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기업 업무방식에도 '뉴노멀(새로운 일상)'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미국의 페이스북, 트위터 등은 코로나19가 종료된 이후에도 재택근무를 원하는 직원의 경우 신청을 받아 허락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국내에서는 SK그룹이 코로나19 이전부터 최태원 회장의 뜻에 따라 격주 주4일 근무제와 자율좌석제 도입 등 업무환경 혁신을 꾀하는 중이다.
목표는 '직원 행복' 극대화다. 직원이 행복해야 경영환경이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결속력을 강화하고 지속적인 업무가 가능하다는 취지에서다.
SK이노베이션은 이의 일환으로 '1+3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본격적인 업무환경 변화에 앞서 지난달 18일부터 한 달을 기준으로 첫 주는 사무실에 출근하고, 나머지 3주는 오피스 프리 기간으로 원격업무를 진행하는 것이다. 오피스 프리 기간에는 재택근무를 비롯해 어디세서든 자유롭게 근무할 수 있게 한 것.
이 변화를 직접 체감하기 위해 지난 2일 SK이노베이션을 방문했다. 방문한 날은 자율근무가 시행된 첫 번째 주였던 만큼 업무 공간은 한산한 편이었다.
■ 직원 행복도 증진 위한 업무환경 테스트 시작
SK이노베이션에는 우선 직원 별 지정 좌석이 없었다. 업무공간이나 데스크탑 PC 등 기기가 필요한 직원은 출근 전 모바일 앱으로 원하는 자리를 예약하면 사용할 수 있다. 개인 좌석이 없는 만큼 직원 개인 물건을 보관할 수 있도록 별도의 개인 사물함을 사용할 수 있다.
더 자유로운 업무 환경을 원하는 직원은 카페테리아와 도서관으로 꾸며진 20층과 21층에서 개인 노트북으로 일을 할 수도 있다. 모든 업무는 VDI환경에서 진행되는 만큼 특정 PC에 종속돼 작업해야 할 필요가 없다.
또한 직원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마사지 의자가 설치된 마사지실을 비롯해 다양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다만 마사지실은 코로나19로 인해 잠시 사용이 중단된 상황이다.
회의실도 모바일 앱으로 예약할 수 있다. 회의실이 예약되면 참가 멤버에게 일정 및 시간을 비롯해 지도까지 메시지로 제공해 혼선을 최소화했다.
개인마다 출퇴근 상황이 다른 만큼 회의가 필요한 경우에는 업무메신저 등을 통해 전날 미리 일정을 조율한 후 진행된다.
이를 통해 SK이노베이션 직원은 매일 1회 이상 진행되던 회의를 주 1회 수준으로 줄이고 1시간 이상 걸리던 출퇴근 시간을 절약하고 보다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1+3 도입 담당자인 기업문화본부 HR전략실 진연진 부장은 "초반에는 익숙치 않아하는 구성원들도 있었으나 현재는 도입 취지에 공감하며 각자 상황에 맞게 업무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실험에 동참하고 있는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이번 테스트는 재택근무 등 변화된 업무환경의 효율성과 더불어 직원의 행복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함이다. 테스트에 참가한 부서는 매일 어떤 업무를 진행했는지 보고하고 출퇴근 여부 및 이로 인한 본인의 행복도 변화까지 제출해야 하다.
SK이노베이션에서 진행 중인 한 달간의 테스트 결과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주재하는 8월 이천포럼에서 공유될 예정이다. 한 달간의 테스트가 긍정적이라면 이를 기반으로 한 변화가 SK그룹 전체로 확산될 전망이다.
■ 개인 역량 및 창의력 극대화 지원
SK이노베이션은 개인의 역량과 창의력을 극대화 할 수 있도록 업무 보고체계를 간소화하고 사내교육 플랫폼인 마이써니를 통해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특정 부서의 한 직원이 새로운 일을 하고 싶다면 바로 상부에 해당 업무를 진행할 것임을 밝히고 시작하면 된다. 필요할 경우 사내에서 뜻이 맞는 직원을 모아 함께 진행할 수도 있다.
만약 진행 중 다른 부서에서 비슷한 업무를 실시하고 있는 것이 확인되면 그때 해당 부서원과 조율하면 된다.
실제로 언론홍보를 담당하는 한 직원은 기존 언론홍보업무 외에도 자발적으로 직원들끼리 뜻을 모아 사내 유튜브 채널을 이용한 콘텐츠를 제작해 인기를 끌기도했다.
■ 업무혁신 기술보다 기업문화 개선이 중요
발 빠르게 업무혁신에 나서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이지만 화상회의나 업무 협업 서비스의 사용은 예상보다 많지 않은 편이었다.
사내 메신저로 오늘 할 일에 대한 업무를 보고하고 중요한 회의가 있을 경우에만 사내 모바일 앱으로 상황을 전파하거나 타부서 직원에게 연락을 하는 수준이다. 부서 내 주요 업무 관련 소통은 메신저로 진행하며 간단한 업무 회의는 그룹통화로 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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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영 과장은 IT환경에서 복잡한 업무를 진행하는 IT전문 기업이 아니라면 업무 환경 개선에 필요한 것은 기업문화의 개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새로운 변화를 기업에서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중요하다고 본다”며 “이직한 지 1년째 되는데 타 회사에선 시도하기 힘들었을 일을 현실화하는 것을 보면 리더의 의지와 받아들이는 관리자와 직원의 자세가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