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은행 '수협은행'의 디지털 전략? 무조건 협력"

[DT의 주역들] 수협은행 이동우 디지털전략부장

금융입력 :2020/06/29 15:44    수정: 2020/06/29 15:45

금융 상품과 서비스가 더이상 금융사만의 전유물이 아닌 시대가 오고 있다. 오픈뱅킹·마이데이터로 정보통신기술(ICT)기업도 금융사의 경쟁자가 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로 전 영역서 디지털 컨택트(Digital Contact)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금융사와 핀테크 등의 디지털 시대의 오픈 파이낸스(Open Finance) 전략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Sh수협은행 이동우 디지털전략부장은 부장 중 가장 최연소 부장으로 1975년생이다. 수협은행은 올 초 조직 개편을 통해 처음으로 디지털금융본부를 신설했으며 ▲디지털전략▲디지털마케팅▲디지털개발 3개 부서가 배치됐다. 이중 디지털전략을 담당하는 이동우 부장은 자진해 디지털전략부로 갔다.

수협은행 이동우 디지털전략 부장이 최근 지디넷코리아와 인터뷰를 진행했다.(사진=수협은행)

최근 서울 송파구 수협은행 사옥에서 만난 이동우 부장은 "수협은행은 개인 고객이 거의 없는 기업 고객 위주의 은행이었는데, 비대면 채널을 통해 소매(리테일) 금융을 강화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면서 "마이데이터는 물론이고 금융서비스 유통 등에서 다양한 플레이어와 협력해 서로의 좋은 장점을 살릴 수 있도록 만들겠다"며 수협은행의 디지털 전략에 대해 제시했다.

■ 잇(it)자유적금 인기...유통·제조 분리가 플랫폼 시대 전략

수협은행이 내놓은 다양한 상품 중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상품은 단연 '잇(it)자유적금'을 꼽을 수 있다. 수협은행이 제휴한 업체서 수협은행 입출금통장을 개설하고 적금을 들 경우 최대 연 5% 금리를 줬던 고금리 상품이었기 때문이다. 이 적금으로 수협은행은 50만명의 고객을 모집했다. 

이 상품은 다른 은행들의 디지털 전략과는 결이 다르다. 금융 상품을 직접 만들고 자신의 모바일 뱅킹 애플리케이션(앱)에서 가입하기를 독려하기 보다는, 제휴를 맺은 플랫폼 업체서 가입하도록 만든 것이다. 예를 들어 토스에서 수협은행의 수시입출금적금 '잇(it)딴 통장'을 만들고 적금까지 가입하게 하도록 프로세스를 만들었다.

이동우 부장은 "우리 채널만 갖고 했을 때 어렵다고 봤다"며 "채널을 국한해서 생각할 필요는 없고 롯데멤버스나 네이버파이낸셜 등 대형 플랫폼을 통해 수협은행의 좋은 상품을 알리면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금융사들은 상품을 만들고 유통도 내가 해야 한다는 고전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데 유통을 잘 하는 기업이 있다면 유통을 맡기면 된다"며 "플랫폼 시대의 생각은 우리가 상품을 잘 만들고 유통은 유통을 맡기는 전략, 그러면서도 역량이 되면 우리 플랫폼도 키우는 듀얼(Dual)전략을 쓰는데, 수협은행은 일단 제휴사와 은행의 장점을 끌어내는 협업 전략이 일 번 이었다"고 부연했다.


■ 금리·편리·즐거움 동시에 잡는 상품 준비 중

수협은행 이동우 디지털전략 부장이 최근 지디넷코리아와 인터뷰를 진행했다.(사진=수협은행)

수협은행도 네이버파이낸셜·카카오페이 등 빅테크 기업의 금융 서비스 확장에 대비하고 있다. 이동우 부장은 "(빅테크들의 금융 서비스가)위협적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결국은 협업을 통해서 해소할 수밖에 없는게 아닌가"라고 운을 뗐다. 이 부장은 "은행은 금융 상품을 잘 만들고 리스크 관리를 잘했으며 고객에게 신뢰나 안정감을 준다"며 "(빅테크와) 경쟁 시 잘 활용하면 된다는 생각이 있다"고 답변했다.

수협은행은 대응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심층 면접을 진행했다. 수협은행 거래가 있는 고객, 거래하지 않는 고객 등에게 과연 원하는 금융 상품과 서비스는 무엇인지를 물은 것. 이동우 부장은 "모든 연령대 응답자는 금리 높은 상품을, 젊은 사람들은 무조건 편리한 것과 재미를 꼽더라"라며 "설문조사 결과 외에도 디지털 리더 데모데이를 내부적으로 열어 나온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어린 시절 작은 기계서 동물 등을 키우는 '다마고찌'를 응용한 상품, 게임과 융합한 상품이 나올 것이라고 귀띔했다. 또 7월쯤 카드와 연계한 고금리 소액 적금도 출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 지난 3월 개편한 모바일 뱅킹 앱 '헤이뱅크'의 초기 로그인 속도 개선 작업도 이뤄진다. 이동우 부장은 "당시 개편도 외주업체를 쓴 것이 아니고 내부 직원들이 업그레이드한 결과"라며 "하반기에는 오픈 애플리케이션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API)를 구축해 다양한 핀테크와 통신·유통·제조업체와 협업 사업을 진행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픈뱅킹에 대해서 이동우 부장은 "자주 이체하는 것들을 눈에 띄게 해서 원클릭으로 자동이체를 수협은행으로 변경하게 하거나 다른 은행서 자금을 쉽게 끌어와 충전하는 기능 등을 오픈뱅킹에서 선보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데이터3법 등 규제 환경 변화...협업으로 돌파

(사진=이미지투데이)

8월 5일 개정 신용정보법 등 데이터3법이 시행된다. 금융사와 핀테크 등이 가장 눈여겨 보는 것은 마이데이터(본인 신용정보 통합서비스)인데, 수협은행도 이를 협업으로 돌파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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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우 부장은 "디지털이란 결국 데이터를 활용한다는 것인데, 마이데이터는 초창기 비슷비슷한 서비스만 나오고 일반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 역시 협업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 방안이 있어 찾아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모바일 채널을 통해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해 고객의 금융소비 패턴과 니즈 파악하고 이에 기반한 맞춤형 서비스를 개발하여 제공할 것"이라는 청사진도 내놨다.

수협은행 이동우 디지털전략부장은 "규제가 엄청 빠르게 바뀌어 나가고 있어 오히려 라이선스를 보유한 곳은 라이선스가 없는 곳에 비해 역차별당하는 면도 있다"고 진단했다. 일례로 카카오뱅크가 카드 라이선스가 없다보니 4개 신용카드사와 제휴를 맺고 좋은 상품을 팔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이 부장은 "수협은행도 갖고 있는 채널을 통해 다양한 상품을 제공하고 플랫폼화할 수 있다면 그렇게 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