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불법 보조금 과징금 왜 45% 깎아줬나

"재발방지책 실효성, 5G 확산 노력 차원 등 인정돼"

방송/통신입력 :2020/07/08 17:30    수정: 2020/07/08 17:33

방송통신위원회가 단말기 유통법을 위반한 이동통신 3사에 7일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45%를 경감한 이유에 대해 관심이 크다.

법 위반 정도와 조사 대상 기간을 고려할 때 최대 1천억원이 넘는 과징금이 나올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45%를 줄여 512억원만 부과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번 과징금은 지난 2014년 단말기 유통법 시행 이후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동시에 과징금 경감 폭 또한 역대 최대다.

한상혁 위원장은 그 이유에 대해 “수차례에 걸친 행정지도에도 위반행위가 지속돼 조사에 나섰지만 조사 이후 이통 3사가 안정적으로 시장을 운영한 점, 조사에 적극 협력한 점, 자발적으로 재발방지 조치를 취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과징금 감경비율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직접적인 과징금 감경 요인은 아니지만 코로나로 인한 산업 생태계 상황도 고려됐다. 이통 3사는 유통망과 장비협력사 등에 대한 상생지원책을 내놨다.

불법 보조금 관련 과징금은 관련 매출에 일정 비율을 곱한 금액의 범위 내에서 결정된다. 지난해 4월부터 8월까지 사실조사 대상 기간 중 이통 3사의 관련 매출에 부과기준율과 법 반복 위반에 따른 20% 필수 가중을 더한 기본 과징금은 930억원에 이른다.

단말기 유통법 이전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보조금 제재 역대 최대 과징금 1천36억원 규모에 이를 수도 있었지만, 이날 제재에는 재발방지책의 실효성이 인정된다는 등의 이유로 45%의 별도 감경이 이뤄졌다.

방송통신위원회

■ 이통사 실시간 자율 모니터링 체계 실효성 인정

이통 3사는 방통위 제재에 앞서 공동으로 판매 장려금 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추기로 했다. 이통사의 관리에서 벗어난 유통망에서 이뤄지는 불법 행위도 막겠다는 조치다.

통신사 공동 재발 방지책과 함께 개별적으로 마련한 방지책도 실효성을 인정받았다. 예컨대 KT는 11개 지역본부의 내부 경쟁에 따른 불법 행위를 막기 위해 예산 삭감과 개별 인사와 같은 제도를 만들기로 했다. LG유플러스는 온라인 매집의 불법을 방지하기 위한 시스템을 갖추기로 했다.

이같은 방안으로 같은 사유의 법 위반 행위를 하지 않겠다며 정부 대상으로 공개 약속을 한 셈이다.

방통위 상임위원은 재발 방지책을 시행하더라도 이용자 차별이 완전히 사라질 수 없을 것이란 지적에도 이통 3사는 장기간 시장 과열로 이어지는 상황은 막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통사가 먼저 제시한 방지책에 따라 제재 수위가 결정됐기 때문에 방통위는 이통 3사에 이 내용을 바탕으로 시정명령 이행계획을 제출받게 되고, 이행 과정을 점검케 된다.

만약 재발 방지책이 시행된 이후에도 유사한 법 위반 행위가 발생되면 징벌적 제재가 내려질 수도 있다.

■ 5G 확산 정부 드라이브 협조도 제재 수위에 반영

세계 최초 5G 통신 상용화 이후 정부의 5G 산업 확산 의지에 이통사가 협조하는 단계에서 일어난 법 위반이란 점도 일부 고려됐다.

허욱 상임위원은 “신규 단말기 출시를 앞둔 점을 고려할 EO 시장과열이 다시 예상되고 마땅히 엄중한 제재가 필요하다”면서도 “5G 확산을 이끌던 당시 정부 기조에 협력했던 점은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통사가 가입자 유치 시장에서 경쟁 과열을 일으켰다기보다 5G 통신 산업 확대 차원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설명이다.

이 과정 속에서 기기변경 가입자 비중이 고려됐다. 과거 이통사의 보조금 경쟁은 타사 가입자를 빼오기 위해 번호이동 가입 유형에 차별적인 보조금을 쏟아부었다. 반면 다섯 달에 걸친 조사대상 기간 중 공시지원금을 초과하는 법 위반 행위는 기기변경 중심이었다는 것이다.

기기변경 가입유형은 말 그대로 단말기만 바꾸는 가입 형태로 다른 통신사의 가입자를 빼오는 것이 아니라 기존 가입자와 다시 계약을 맺는 형태다.

표철수 부위원장은 “번호이동을 통한 가입자 이탈 경쟁이 아니라 기기변경 중심으로 공시지원금을 초과 지급하는 일이 생겼다”면서 “법 위반 60% 이상이 기기변경이란 점은 과거 가입자 빼앗기 경쟁보다 정부가 강하게 산업 육성 드라이브를 걸 때 이통사가 협력하면서 벌어진 일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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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기변경을 통한 공시 지원금 초과 지급에 문제가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마케팅 경쟁으로 이용자 차별을 일으킨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코로나19에 따른 산업 환경도 일부 고려됐다. 코로나 상황이 지속되면서 큰 어려움에 처한 이통사 협력사 대상의 대규모 재정지원에 나서기로 한 점에 제재 수위를 조절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