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부터 부분자율주행 자동차가 도로를 달리게 되면서 관련 보험 상품의 필요성이 커졌지만 손해보험업계의 대비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고 책임을 명확히 가를 제도적 장치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탓이 크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레벨3 자율주행 자동차의 상용화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주요 보험사는 여전히 상품 준비에 뜸을 들이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토교통부는 연초 부분자율주행차 안전기준을 공개하며 7월부터 '자동차로 유지' 기능을 탑재한 자율주행차를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자율주행차는 운전자 개입 정도에 따라 레벨0에서 레벨5까지 6단계로 나뉘며, 레벨3은 제한된 구간에서 운전자와 자율주행시스템(ADS) 사이에 수시로 제어권 전환이 이뤄지는 조건부자동화 단계를 뜻한다.
특히 5월엔 '자율주행 자동차 상용화 촉진과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보험사의 역할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해당 법안엔 국토부 허가를 받아 '시범운행지구'에서 자율주행차로 여객화물을 운송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는데, 여기서 발생할 인적물적 손해를 배상하고자 책임보험에 가입해야 한다는 조건도 붙어 있어서다.
그러나 국내에서 자율주행차 보험을 판매하는 회사는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두 곳에 불과한 실정이다. 그마저도 개인보다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거나 테스트하는 기업과 연구기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현대해상의 경우 2017년 업계 최초로 자율주행 시험운행차 전용 상품을 선보인 데 이어 지난달엔 ‘자율주행차 위험담보 자동차보험’을 내놨다.
이 상품은 자율주행 모드 중 자율주행차량시스템 또는 협력시스템(도로교통법상 신호기와 안전표지 등) 결함, 해킹 등으로 타인에게 발생한 모든 손해를 보상해준다. 또 자율주행차 사고의 책임 소재 규명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보험금을 선지급한 뒤 사고 원인에 따라 배상의무자에게 구상하도록 했다.
삼성화재는 법인 소유의 시험용 자율주행차를 대상으로 한 상품을 판매 중이다. '시험용 운행담보특약'을 개정해 ▲자율주행과 자율주행차 정의 ▲배상책임에 대한 보상규정 ▲운전자의 피보험자성 인정 등을 명확히 한 게 특징이다.
하지만 이 외에는 마땅한 상품을 찾아볼 수 없다. 이처럼 보험사가 관련 상품을 내놓는 데 신중한 태도를 고수하는 것은 아직 자율주행차에 대한 토대가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사고 책임이 운전자와 제조사 중 어디에 있느냐를 따지기 어렵다는 게 첫 번째다.
‘자동차 손해배상 보장법’ 개정으로 큰 틀이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지만, 여전히 논쟁의 여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법에서 사고 원인을 기술적으로 규명하도록 자율주행정보 기록 장치를 부착하고 사고조사위원회도 꾸리도록 하고 있으나, 그 원인을 정확히 가려내긴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적지 않다.
연구에 참고할 만한 데이터가 부족한 것도 상품 개발을 늦추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지금까지 관련 상품이 일부 업체를 중심으로만 판매된 탓에 사고 배상 사례도 많지 않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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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보험에 가입한 자율주행차가 약 200대에 불과해 유의미한 통계를 내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관련 시장이 어느 정도 형성돼야 각 보험사가 관련 상품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사고 책임 소재에 대한 법 조항도 보다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