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소송 당한 WD, NAS용 HDD 제품군 세분화

"SMR 방식 문제 없다" vs "문제 생긴다"..논란은 여전

홈&모바일입력 :2020/07/01 17:44    수정: 2020/07/03 10:32

WD(웨스턴디지털) 등 HDD(하드디스크 드라이브) 제조사들이 쓰기 속도가 떨어지는 SMR 방식을 HDD에 적용하고 이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다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특히 NAS(네트워크 저장장치) 특화 HDD인 레드(Red) 시리즈를 판매했던 WD는 미국과 캐나다 소비자에게 집단소송을 당한 상황이다.

WD가 NAS용 HDD 라인업을 세분화한다고 밝혔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이후 WD는 기존 레드 시리즈 제품군을 세분화해 CMR 방식과 SMR 방식 적용 제품을 나누겠다고 밝혔다. 또 SMR 방식을 적용한 제품도 NAS 등 작동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이런 WD의 해명에 여전히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 CMR→SMR로 기록 방식 바꾼 NAS용 HDD 출시

WD는 2019년 이후 출시된 NAS(네트워크 저장장치)용 제품인 레드(Red) 시리즈 중 일부 제품에 SMR(Shingled Magnetic Recording, 기와식 자기기록) 방식을 적용했다.

이 방식은 HDD 표면에 중첩 방식으로 여러 번 데이터를 기록해 단위 용량을 끌어 올리는 데 적합하다. 그러나 데이터가 기록된 영역 뿐만 아니라 데이터가 겹치는 주위 영역까지 데이터를 고쳐 써야 하기 때문에 기록 속도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WD가 2018년 백서에서 공개한 SMR 기술 작동 방식. (자료=WD)

지난 4월 미국에서 이 문제가 제기되자 각 HDD 제조사는 기술 문서와 제품 상세 정보 등을 수정·보완해 기록 방식을 명확히 밝히기 시작했다. 그러나 미국과 캐나다의 소비자들은 '소비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달했다'는 이유로 WD 대상 집단 소송에 들어간 상황이다.

■ "NAS용 HDD 라인업, 2개에서 3개로 세분화"

이처럼 여론이 악화되자 WD는 지난 6월 23일 공식 블로그를 통해 개선책을 공개했다. CMR 방식과 SMR 방식이 혼재되었던 제품 라인업을 명확히 분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조치는 기록 방식을 정확히 알지 못한채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들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WD 레드 시리즈는 지금까지 일반 소비자를 위한 '레드', 기업 등 특수 용도를 위한 '레드 프로'로 분리되어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두 제품 사이에 새 라인업인 '레드 플러스'를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WD가 공개한 레드 제품군 라인업 개편안. (사진=WD)

일반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레드 제품에는 SMR 방식이 적용되며 ZFS 등 파일 시스템을 적용한 대용량 스토리지용 제품인 레드 플러스와 기업용 시장을 대상으로 한 레드 프로는 모두 CMR 방식을 적용한다.

반면 WD의 최대 경쟁사인 씨게이트는 NAS 등 대용량 기록을 위해 쓰이는 제품에는 현재 SMR 방식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확인했다. 씨게이트는 "해당 제품은 모두 NAS용으로 설계된 제품이며 전량 CMR 방식으로 제조된다"고 설명했다.

■ WD "SMR 방식 HDD, 기존 제품과 성능 유사"

WD는 SMR 방식이 적용된 '레드' HDD에 대해 "연속 기록 작업에서 기존 CMR 방식의 제품과 비슷한 성능을 내며 제3자가 테스트한 결과에서도 성능이 검증되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SMR 방식이 레이드(RAID) 구성에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RAID는 MB(메가바이트), GB(기가바이트) 등 단위 기록 용량당 단가가 낮은 HDD를 여러 개 연결해 대용량 저장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술이다. NAS 등의 기기에서는 안정성 확보를 위해 최소 2개 이상의 HDD를 연결하며 저장된 데이터를 소실되지 않도록 보완한다.

RAID 5 구동 방식. 복구 데이터를 복수 HDD에 분산한다. (사진=LaCie)

이를 위해 같은 파일을 HDD 2개에 복제해 저장하는 레벨 1(미러링), 복구 정보를 3대 이상의 HDD에 분산하는 레벨 5 등이 가장 널리 쓰인다. 또 HDD에 물리적인 문제가 생길 경우 해당 HDD를 빼 내고 저장된 내용을 재구성하는 리빌딩 작업이 진행된다.

■ "SMR HDD, RAID 리빌딩시 문제 발생 가능성"

문제는 리빌딩 작업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NAS 등에 저장한 모든 데이터가 손실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작동 특성을 고려해 같은 시기에 생산된 같은 용량의 HDD를 장착하는 관습상 한 제품에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제품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리빌딩은 가능한한 빠른 시간 안에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WD는 "시놀로지나 큐냅(QNAP) 등 주요 제조사 NAS에서 리빌딩을 실행한 결과 기존 CMR 방식 HDD와 비슷하거나 조금 느린 정도일 뿐 문제가 없었으며 일부 조건에서는 소요 시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해명과 달리 소셜 커뮤니티 사이트 레딧의 대용량 데이터 관련 토론이 오가는 '데이터호더' 등 각종 포럼에서는 SMR HDD를 장착했다 리빌딩에 실패한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 문제는 기록 방식 변경 아닌 '투명성'

WD발 CMR/SMR 논란의 핵심은 '투명성'이다. 용도나 성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록 방식을 아무런 예고 없이, 또는 함구하다시피하며 바꿨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WD는 레드(Red) 제품군에 NAS 특화 등을 이유로 기존 HDD 대비 더 비싼 가격을 매겨왔다. (사진=지디넷코리아)

특히 레드 제품군은 NAS 전용 펌웨어 적용 등을 이유로 기존 HDD에 비해 더 비싼 가격에 팔렸다. 이런 제품에 성능이나 신뢰성 면에서 오히려 기존 제품보다 후퇴한 SMR 방식을 예고 없이 출시하는 것은 다소 이해하기 힘든 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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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논란 이후 아난드테크 등 해외 IT 매체는 NAS용 HDD 추천에서 SMR 방식을 적용한 '레드' 제품군을 제외했다. CMR 방식을 쓰는 레드 플러스와 레드 프로는 신뢰성이나 성능 등 논란에서는 자유롭지만 브랜드 이미지에 대한 타격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