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방문한 SK하이닉스 청주공장 화학물질 상하차장에는 탱크로리에 실린 화학물질을 화학물질실 안에 있는 탱크로 옮기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SK 하이닉스 청주공장이 취급하는 유해화학물질은 황산, 불산, 암모니아수 등 총 29종에 이른다.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식각이나 장비 세정 등의 용도로 활용된다.
지금은 유해화학물질을 상하차할 때 작업자 외에 화학물질관리자 한 명이 직접 참여해 감독해야 하지만 개정된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이 내년 4월 시행되면 안전교육을 받은 취급자도 입회해 감독할 수 있게 된다. 기업은 안전관리 인력을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게 된다.
SK하이닉스 청주공장 가스케미컬 기술팀 15명 모두 교육을 이수해 유해물질 상하차 시 입회해 감독할 수 있다.
SK하이닉스 같은 대기업은 유해화학물질을 상하차할 때 입회할 수 있는 인력이 충분하지만, 인력난을 겪는 중소·중견기업은 이야기가 다르다.
보통 탱크로리 한 대분을 이송하는 데 두 시간가량 걸리는데 입회할 수 있는 화학물질관리자가 부족하면 그만큼 작업이 지체된다.
국내에 유해화학물질 상하차시 입회할 수 있는 사람은 지난해 기준으로 3만3천654명 수준이다. 하지만 자격증에 따른 급여 등의 부담으로 전문인력을 채용하지 못하는 기업이 많다.
정정희 SK하이닉스 화학물질안전팀장(테크니컬리더·TL)은 “유해화학물질 상하차 작업을 할 때 일정한 자격요건을 갖춘 화학물질관리자가 입회해야 해서 가용 인원이 한정적”이라며 “(중소·중견기업은) 입회자가 없어 작업이 끝날 때까지 대기해야 하는 일도 많다”고 밝혔다.
정 팀장은 이어 “화학물질관리자가 부족해 작업 대기시간이 길어지면 일 처리를 서두를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진다”며 “개정된 화관법이 시행되면 인력관리를 탄력적으로 할 수 있어 사고위험도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화관법은 2012년 구미 산업단지에서 발생한 불산누출 사고를 계기로 만들어졌다. 당시 화학물질 유통업체 직원이 탱크에서 불산을 빼내는 과정에서 누출돼 인명피해로 이어졌다.
2013년 화관법이 탄생하면서부터 업계에서는 높은 안전기준에 부담을 호소함에 따라 화학 안전의 원칙과 근간은 유지하면서 현장의 제도 수용성은 높이는 방향으로 두 차례 개정을 거쳐 내년 4월 시행된다.
장인락 SK하이닉스 청주가스케미컬 기술팀장은 “개정된 화관법이 시행되면 인력을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고 따로 제출해야 하는 2가지 보고서가 하나로 통합돼 심사 기간이 절반으로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화관법 개정 전에는 유해화학물질 취급기업은 장외영향평가서와 위해관리계획서를 모두 제출해야 하지만 내년 4월부터는 2가지 보고서가 화학사고예방관리계획서 하나만 제출하면 된다.
송용권 환경부 화학안전과장은 “보고서가 하나로 통합되면서 제출서류가 47% 줄어들고 각각 30일씩 소요되는 심사 처리기간도 절반으로 단축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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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개정 전에는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은 취급량과 관계없이 장외영향평가서를 제출해야 하지만 개정 후에는 학교, 실험실 등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외부영향이 없는 소량취급시설은 제출을 면제한다.
황석태 환경부 생활환경정책실장은 “화관법은 구미 불산사고를 계기로 만들어졌다”며 “규제를 완하하고 있지만, 국민 안전과 직접 맞닿아 있으므로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것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