘현대퓨처넷’과 ‘현대에이치씨엔’으로 분할하고 현대퓨처넷이 분할 신설회사의 100% 주식을 보유하는 상장회사로, 현대에이치씨엔과 자회사인 현대미디어는 지분을 매각하는 물적분할을 결정한 바 있다.

이 같은 물적분할은 약 3천억원에 이르는 사내유보금이 매각회사인 현대에이치씨엔에 승계될 경우 매각 금액이 높아져 인수합병이 불발될 가능성을 고려한 조치다. 인수전에 뛰어든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경우 이미 지난해 티브로드와 LG헬로비전을 인수하면서 상당금액의 자금을 소모했기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매각대금이 높아지면 인수하는 측에서는 차입이든, 재무적 투자자 유치 등 자금 조달에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그런 점에서 물적분할은 인수합병의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물적분할이 먹튀?

일각에서는 이 같은 현대HCN의 물적분할을 두고 케이블TV 사업으로 번 돈을 다른 분야로 유출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을 내놓기도 한다. 소위 ‘먹튀’ 논란이다.

하지만 방송통신 기업이 해당 분야에서 마련한 재원을 어느 곳에 쓰는 지를 놓고 먹튀 운운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을 얻는다.

일례로, 통신사업자들이 가입자를 뺏고 뺏기는 소위 ‘빨랫줄 장사’에서 벗어나 ‘탈(脫) 통신’을 하겠다며, KT의 경우 2010년 금호렌트카, 2011년 BC카드를, SK텔레콤이 2018년 ADT캡스 등 비통신 분야의 기업을 인수했을 때 이를 먹튀라고 하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MSO들이 개별 SO를 인수합병하면서 덩치를 키워갈 때 현대HCN은 내실 경영을 선택한 결과란 게 업계의 해석이다.

실제, 이 같은 경영 전략은 MSO 간 부채비율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는 딜라이브와 CMB의 경우 부채비율이 각각 192.1%, 41.1%에 이르지만 현대에이치씨엔은 18%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해 매각된 LG헬로비전의 부채비율도 88.2%에 달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2000년 이후 티브로드와 CJ헬로가 각각 25개 SO, 딜라이브가 11개 SO를 인수합병 할 때 현대HCN은 5개 SO의 인수에 그쳤다”면서 “현대HCN이 인수한 SO도 사업을 확장시키려는 이유 보다는 동일 권역 내에 중복된 SO를 인수하면서 시너지를 낼려고 했다는 점도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물적분할의 자산배분에 대해서는 전문가 의견을 들어서 검토 중인데 실무진으로부터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라며 “그 부분에 대한 학계 등 문제제기가 있어 타당성에 대한 사전검토 필요성이 제기돼 들여다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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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물적분할에 대해서는) 특별한 경우라고 보고 개별적 검토를 하는 것이지만 향후 인수합병 심사가 진행될 경우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방안에 발표한 내용처럼 인수합병 기간이 축소될 수 있는 첫 적용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단, 업계에서는 앞서 매각 절차가 완료된 CJ헬로나 티브로드와 같이 지분인수나 교환이 아닌 현대에이치씨엔의 100% 매각이란 점에서 케이블 가입자의 가치를 정확히 산정할 수 있는 기준점이 될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또 이 같은 기준이 향후 딜라이브와 CMB의 가치를 매길 수 있는 척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