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도어’ 카드 잃은 美…화웨이 봉쇄 균열 생길까

화웨이, 스페인 정부 CC 인증 획득…백도어 통한 정보 탈취 우려 해소

방송/통신입력 :2020/06/05 15:26    수정: 2020/06/07 14:07

미국 정부가 중국 통신장비 제조업체인 화웨이의 손발을 묶는 데 활용했던 ‘보안 우려’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화웨이가 자사 5G 통신장비에 보안 취약점이 없다는 내용의 국제 인증을 획득했기 때문이다.

미국이 화웨이 산 5G 통신장비의 확산을 막는데 활용했던 핵심 근거를 잃으면서, 네트워크 장비 시장에도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5G 상용화를 준비 중인 사업자는 한층 부담없이 성능·가격 등 요소만 판단해 5G 통신 장비를 도입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5일 화웨이는 자사 5G 기지국 장비에 대해 국제 보안 CC(Common Criteria) EAL4+인증을 최종 획득했다고 밝혔다.

(사진=씨넷)

CC인증은 정보기술의 보안 기능과 보안 보증에 대한 국제 평가 기준이다. 스페인 정보국 산하 인증기관인 CCN에서 최종 발급됐으며, 화웨이가 받은 EAL4+ 등급은 네트워크 장비로 취득할 수 있는 최고 레벨이다.

화웨이가 자사 5G 장비에 백도어를 설치해 경쟁국의 민감 정보를 탈취할 수 있다는 보안 우려는 미국 정부가 화웨이 제재에 활용했던 핵심 근거였다. 이는 우방국을 대상으로 한 화웨이 봉쇄로 이어졌다. 미국은 영국·프랑스·일본 등 국가를 대상으로 화웨이의 네트워크 장비를 도입할 경우, 정보를 공유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으며 화웨이에 대한 제재의 수위를 높였다.

화웨이는 미국의 봉쇄에 대응하기 위해 자체 운영체제·모뎀 칩 등을 개발하는 한편, 미국이 주장하는 백도어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분투했다. 5G 네트워크 장비 수출을 위해 해외 정부 및 파트너사의 불안을 없앨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화웨이의 자발적인 소스코드 공개 비백도어 협약 참여 선언으로도 이어졌다.

화웨이는 자사 장비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CC 인증을 떠올렸다. 글로벌 정부가 납득할 수 밖에 없는 보안 인증을 통해 이미지를 쇄신하겠다는 뜻이다. 화웨이는 2018년 스페인에 CC 인증을 요청한 이후 최종 인증서 발급을 기다렸고, 1년 반이 흐른 올해 인증서를 받았다.

화웨이가 네트워크 장비의 보안 우려 해소를 위해 분투하는 사이, 미국 정부의 화웨이 봉쇄는 또 다른 국면을 맞았다. 프랑스·독일 등 국가를 필두로 해외 국가 및 사업자들이 화웨이 장비에 대한 제재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고, 이는 화웨이 봉쇄가 느슨해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러나 미국은 되려 화웨이에 대한 제재의 수위를 높였다. 이는 지난달 18일 추가 제재를 통해 미국의 반도체 관련 기술을 일정 부분 사용해 화웨이에 납품하는 업체들에도 정부의 승인을 받도록 제재하는 데 이르렀다. 이는 대만 TSMC의 화웨이 공급 중단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번 화웨이의 CC 인증으로 5G 상용화를 준비 중인 국가 및 사업자는 장비 제조사 선택에 부담을 덜 것으로 예상된다. 화웨이 봉쇄의 핵심인 보안 우려가 해소되면서, 각국 정부 역시 화웨이 산 장비 도입에 반대할 근거가 희미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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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능 및 가격 경쟁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 확대를 노리는 화웨이 입장에서는 숨통이 트이게 됐다. 화웨이는 지난해 미국의 제재가 본격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전년 대비 19.1% 성장한 매출과 5.6% 증가한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선방했다.

화웨이는 CC 인증 획득을 계기로 보다 공격적인 해외 확장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열린 애널리스트 서밋에서 귀핑 화웨이 순환 회장은 ”미국 정부의 지속적인 압박에도 불구하고 화웨이는 폐쇄와 고립으로 나아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그동안 화웨이 장비를 도입하는 공급업체와 함께 급성장했고, 앞으로도 고객사와 함께 동반 성장함으로써 글로벌 공급체인을 확고히 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