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1조 8천억 IP투자 예고…시너지 극대화 업체는 어디?

선택과 집중 강조한 넥슨...IP 유통 및 배급 가능성도

디지털경제입력 :2020/06/08 11:54    수정: 2020/06/08 13:21

넥슨이 투자 예정인 15억 달러(약 1조 8천억 원)의 향방에 게임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넥슨 일본법인은 지난 2일 공시를 통해 글로벌 IP를 보유한 엔터테인먼트 분야 기업을 대상으로 대규모 투자를 나설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 4월 두 차례에 걸쳐 네오플로부터 차입한 1조 4천961억 원과 기존 보유 중이던 현금과 현금성 자산을 더해 대대적인 행보에 나서는 셈이다.

네오플로부터 거액을 차입할 당시 넥슨이 거액의 자금을 마련하는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은 이제 그 자금이 어디로 향할 것인지에 대한 궁금함으로 바뀌었다.

넥슨 판교 사옥 전경.

당분간 궁금증은 계속 커질 전망이다. 지금까지 공개된 내용은 이번 투자가 IP 포트폴리오 확보 차원에서 이뤄진다는 것과 엔터테인먼트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회사에 투자가 진행되며 경영권 확보는 목적이 아니라는 것 외에는 단서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게임업계는 넥슨의 투자가 유력 IP를 보유한 게임사를 대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한다. 시간이 갈수록 게임업계에서 IP의 중요함이 커지고 있는데다가 넥슨 관계자 중에서도 그간 흥행작이 뜸했던 이유로 내세울만한 IP의 부재를 꼽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이유다.

■북미-유럽 게임 개발사...IP 활용폭 넓어

넥슨의 시선은 북미와 유럽 게임 개발사를 향할 가능성이 있다. 높은 인지도를 지닌 IP를 보유한 게임사가 많으며 일본 지역 게임사에 비해 IP에 대한 비교적인 자유로운 작업을 인정하기에 활용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다만 유명 게임사는 시가총액이 적게는 11조 원에서 많게는 64조 원 수준으로 워낙에 크기에 다수의 기업에 투자하기보다는 한두개 기업에 집중해서 투자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테이크투 인터랙티브.

가장 눈길을 끄는 기업은 테이크투 인터랙티브다. GTA 시리즈와 레드데드리뎀션 시리즈를 개발한 락스타게임즈와 문명과 엑스컴 시리즈를 개발한 파이락시스 게임즈는 모두 테이크투 인터랙티브의 자회사다. NBA와 WWE 등 스포츠 종목을 소재로 한 2K 프랜차이즈와 명작 FPS 게임 바이오쇼크 시리즈를 보유한 2K게임즈 역시 테이크투 인터랙티브산하 기업이다.

이 중 문명과 엑스컴 시리즈는 모바일게임으로 개발하기 적합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북미와 유럽 지역에서 스포츠게임 시장 매출 규모가 매년 커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2K 프랜차이즈를 보유하고 있는 테이크투 인터랙티브는 더욱 눈길을 끈다.

외부 자금 수혈이 필요한 유비소프트도 눈길을 끈다. 유비소프트는 수백억 원의 개발비를 들여 지난해 출시한 디비전2와 고스트리콘 브레이킹포인트가 기대에 미치지 못 하는 성과를 내며 타격을 받은 바 있다. 그 여파로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구조조정을 통한 인력감축을 진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쌔신크리드 시리즈, 파크라이 시리즈 등 영향력 있는 IP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성장 모멘텀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평을 받고 있다. 자금이 필요한 유비소프트와 IP가 필요한 넥슨이 서로 상승효과를 낼 여지가 있는 조합이다.

피파와 심즈, 니드포스피드, 배틀필드 등 유력 IP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일렉트로닉아츠(EA)도 매력적인 투자처로 꼽힌다. 시가총액이 약 41조 원을 넘어서는 공룡기업이지만 지난해 3월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일본과 러시아 지사를 폐쇄하는 등 몸집 줄이기에 나서며 지출 줄이기 위한 행보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렉트로닉아츠 로고.

피파온라인 시리즈와 니드포스피드 엣지 등을 서비스하며 EA과 넥슨이 탄탄한 협업관계를 구축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피파온라인 시리즈의 수익모델이 콘솔 버전 피파 시리즈에 영향을 준 것으로 알고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투자 효과를 더욱 높일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북미 최대 규모 게임사 액티비전블리자드도 넥슨이 원하는 IP 포트폴리오 확보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선택지로 꼽힌다. 액티비전블리자드가 이미 콜오브듀티와 디아블로 IP의 사용 권한 계약을 텐센트와 넷이즈와 맺었을 정도로 자사 IP 활용에 적극적인 모습을 띄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日 게임사, IP 관리 깐깐하지만 시가총액 크지 않아 비용 부담 적어

일본 게임사에 주목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일본 게임사는 전통적으로 자신이 보유한 IP에 대한 권리를 강하게 주장하며 협업에 보수적인 모습을 보이는 편이며, 협업을 하더라도 까다로운 검수 때문에 작업 속도를 내기 힘든 것이 특징이다.

다만 주요 게임사의 경우 대부분이 시가총액 10조 미만이기에 북미와 유럽 게임사 대비 비용 부담을 덜고 투자를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경우에는 한두개 기업에 집중하지 않고 다수 기업에 투자가 진행될 여지도 있다.

스퀘어에닉스.

일본 게임기업 중 글로벌 IP를 보유한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최근 파이널판타지7 리메이크를 출시해 게임업계에 시선을 집중시킨 스퀘어에닉스와 스트리트파이터, 바이오하자드, 몬스터헌터 등 유명 IP를 대거 보유한 캡콤이 있다.

스퀘어에닉스는 파이널판타지 시리즈 외에도 킹덤하츠, 크로노트리거, 성검전설 등 90년대와 2000년대를 대표하는 RPG IP와 툼레이더와 데이어스 엑스 등 어드벤처 IP도 확보하고 있다.

캡콤 역시 보유 중인 IP가 대부분 글로벌 IP라는 특징이 있는 기업이다. 일본 게임사 중 북미-유럽 지역 게임사와 개발력이 전혀 뒤처지지 않았다는 평을 받았을 정도로 탄탄한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주목 할만하다. 매출 대부분이 콘솔 플랫폼에 몰려 있어 플랫폼 확장 니즈가 크다는 점과 VR 콘텐츠 개발로 인한 개발비를 확보하기 위해 외부 자금을 들여올 필요도 있다는 점도 넥슨의 캡콤 투자 가능성을 높인다.

코나미도 넥슨의 자금이 향할만한 게임사다. 대작을 개발하기보다는 적은 비용을 들여 고수익을 내는 게임 개발에 집중하는 행보를 이어가는 통에 유력 IP 보유 게임사라는 이미지가 흐려지기는 했지만 코나미는 여전히 악마성과 사일런트힐, 메탈기어솔리드 등 쟁쟁한 글로벌 IP를 지니고 있다.

코나미

코나미에 투자할 경우에는 IP 수급이 비교적 용이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코나미가 신작을 만들기보다는 과거 콘솔에 선보였던 IP를 활용해 모바일게임으로 내려는 기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 소닉과 풋볼매니저, 토탈워 등의 유력 IP가 있음에도 게임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세가사미홀딩스(세가) 역시 투자대상으로 지목된다. 다만 세가사미홀딩스의 주요 매출원이 파칭고 산업이라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자칫 넥슨의 기업 이미지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이다.

■선택과 집중 강조한 넥슨...개발 목적 외의 IP 확보 여부도 관심사

넥슨이 올해 강조하고 있는 기조는 선택과 집중이다. 당장의 성과보다는 미래 가능성에 투자하며 여러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작년까지와는 달리 넥슨은 올해부터 확실한 성과를 낼 수 있는 것과 가장 잘 할 수 있는 부분에만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문명 모바일을 비롯해 준비 중이던 다수의 내부 프로젝트가 중단됐다는 소식은 이런 기조에 기인한다.

이 때문에 넥슨이 자금을 투자해 IP를 들여와 게임을 직접 개발하기보다는 IP 유통이나 배급 권한만 확보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이미 과거에 다수의 IP를 확보해 동시다발적으로 게임 개발을 진행했지만 신통치 않은 성적을 거둔 전례가 있다는 점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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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넥슨이 말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워낙에 다양한 분야가 존재하는 산업이다. 게임산업이 아닌 영화나 방송, 음악 등에 투자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라며 "다만 넥슨이 올해 강조하고 있는 선택과 집중이라는 키워드를 감안하면 넥슨이 다른 부문으로 판을 벌리기보다는 게임 부문에서 더욱 큰 성과를 내기 위한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는 예상을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넥슨은 엄연한 퍼블리셔다. 투자를 통해 IP 판권을 확보하고 해당 IP를 글로벌 지역에 배급하는 역할을 할 여지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을 듯 하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