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갈등은 한국 반도체 산업에 커다란 기회가 될 수 있다. 특히 소재·부품·장비 분야의 엄청난 성장이 기대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세계적인 경기 침체가 야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화웨이에 대한 추가 제재조치에 나서면서 국내외 IT 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미·중 통상전쟁 재점화, 한국 기업의 대응방안'을 주제로 16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개최한 좌담회에서는 미·중 무역갈등이 오히려 한국 반도체 산업에 새로운 성장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왔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원 소장은 "중국은 한국과 달리 적자가 발생해도 투자를 멈추지 않는 나라"라며 "반도체 산업을 육성 중인 중국은 제품보다 기술이 중요하고, 이에 한국과 비교해 투입량의 3배, 4배가 넘어도 원재료를 사들여 투입한다. 이는 한국의 소재·장비 산업이 엄청나게 커질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또 "과거 한국이 D램 시장에서 일본을 추격하는 데 15년이 걸렸지만, 중국은 우리와 전략이 다르다"며 "중국은 장비부터 소재, 재료 등의 생태계를 갖고, 한 번에 퀀텀 점프를 노리고 있다"며 "한국도 미국과 일본처럼 언젠가 중국에 반도체 산업의 주도권을 넘겨줄 수밖에 없다. 결국,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일본 수출규제 조치에서 경험했듯이 중국의 목을 쥘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아이템을 고민해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도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다.
조용준 센터장은 "미·중 무역갈등은 양국의 기술패권 전쟁인 만큼 반도체가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며 "중국의 반도체 산업은 국산화 등을 통해 지속 성장할 것이고, 한국 기업들은 반사이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때 가장 큰 수혜는 반도체 소재·장비 업체들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중 무역갈등으로 중국 기업들이 미국산 반도체 장비를 사용할 수 없게 되면, 결국 한국 장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것"이라며 "이는 한국 반도체 산업이 성장할 엄청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주완 포스코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과 중국이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교역국인 만큼 기회를 살릴 수 있는 실리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주완 연구위원은 "미·중 무역갈등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불거진 것이 아닌 과거 오바마 행정부 시절부터 시작한 문제로, 이면에는 중국이 미국의 소프트웨어(SW)·반도체·통신·IT 산업을 추격하면서 생긴 마찰이 원인"이라며 "이는 미국 대선 이후, 정권이 바뀌어도 지속될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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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국은 수출액 기준으로 중국이 미국의 2배 이상 규모를 차지, 반도체 공급망에 있어서는 핵심장비 등에 대한 미국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라며 "고객 입장에서 중국이 중요하지만, 미국이 장비 수출을 막으면 한국 반도체 산업은 생산차질을 빚을 수 있다. 결국,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잘 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나아가 "최근 미국의 화웨이 제재조치에 메모리는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피해는 없지만,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는 대상에 포함된다"며 "대만 TSMC(시장 1위)가 화웨이와 거래를 하지 않겠다고 한 만큼 삼성전자가 수혜를 볼 수 있는 상황으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역시 화웨이는 퀄컴으로부터 반도체 구매가 어려운 만큼 삼성전자에 러브콜이 올 수 있다. 표면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이득을 볼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