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DC20] 애플, 올 연말 Arm 맥 출시 공식화

파워PC·인텔 이은 세 번째 이주.."성능·전력 효율 잡는다"

홈&모바일입력 :2020/06/23 04:49    수정: 2020/06/23 17:43

Arm 프로세서 이주를 선언하는 팀쿡 애플 CEO. (사진=키노트 캡처)
Arm 프로세서 이주를 선언하는 팀쿡 애플 CEO. (사진=키노트 캡처)

소문만 무성했던 애플의 '제집짓기'가 결국 현실화됐다. 애플은 22일 오전(이하 미국 현지시간) 온라인으로 진행된 WWDC(세계 개발저 컨퍼런스) 2020 기조연설을 통해 올 연말 출시될 맥부터 자체 설계한 칩을 탑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팀쿡 애플 CEO는 "오늘은 맥에 역사적인 날이다. 맥을 다른 차원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로서 1990년대 초반 모토로라 68K 프로세서, 1990년대 중반 파워PC칩, 그리고 2005년부터 지금까지 인텔 칩에서 이어진 애플의 '프로세서 셋방살이'는 30여 년만에 막을 내렸다.

애플은 2010년 이후 아이폰용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인 A칩 시리즈를 설계하며 얻은 노하우를 살려 올 연말부터 내놓을 맥 제품에 점진적으로 자체 프로세서를 투입하기로 했다. 또 앱 개발자들이 Arm 프로세서에 최적화된 앱을 개발할 수 있는 DTK(개발자 전환 킷)도 이번 주부터 제공하기로 했다.

■ "데스크톱급 성능·노트북급 전력 효율 잡겠다"

애플이 인텔 프로세서를 벗어 나 자체 프로세서를 맥에 투입하기로 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전력 효율성이다.

애플은 Arm 프로세서로 옮겨가는 이유로 전력 효율성과 자체 개발 IP를 들었다. (사진=키노트 캡처)

조니 루지(Johny Srouji) 애플 하드웨어 기술 부사장은 "데스크톱 PC는 성능이 높지만 전력 소모가 높고 노트북은 전력 효율성이 높지만 성능이 낮다. 애플 자체 칩을 탑재한 맥은 전력 효율성과 성능 면에서 모두 뛰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애플이 파워PC 칩에서 인텔로 이주할 때 내세웠던 이유와 일치한다. 그러나 전력 효율성 이외에도 한 가지 이유가 더 있다.

바로 아이폰을 개발하면서 만든 신경망 가속 기능인 뉴럴엔진, 아이패드의 고해상도 화면을 구현하기 위해 강화한 그래픽칩셋을 온전히 투입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 "모든 기본 앱, 자체 칩용으로 다시 만들었다"

애플은 자체 설계한 Arm 기반 칩을 적용해 인텔(프로세서)이나 AMD(그래픽칩셋) 등 다른 제조사의 스케줄에 구애받지 않고 새로운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됐다.

애플이 시연한 맥OS 빅서(11.0). 애플 A12Z 칩 기반으로 작동한다. (사진=키노트 캡처)

그러나 가장 중요한 문제인 소프트웨어 호환성이 남아 있다. 이에 대해 크레이그 페더리기 소프트웨어(SW) 엔지니어링 수석부사장은 "우리는 10여 년 전에 이 모든 길을 걸어왔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에 따르면 애플이 이날 시연한 맥OS 빅서(Big Sur)의 모든 애플리케이션은 Arm용으로 모두 재컴파일 된 것이다. 크레이그 페더리기 수석부사장은 "모든 애플 기본 앱은 애플 칩 탑재 맥 구입 첫 날부터 바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크레이그 페더리기 수석부사장은 또 "애플은 파이널컷프로와 로직프로 등 전문가용 프로그램의 변환을 끝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피스를, 어도비는 포토샵과 프리미어 등 주요 프로그램을 애플 칩용으로 변환중"이라고 덧붙였다.

■ 인텔용 소프트웨어 구동하는 '로제타2' 제공

애플은 기존 인텔 프로세서용으로 개발된 개발된 각종 앱을 애플 칩에서 구동할 수 있는 '번역기'인 '로제타 2'(Rosetta 2)도 함께 제공할 예정이다.

애플은 어도비가 Arm 칩용 라이트룸을 개발중이라고 밝혔다. (사진=키노트 캡처)

로제타는 과거 애플이 파워PC 칩에서 인텔로 이주할 때 이용했던 일종의 번역 프로그램이다. 인텔 맥에서 로제타를 이용해 파워PC칩용 프로그램을 돌렸듯 로제타2를 이용해 호환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오히려 소프트웨어가 아닌 하드웨어에 있다. USB 저장장치나 마우스, 키보드 등 일반적인 장치가 아닌 Arm용 맥OS에 적합한 드라이버를 제공할 수 없는 오래된 기기, 혹은 단종된 기기나 제조사가 사라진 기기는 더 이상 새로 출시될 맥 컴퓨터에서 쓸 수 없다.

■ "올 연말 자체 칩 탑재 맥 출시"

애플은 개발자들이 애플 칩 탑재 맥용 소프트웨어를 미리 개발할 수 있는 하드웨어 킷인 '개발자 전환 킷'(DTK)을 이번 주부터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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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개발자들을 위한 DTK(개발자 전환 킷)을 이번 주부터 판매한다. (사진=키노트 캡처)

이 기기는 아이패드 프로에 탑재된 A12Z 프로세서와 16GB 메모리, 512GB SSD와 맥OS 빅서(11.0) 베타 버전을 탑재했다.

애플은 또 자체 칩 탑재 맥을 올 연말에 내놓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어떤 모델이 탑재될 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주요 외신들은 맥북프로와 아이맥을 후보로 꼽았다. 또 애플은 앞으로 2년 안에 인텔 라인업을 정리하고 자체 칩으로 옮겨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