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으로 시행이 미뤄진 '재포장 금지제도'와 관련, 업계의 혼선이 없게끔 다양한 아이디어를 취합해 명확한 기준을 내놓겠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새로운 제도가 '1+1', '2+1' 등 묶음포장 할인 규제라는 오해를 풀기 위해 '재포장'에 대한 세부 기준을 더욱 구체화해 똑똑하고 효과적인 정책을 수립하겠다는 목표다.
홍정기 환경부 차관은 3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과대포장 줄이기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과대포장을 줄이는 것은 늘어나는 포장 폐기물 문제를 위한 필수 과제"라며 "소비자·기업·전문가로부터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 관련된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판촉 위해 포장된 제품' 구절이 오해 불렀다
환경부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양이원영·안호영 의원실이 공동으로 개최한 이번 정책토론회는 내년 1월 '제품 포장재질·포장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 시행에 앞서 업계와 전문가의 의견을 청취해보겠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정부는 당초 하반기부터 시행할 예정이었던 이 규칙을 세부지침을 재검토해 보완키로 했다. 제도 시행에 앞서 배포한 '재포장 가이드라인'이 문제였다. 환경부는 지난 달 18일 가이드라인에서 '판촉을 위해 포장된 상품을 2개 이상 묶어서 추가 포장하거나 사은품을 상품과 같이 포장하는 방식을 규제하겠다'고 밝혔다.
이 구절을 두고 판촉을 위해 단위제품을 2개 이상 묶어 포장하는 묶음포장 할인을 정부가 규제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더 나아가, 정부가 묶음포장 할인을 전면 규제하면 시장 가격경쟁 체제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에 환경부는 "가격 할인을 규제하려는 것이 아니라, 다시 포장하는 행위를 금지함으로써 과대포장으로 인한 폐기물 발생을 줄이려는 것"이라고 해명, 제도 시행 시기를 내년으로 미루고 적용대상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단순 판매'만을 위해 이미 포장된 제품을 다시 포장하는 '재포장' 자체가 문제라는 게 환경부의 입장이다. 이 과정에서 '판촉·가격할인을 위해 포장된 제품'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게 오해를 불렀다는 설명이다.
'재포장제품-종합제품' 구분 기준 필요해…지혜 모아야
재포장 금지는 생활폐기물의 35%를 차지하는 포장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매우 중요한 제도로 꼽힌다. 제도의 성공적 시행을 위해서는 제조자·유통자·소비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규제의 세부내용을 충분히 이해하고 합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목소리다.
토론회에 참석한 이채은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장은 "재포장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며 "단순 판촉을 목적으로 한 재포장과 법적으로 허용되는 종합제품은 다르다. 이를 구분하는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오는 10월까지 가이드라인을 다시 제작, 3개월간의 '적응기'를 거친 후 1월부터 재포장 금지제도를 시행할 방침이다. 그동안 소비자 여론조사와 함께 유통 현장 적용 가능성 검토를 병행한다.
특히, 쟁점이 됐던 사항을 모두 모아 제조사·유통사·시민사회·소비자·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협의체에서 아이디어를 모으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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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차관은 "비닐 폐기물이 너무 많이 나와 사회에서 처리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며 "생산·유통단계에서 재포장하는 행태를 재고려하고, 소비자·전문가·지자체·정부·국회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K-방역도 했는데, 'K-포장재 줄이기' 운동도 못하리란 법이 없다"며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아 정책을 수립·시행한다면 2022년까지 플라스틱을 30%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