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공유경제로 생명보험·손해보험 구분 없어질것"

한국금융연구원 이석호 연구위원 "국내 보험사 새 패러다임 대비해야"

금융입력 :2020/06/23 14:00    수정: 2020/06/23 16:02

디지털의 영향으로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으로 나눠졌던 업권 구분이 없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23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코로나19 위기 이후 금융산업의 디지털 대전환' 세미나에서 한국금융연구원 이석호 선임연구위원은 "디지털로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간 장벽이 굳이 유지될 이유가 없어진다"며 "보험 개념은 재물 위주에서 사람으로 따라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 이미지투데이)

생명보험은 인(人)적 담보를 보상하고 손해보험은 일부 인적 담보와 물(物)적 담보를 보장한다. 하지만 디지털화로 보험은 재물을 보장하기 보다는 사람을 보장하는 형태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초연결사회의 출현으로 재물 자체에 대한 위험이 상당 부분 감소하고, 공유경제로 자동차 및 주택과 같은 재산 소유에 대한 의미가 줄면서 보험이 주로 보장할 주된 위험은 개인 상해나 배상책임이 될 것이란 부연이다.

이 연구위원은 "대표적인 예로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보험사가 운전자 주행습관 및 주행 정보 등을 보험료에 신속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게 되면, 차량이 아닌 운전자 중심의 보험 상품 개발과 보험료 체계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계약 분류가 존재하더라도 보험업법상에서 보험업의 구분은 위험 노출 주체별로 개인보험과 기업보험 등으로 나누는 것이 현실적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석호 연구위원은 디지털화로 보험에 대한 사고 방식 자체도 달라질 수 있다고도 예견했다.

이 연구위원은 "보험은 사후적으로 이미 발생한 사고를 수습하고 보상하는 기존 전통적 개념에서 사전에 사고를 예견하고 예방하는 데에 주 기능이 맞춰질 전망"이라며 "보험사와 보험계약자와의 관계도 기존의 사고 발생 후 보상을 위해 단순히 접촉하는 관계에서 벗어나 사고 예방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는 파트너 관계로 바뀔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례로 생명보험사는 '바이틸리티 프로그램'을 시행 중인데, 웨어러블 기기로 보험 소비자의 건강 관리를 돕고 사전적으로 질병 발생을 예방하고 있다.

다양한 4차 산업혁명 기술 중에서 블록체인 기술은 새로운 형태의 P2P(Peer-to-Peer) 보험을 활성화하고 보험금 지급 과정도 효율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P2P보험은 전통적 상호부조 형태인 '계'와 비슷한 형태로 보험가입자 공동으로 자본금을 분담하고, 직접 조직을 구성해 자체 운영하는 보험 사업 모델이다. 블록체인 기술이 참여자들의 원장을 공유해 대조한 뒤, 일정 수준의 합의를 이루면 원장의 진위를 가리는 기술이다 보니 P2P보험과 보험금 지급에도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석호 연구위원은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보험 소비자들도 예외없이 이미 디지털 트렌드에 익숙해져가며 금번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된다 하더라도 더 이상 과거의 전통적인 소비 방식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면서 "국내 보험사들도 새로운 패러다임에 빨리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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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지난해 컨설팅사 '배인 앤 컴퍼니'가 전 세계 보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많은 소비자들이 자신의 현재 보험사 또는 일반 보험사보다 최소한 하나 이상의 빅테크 기업을 신뢰했다.

이 선임 연구위원은 "아직 빅테크 기업이 보험업에 뛰어들고 있진 않지만 진입 후에는 새로운 지형으로 보험업을 바꿔놓을 것"이라며 "글로벌 보험사 경영진의 3분의 2이상 디지털화가 향후 자신들 보험사 미래의 경쟁력 확보에 가장 주된 관건이 될 것이라고 응답하고 있는 점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