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환경·수익성 문제에도 인니 화력발전소 건설 강행 '논란'

"韓 에너지 현지 진출 발판 마련" vs "시대 착오"

디지털경제입력 :2020/06/30 17:41    수정: 2020/07/03 17:09

한국전력공사가 예정대로 인도네시아 자바(Jawa·자와) 9·10호기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사업을 추진한다. 국내에서는 탈(脫)원전, 국외에선 거꾸로 석탄발전에 투자한다는 부정적인 여론에도 사업을 강행하는 셈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사회에선 '우리가 사업 투자를 철회하면 중국 등 다른 나라에서 대신 사업을 추진할 것'이란 주장이 지지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 최초의 인도네시아 민자발전사업(IPP)인 이번 사업을 통해 현지 사업 확대의 발판이 마련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물론, 환경단체들은 한전의 결정에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전력은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임시 이사회를 개최하고, 단일 안건으로 상정된 '자와 9·10호기 석탄발전소 투자 계획안'을 의결했다.

'4兆 투입' 대규모 화력발전 프로젝트…두산重·중부발전도 간다

(사진=한국전력공사)

이 사업은 인도네시아 자바섬 서부에 위치한 반튼(Banten) 주에 2천메가와트(MW) 규모의 화력발전소 2기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사업 운영기간은 25년으로, 총 34억 달러(약 4조800억원)가 투입되는 인도네시아 정부 주도의 전력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한전은 인도네시아전력청(PLN)의 자회사인 인도네시아파워(IP), 현지 석유화학기업 바리토퍼시픽 등과 특수목적법인(SPC)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했다. 한전은 약 5천100만 달러(620억원)를 투자해 지분 15%를 확보했다.

특히 이번 사업은 국내 발전공기업과 금융사가 한 팀이 돼 참여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전 외에도 한국중부발전·두산중공업·수출입은행·무역보험공사·산업은행이 함께 한다. 중부발전은 현지 인력 파견과 기술 자문을, 수은·무보·산은은 사업 재원 조달 역할을 맡는다. 두산중공업은 발전소 건설 시공사로 합류한다.

자와 석탄발전소 9·10호기 구축 사업을 둘러싼 논란은 이날 이사회에서도 이어졌다. 앞서 한전 이사회는 지난 26일 개최한 이사회에서도 해당 안건을 상정했지만, 환경 단체의 반발과 수익성 문제로 이사회 내부에서 찬반 입장이 갈려 한 차례 보류됐다.

그러나 이사회는 회의 말미에서 투자를 철회해 만약 다른 나라의 자본으로 현지에 발전소가 건설될 경우 더욱 부정적인 결과가 초래될 것이란 주장에 손을 들었다. 환경 문제와 관련해서도 저탄소 석탄 기술을 적용하면 국제 기준보다 훨씬 엄격한 환경 기준을 준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확보되지 않은 수익성 전망에 대해선, 공공·수익성을 모두 고려한 분석법상 기준치를 충족했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한전은 “자바 9·10호기 사업은 두산중공업, 중부발전 등의 국내 기업과 ‘한국 팀’을 이뤄 참여하는 것으로, 인도네시아에서 추가사업 확대 기반을 마련하고 국내 기업들과 동반 성장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사업 강행 이유를 밝혔다.

"해외 석탄발전 투자는 이율 배반…국제 비난 불러올 것"

한국전력공사 나주 본사. (사진=한전)

환경단체들은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녹색연합은 "한전은 개발도상국의 현실적인 에너지 대안이라는 핑계를 대고 있다"며 "해외 석탄발전사업 투자를 확대해 나가는 이율 배반적인 사업 행태가 국제사회의 맹비난을 불러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환경단체인 기후솔루션은 "한전은 발전소 운영 수익 산정의 주요소인 전력판매량을 과도하게 낙관 산정했다"면서 이번 사업은 한전에 수십억대의 손실을 안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도 전날(29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정책 간담회에서 한전의 해외 화력발전 사업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그는 "정부가 그린뉴딜을 선언한 가운데, 해외 석탄화력발전 사업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는 것은 문제"라며 "석탄화력발전 사업에 대한 고집은 시대착오적"이라고 꼬집었다.

탈원전을 지지하고 재생에너지 발전 확대를 주장하는 여당 의원들도 같은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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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첫 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의원은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진행되는 석탄화력사업이 좌초사업이 되고 재무부담이 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며 "석탄발전소를 국내에서 짓든, 해외에서 짓든 이 사업은 우리 아이들 미래를 박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한전과 발전공기업은 해외 수출 투자에 대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권고안을 준수하고 있다"며 "환경 영향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검토해보겠다"고 답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