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코로나 재확산에 반·디 생산라인 투자 시기 고심

삼성 P3·LG E6, 당초 9월 착공 예상됐으나 4분기 이후로 밀릴 듯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0/07/14 08:11    수정: 2020/07/14 08:35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가 올해 하반기 신규 투자 계획을 두고 고심 중이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다시 두드러지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하반기 계획 중인 평택 'P3'와 파주 'E6' 생산라인에 대한 신규 투자 여부를 놓고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오는 9월부터 P3 착공을 시작하고, LG디스플레이가 이달 중 이사회 승인을 거쳐 E6 신규 라인에 대한 추가 투자를 단행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 항공 사진. (사진=삼성전자)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확산세가 또 다시 거세지면서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시장 예측과 달리 투자계획을 수정할 가능성에 점차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는 하반기 들어 반도체 수요 기업들이 반도체 재고를 늘리는 가운데 신규 스마트폰 출시에 따른 기대 효과도 예상보다 덜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는 탓이다.

일례로 애플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 5월부터 정상 영업을 시작했던 미국 내 애플스토어 매장을 다시 폐쇄하는 조치에 나섰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5월에 이어 6월에도 IT 업황이 회복 중에 있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아직 핸드셋 관련 기업들의 실적이 의미 있게 살아나지 않고 있다"며 "애플 신제품향 부품 생산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전까지 수요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전했다.


■ 메모리·비메모리 아우르는 평택 'P3', 투자는 4분기부터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신규 투자를 고려 중인 P3가 메모리 및 비메모리 반도체를 모두 양산할 수 있는 종합 반도체 라인으로 구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가 지난 5월 평택 공장에 극자외선(EUV) 기반 파운드리 생산라인을 구축한 데 이어 지난 6월 평택 'P2'에 6세대 V낸드 생산을 목표로 추가 투자에 나서는 등 평택캠퍼스를 종합 반도체 생산기지로 조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P3의 투자 시기는 9월을 넘어 4분기 들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상반기 시장을 견인했던 서버·PC용 수요가 3분기 들어 둔화되는 가운데 코로나19 재확산 조짐에 하반기 신규 스마트폰 출시 효과도 제한적일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하는 탓이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P3 투자는 코로나19 재확산 조짐에 따라 시장 상황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결정하겠다는 게 삼성전자의 기본 방침"이라며 "하반기 전방 산업의 수요 회복 여부가 투자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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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상반기 수요를 견인했던 서버·PC용 수요가 점차 줄면서 D램(DDR4 8Gb 기준) 현물가격이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시장조사업체 D램 익스체인지는 3분기 서버·PC D램 가격이 전분기 대비 5% 이상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증권 업계 한 관계자는 "평택 P3 신규 투자는 내년 반도체 시장수요가 어느 정도 파악된 이후에야 구체적인 품목과 규모가 결정될 것 같다"며 "현재 상황(코로나19 확산세)에서는 당장 9월에는 신규 투자가 이뤄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전했다.


■ 애플 전용 플렉시블 OLED 라인 'E6', 보완 투자 가능성 커

LG디스플레이의 E6 추가 투자는 애플의 차세대 '아이폰12 시리즈'에 적용되는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공급을 위한 목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구체적으로 별도의 신규 라인을 준공하는 투자(E6-3)가 아닌 기존 생산라인(E6-1, E6-2)을 보완하는 수준에서 진행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는 LG디스플레이가 중국의 물량 공세로 5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인 상황에서 당장 실적 반등을 견인할 기회 요인이 부족하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광저우 생산라인이 3분기 들어 가동을 시작해 연말부터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 생산량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출하량 증가를 위한 가격 인하와 공장가동에 따른 감가상각비 증가로 수익성 개선이 어려운 탓이다.

아이폰12 프로맥스 렌더링 이미지. (사진=기즈차이나)

시장조사업체 한 관계자는 "중국 BOE가 애플의 품질인증에서 떨어지면서 LG디스플레이가 애플에 공급해야 할 물량이 많이 증가했고, 이에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 생산라인에 대한 추가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라면서도 "다만, LG디스플레이의 현재 재무 상황이 좋지 않아 신규 라인을 조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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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관계자는 이어 "최근 광저우 공장이 가동에 돌입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유기발광다이오드 TV 시장의 수요가 예상보다 좋지 않다"며 "이에 신규 투자는 기존 라인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수준의 보완투자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애플은 올 하반기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를 적용한 4개의 아이폰12 시리즈(아이폰12·아이폰12 맥스·아이폰12 프로·아이폰12 프로맥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LG디스플레이는 아이폰12 프로맥스에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를 공급할 예정으로, 물량은 약 2천만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