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4차 산업혁명과 18세기 산업혁명의 공통점

김종훈 한국IBM 클라우드 & 코그너티브 소프트웨어 비즈니스 총괄 전무

전문가 칼럼입력 :2020/07/01 15:05

김종훈 전무

흔히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등의 기술이 주도하는 사회 변화를 4차 산업혁명이라 일컫는다. 2016년 이 용어를 처음 사용한 세계경제포럼 의장 클라우스 슈밥은 1,2,3차 산업혁명이 세상을 혁명적으로 바꾸었 듯 4차산업혁명은 세계 질서 재편의 주요 동력이 될 것이라 말한바 있다.

김종훈 한국IBM 클라우드 & 코그너티브 소프트웨어 비즈니스 총괄 전무

사실 AI는 우리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산업에 파고들고 있다. 최근 IBM과 모닝컨설트가 실시한 ‘글로벌 AI 조사’에 따르면, 미국, 유럽, 중국의 조사 기업의 34%가 AI를 채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시장 전망치인 10% 초반을 크게 뛰어넘는 수치다. 일각에서는 AI 진입 장벽을 낮추는 다양한 도구와 서비스가 크게 늘어난 것을 이유로 꼽았다. 물론 타당한 분석이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을 자세히 살펴보면, 보다 근본적인 힘이 AI의 확산을 이끌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로, 18세기 태동해 산업혁명을 견인했던 세 가지 요소, ‘언어,’ ‘자동화,’ ‘신뢰’가 오늘날 4차 산업혁명에서도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AI는 4차 산업혁명의 주 동력을 넘어 AI 그 자체로 새로운 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산업혁명 당시 무역과 상업의 눈부신 발전에는 새로운 상품이나 프로세스 등을 동일한 단어로 표현하는 언어가 큰 힘을 발휘했다. 물론, 상업을 위해 공용어를 사용하던 예는 중세 시대 링구아프랑카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지만, 18세기 산업 혁명과 함께 등장한 증기기관, 기차, 생산 라인 같은 단어는 2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영향력을 발취하며 우리의 일상을 혁신해왔다.

오늘날 4차 산업혁명에서는 AI 기술에 맞춰 새로운 단어나 언어를 만들어낼 필요는 없다. 대신, 기술이 인간 언어에 적응하고 있다. 자연어 처리(NLP)로 알려진 이 AI 기술은 인간 언어 텍스트의 구문을 이해하고 해석하기 위해 컴퓨터 언어를 사용한다. NLP는 인간의 감정, 사투리, 억양 등을 이해함으로써 컴퓨터 시스템이 보다 정확하게 인간의 언어를 분석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런 언어 능력을 통해 데이터 과학자들은 인간 언어를 AI 모델로 구축해 고객 관리, 운송, 금융, 교육 등 광범위한 분야를 개선하고 있다. 특히 각 프로세스에 맞춰 커스터마이징하고, 다양한 언어를 지원하며, 사람의 질문이나 명령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는 NLP의 능력은 보다 많은 기업이 AI를 받아들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 IBM은 최초로 자연어 처리 기술 상용화를 발표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인간 언어의 가장 까다로운 요소를 보다 명확하게 식별, 이해, 분석해 기업이 보다 통찰력 있는 데이터를 활용 할 수 있게 되었다.

1780년대 미국의 올리버 에반스는 주식이었던 밀가루를 만들기 위해 사람이 직접 밀을 옮겨 빻는 대신, 도르래와 양동이를 사용해 밀을 옮기는 최초의 자동 제분기를 만들었다. 이렇듯 노동 집약적인 작업을 자동화하는 것은 새로운 일은 아니다. 오늘날 기업이라는 식탁에 오르는 주식은 다름아닌 데이터다. 기업의 데이터 양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어서 이러한 데이터를 수집, 분석, 분류하는 단계에서 실로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데이터 과학자들이 AI를 보다 실질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알고리즘을 만들기 위한 사전 단계인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 및 분류하는 작업을 자동화하는 기술에 주목해야 한다. 지난해 IBM은 최초로 머신러닝 모델 구축 과정을 간소화하고 궁극적으로 AI모델의 구축, 배치, 관리를 자동화하는 기술을 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자동화 기술은 데이터 과학자들이 분석에 앞서 변수 값을 정의하고 조합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고, AI 모델 능력 표준화에 도움을 준다.

마지막으로, 18세기 산업혁명을 통해 얻은 혁신의 결과는 상업 발달을 통해 일상으로 흘러갔는데, 이러한 상업의 바탕이 바로 신뢰다. 제조 과정이 자동화 되고 무역 발달로 인해 소비자는 이제 더 이상 생산자와 직접 대면할 필요가 없어졌다. 생산자와 직접 맺던 신뢰관계 보다 제품에 대한 신뢰가 중요해졌다. 즉 기업 브랜드와 제품이 소비자와의 유대를 형성했다.

이런 관점에서 4차 산업혁명에서는 신뢰의 두 가지 측면이 소비자의 유대와 직결된다. 바로 개인정보 처리 및 AI알고리즘 결과가 바로 그것이다. ‘글로벌 AI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80%가 “공정, 안전, 신뢰”가 AI 기술 사용에 가장 중요하다고 답했다. 따라서 기업들은 GDPR 등 관련 규정에 발맞춰 개인 정보 관리의 투명성 및 신뢰도를 높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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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알고리즘의 결과가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양질의 데이터를 투입해야 한다. 가장 정교한 머신러닝 모델 조차도 때로는 편향된 결과를 낳는데, 이는 인간의 규범과 프로세스를 바탕으로 입력되는 데이터가 편향될 경우 부정확한 결과가 도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복잡한 알고리즘 과정 속에서 발생하는 편견을 감지하고 이를 사람이 확인할 수 있도록 가시화해 기업이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IBM은 알고리즘이 어떤 과정을 거쳐 결과를 도출하는지 그 과정을 투명하게 설명하는 AI 기술을 개발해 기업들에게 제공함으로써 AI의 신뢰성과 투명성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

18세기 산업혁명은 제조, 무역, 운송 등에 엄청난 경제 활동을 촉발 했다. 오늘날 AI혁명으로 불리는 4차 산업혁명은 이에 버금가는 새로운 성장의 물결을 몰고 올 것이다. PwC는 2030년까지 AI가 세계 경제에 16조 달러 가치의 기여를 할 것이라 예상했다. 그리고, 자동화, 언어, 신뢰 이 세 요소가 중심에서 이러한 변화를 이끌어 갈 것이다. AI를 통한 변화의 물결에 동참하고 혁신을 선도하고자 고민하고 투자하는 많은 기업들은 이 세 요소를 기억해야 한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