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보산업연합회(정산연) 초대 회장이 누구인줄 아나? 정주영 회장이다. 연합회가 생각보다 많은 일을 하고 있어 깜짝 놀랐다."
정진섭 한국정보산업연합회(정산연) 회장은 최근 지디넷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확실히 융합 색깔을 띠겠다"며 이 같이 밝혔다.
IT·솔루션 기업 오픈베이스 창업자이자 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지난 3월 24일 정산연 17대 회장에 취임했다. 정산연은 1983년 설립된 사단법인이다. 회원사는 150여 곳에 달한다. 다른 단체와 다른 특징이 있다. 회원사가 대기업부터 중견기업, 중소기업을 망라한다. 회원사 업종도 소프트웨어(SW), 통신, 컴퓨터 등 다양하다. 디지털 혁신을 위한 정책 어젠다 제시와 회원사의 국내외 마케팅 지원과 융합 촉진, 한이음 ICT멘토링과 ICT학점연계 인턴십 같은 다양한 인력양성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56년생인 정 회장은 경남 진해에서 태어났다. 서울 경기고와 서울대 산업공학과와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미국 스탠포드대에서 시스템공학으로 석사와 박사 과정도 수료했다. 미국에서 창업후 한국에 돌아와 1995년 오픈베이스를 설립했다. 데이타솔루션, 나노베이스, 시큐웨이브를 관계사로 두고 있는 오픈베이스는 작년에 157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오래전부터 국제로타리클럽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그는 2018년부터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 동창회장도 맡고 있다. 요즘 다빈치코드를 영어 원서로 읽고 있는 그는 스트레스를 당구로 푸는 당구 고수(400이상)이기도 하다.
"다음 회장으로 나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을 뽑는 것도 내가 할 큰 일 중 하나"라는 정 회장은 연합회 숙원 중 하나인 사옥 마련에 대해서는 "사업도 그렇지만 준비가 돼 있으면 항상 기회가 온다"며 차근차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아래는 강남 테헤란로에 위치한 연합회 사무실에서 진행한 정 회장과의 일문일답.
-지난 3월 취임사에서 금융, 의료, 유통 등으로 회원사를 확대하겠다고 했는데
"이제 IT는 IT기업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은행도, 병원도 모두 디지털 기반으로 비즈니스를 하고 조직을 운영한다. 이들 기업도 모두 우리와 협력할 수 있는 대상이다. 앞으로 비 IT기업 임직원이 연합회 활동과 사업에 많이 참여하게 하고 싶다. 이들 기업이 필요로 하는 디지털 혁신 역량을 강화하도록 정보 교류와 네트워킹, 교육 등 다양한 사업을 발굴, 추진하겠다. 우리 대표사업인 CIO포럼을 보면 초창기에는 IT 회사들 모임이었는데 지금은 다양한 분야 회사들 CIO 모임이 됐다. 올해 처음 개최한 '디지털 리더스 포럼'도 반응이 좋다. CIO 포럼이 기술적이라면, 디지털 리더스 포럼은 인문학적 행사다."
-연합회의 대표적 사업 두 가지를 꼽으라면
"중요한 사업들이 많다. 굳이 두 가지를 꼽으라면 첫 째는 한국CIO포럼이다. 1997년 만든 CIO포럼은 국내 최대 CIO커뮤니티로 성장했다. 회원수는 600명이다. 매월 조찬강연회를 열어 정보교류와 회원 네트워킹을 지원한다. 연말에는 올해의 CIO상을 시상한다. 국내 CIO 위상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했다. 또 하나는 2004년부터 시작한 ICT멘토링 프로그램이다. ICT에 관심있는 대학생이 기업인 멘토 및 지도교수와 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해 현장성과 전문성, 창의성을 기르는 실무 인재양성 프로그램이다. 지난 16년간 총 1만5867건의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학생(멘티) 참여수도 5만2500여명에 달한다."
-코로나19로 경제와 기업이 어렵다. 특별히 준비하고 있는 회원사 서비스가 있나
"역사는 만나야 이뤄진다. 우리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다양한데 일단 연합회에 들어와 교류를 해야 한다. 우리 모토가 "정산연을 활용해주세요"다. 최근 우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여행 및 입출국 제한으로 해외 비즈니스 중단 및 연기가 기업이 겪는 가장 큰 애로였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수출 마케팅 사업을 베트남 지역을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는게 대표적이다. 현재 시장조사 중이다. 하반기에는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 비즈니스 상담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연합회가 활동하고 있는 국제기구도 적극 활용해줬으면 좋겠다. 연합회는 1984년부터 아시아/대양주 지역 IT 연합회인 ASOCIO(Asian Oceanian Computing Industry Organization)에 창립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또 1978년부터 세계 IT 커뮤니티인 WITSA(World Information Technology and Services Alliance)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 회장 임기가 3년이다. 어떤 회장으로 기억되고 싶나
"아직 부임한 지 두 달 밖에 안돼 말하기 적절치 않지만, 연합회 외연 확대에 기여한 회장으로 기억되고 싶다. 기존 IT중심 회원 구성을 금융, 유통, 서비스 등 비 IT분야 유수 기업으로 넓히고 싶다."
-정부가 IT강국에서 AI강국으로 가자고 선언했다. 30여년간 IT업계에 몸담은 경영자로서 어떻게 보나.
"먼저 우리가 IT 강국이라고 불릴 수 있을지, 또 자격은 있는 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한국이 IT강국, 정보화 강국으로 불린 이유는 다른 나라보다 앞서 인터넷 과 통신망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IT 강국을 논할 때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좋은 인력이다. 좋은 인력이 IT 산업쪽으로 많이 와야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IT 산업을 주창하던 2000년전 후가 그랬다. 그런데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심지어 IT 산업이 3D 업종으로 회자된다. 이런 분위기에서 우리를 IT 강국이라고 부를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인공지능도 마찬가지다. 좋은 인력이 이쪽으로 많이 와야 한다."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가 저성장에 신음하고 있다. IT는 저성장을 탈출시키는 지렛대가 될 수 있을까
"가능하다고 본다. 사실 코로나 이전까지만 해도 삼성전자가 더 잘 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는 여기까지인가?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코로나로 생각이 바뀌었다. 아직 더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세대와 지금의 젊은 세대는 많이 다르다. 우리 세대는 '아이러브 스쿨' 같은 세계적 서비스가 있었지만 해외에 나갈 생각을 못했다. 그때는 벽에 가려져 있었다. 지금은 이 벽이 없다.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는 '본 투 글로벌' 시대다. 이 벽을 뚫은게 BTS와 기생충이다. 지금 젊은 사람들은 세계로 나가는게 그리 큰 일이 아니다. 우리 때와 다르다. 이건 아주 큰 차이다. 미래가 밝다. 외국 TV를 자주 보는데 작년 겨울이후 계속 우리나라 이야기가 주요 뉴스로 다뤄지고 있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우리는 내수 시장이 작다. 글로벌SW가 탄생하려면 천재가 나와야 한다. 시장이 작으니 국내 시장에서 성공해 밖으로 나가는게 한계가 있다. 이를 극복하려면 정말 굉장한 무언가가 있어야 하고, 이건 정말 우리가 또라이라 부르는 천재급 인재만이 개발할 수 있다. 천재가 나올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나라 명성이 세계적으로 높은 게 젖가락 문화와 연관있다고 했다
"손으로 하는 건 우리가 정말 잘한다.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이 모두 젖가락을 사용하지만 우리가 제일 미세하다. 그래서 게임을 잘하고 반도체를 잘하고 골프를 잘한다. 코로나로 원격 교육, 원격 근무가 떴다. 이들 분야를 글로벌 기업이 장악하고 있는데, 잘 따라가면 몇년뒤 우리가 세계적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 우리는 따라가는 건 잘한다. 다시말하지만 그러러면 좋은 인력이 IT분야에 몰리게 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SW 등 지식산업에 제 값을 쳐주는 문화가 아닌데
"중국과 일본에 컨설팅하러 갔다가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중국이 컨설팅비를 그렇게 많이 쳐주는 줄 몰랐다. 땅덩어리가 큰 것과 관련이 있는데, 먼 거리를 이동해 컨설팅을 하기 때문에 항공비와 호텔비 같은 간접 비용을 많이 쳐준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우린 땅이 작다 보니 이게 안된다. 컨설팅이 발전하려면 땅덩어리가 커야 한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일본은 중국보다 땅은 작지만 장인정신을 중시해 제 값을 쳐준다. 우리도 컨설팅과 소프트웨어 같은 지식 산업에 제 값을 쳐주는 문화가 필요하다."
-설립한 오픈베이스는 어떤 회사인가. 올해 경영 목표는
"1995년 9월에 세웠다. 올해가 벌써 25주년이다. 설립 당시는 개방형 시스템, 즉, 오픈테크놀로지가 시작되는 시기였고, 우리 주력 사업이 데이터베이스였다. 그래서 회사명을 오픈테크놀로지에서 ‘오픈’, 데이터베이스에서 ‘베이스’를 따와 오픈베이스라 지었다. 나는 회사 이름이 곧 마케팅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하고 순수한 네이밍이었지만 우리 사업과 정체성을 잘 말해주고 있다. 가족회사로 데이타솔루션, 나노베이스, 오픈인텔렉스를 두고 있다. 데이타솔루션은 오픈베이스의 데이터 부문이 분사한 회사다. 2017년 코스닥에 상장했다. 나노베이스는 자체기술로 레이저분광 광학기기를 생산한다. 오픈인텔렉스는 논현동 사옥과 국내외 투자의 창구 역할을 한다. 매출은 작년말 기준 1574억원이다. 직원은 약 400명정도가 일하고 있다. 계열사들은 각사 대표 책임하에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매출 같은 정량적 목표도 각사가 알아서 정한다. 나는 매출을 안챙긴다. 대신 어떻게 인재를 모으고 기술을 축적할까를 고민한다."
관련기사
- 정보산업연합회 1회 디지털 리더십 포럼 개최2020.06.12
- 정진섭 정보산업연합회 17대 회장 취임..."산업계 대변자 역할 충실"2020.06.12
- 토요타, WRC서 '단 3초 차'로 역전 드라마 썼다…제조사 부문 우승2024.11.24
- 삼성전자, 특허소송서 美 반도체 기업 넷리스트에 '1660억' 배상2024.11.24
-오픈베이스의 5년 후, 10년 후 비전이 궁금하다
"여태껏 몇 천억 회사를 생각해본 적이 없다. 다만, 지난 20여년간 꿈꿨던 건 몇가지가 있다. 그중 몇가지는 이뤄졌다. 예를 들어 회사가 작을때, 호텔에서 마케팅 행사를 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이뤘다. 또 남들이 체육관에서 행사하는 것이 부러웠는데, 이것도 이뤄졌다. 직원 장례식장에서 회사 마크를 단 물품이 일관적으로 지원되는 것도 부러웠는데, 이것도 달성했다. 그런데 아직 두 가지를 못 이뤘다. 하나는 1분기에 적자를 탈피하는 거다. 또 하나는 우리 이름의 제품을 TV 광고에서 보는 거다. 돈을 주고 이미지 광고를 하는 건 지금도 가능하다. 이미지 광고 말고 우리 브랜드로 된 제품 광고를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