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속 디지털자산 지갑 클립, MZ세대 新재테크 수단될 것"

한재선 그라운드X 대표 인터뷰

컴퓨팅입력 :2020/06/02 10:09    수정: 2020/08/26 14:54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통해 암호화폐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서비스로 알려지면서, 개발 단계부터 큰 관심을 모은 '클립'이 드디어 베일을 벗는다.

클립은 단순 암호화폐 지갑을 넘어, 암호화폐에 관심이 적은 일반 사용자에게도 가치를 줄 수 있도록 '디지털 자산 지갑'으로 진화했다.

암호화폐는 물론 게임 아이템, 할인 쿠폰, 마일리지, 당첨권 등 경제적 가치가 있지만 그동안 소유권을 명확히 주장하고 자산화하기 어려웠던 것들이 '디지털 자산'으로 쌓이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다.

카카오 블록체인 기술 계열사 그라운드X의 한재선 대표를 지난 27일 서울 삼성동 사무실에서 만나, 곧 출시될 클립에 대해 궁금한 점들을 상세히 들어봤다.



■디지털 활동이 자산이 되는 시대...클립이 활짝 연다



Q.클립은 어떤 서비스인가?

"클립은 디지털 자산 지갑 서비스다. 여기서 디지털 자산은 디지털 세상에서 자산화 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개인정보와 데이터 등을 포함한다. 암호화폐도 디지털 자산의 한 종류다.

클립은 암호화폐 이외에도 자신이 만든 콘텐츠나 디지털 상품권, 할인권, 쿠폰, 마일리지 등이 담길 수 있는 자산 지갑이라고 보면된다."

Q.디지털 자산이 새로운 개념이라 낯설다. 디지털 자산은 어떻게 획득할 수 있는 건가?

"가장 쉬운 예로 게임 아이템을 들 수 있다. 이전까지 게임 아이템의 소유권은 개발사에 있었다. 거래할 방법이 없는 건 아니지만 내가 소유권을 가지고 거래하는 게 아니라 간접적인 방법으로 거래를 해야 했다. 또 개발사가 게임을 접어버리면 다 무용지물이 되는 구조였다.

게임 아이템이 디지털 자산화되면 이용자가 게임에서 획득한 게임 아이템은 게임사의 소유가 아니라 이용자의 것이 된다. 게임을 그만두더라도 이 아이템을 가지고 직접 거래할 수 있다.

디지털 자산에서 정말 중요한 개념은 개인이 만들어낸 디지털 결과물에 대한 소유권이 개인한테 오게 된다는 점이다. 소유권이 생기면 누구와 거래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게 된다. 이렇게 자산화할 수 있는 디지털 활동의 결과물들이 점점 더 많아질 것이다."

Q.서비스 출시와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디지털 자산은 어떤 것이 있나?

"시작은 두 가지 종류의 디지털 자산으로 하려고 한다. 암호화폐, 즉 토큰과 NFT(대체 불가능 토큰) 카드다. 특히 NFT 카드에 공을 많이 들이고 있다. NFT 형태로 여러 종류의 디지털 자산을 담아보려고 한다.

일반 유저들에게 암호화폐 보다 할인권, 쿠폰이 더 와닿을 수 있다고 본다. 그라운드X가 이런 것들을 다 직접 발행할 수 없기 때문에 디지털 자산을 구현할 수 있는 NFT기술을 파트너들에게 지원하고 있다.

1차적으로 클레이튼(그라운드X 자체 블록체인으로 클립의 기반이 되는 인프라) 서비스 파트너들이 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서비스의 할인권, 쿠폰, 각종 인증서를 발행할 수 있게 할 것이다. 그 다음에 파트너를 더 넓히려고 한다. 블록체인이 아닌 서비스도 포함시킬 것이다.

처음에 빈 지갑만 제공하진 않을 것이다. 클레이를 거래소에서 사와서 활동을 시작하지 않아도, 활동을 하다보면 클레이가 생기고 다른 형태의 디지털 자산을 살 수도 있을 것이다. 유저 입장에서 서비스가 이 안에서 완결되는 구조를 만들려고 한다."

Q.암호화폐 지갑으로 클립이 가진 강점은?

"일반 암호화폐 지갑과 비교하면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굉장히 많은 부분이 바뀐다. 카카오톡 아이디로 로그인하기 때문에 길고 복잡한 암호화폐 지갑 주소를 몰라도 된다. 그냥 친구 리스트에서 선택하면 암호화폐를 보낼 수 있다. 키도 그라운드X가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사용자가 분실·유실할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전송 속도도 일반 모바일 뱅킹 수준으로 빠르고 수수료도 없다. 블록체인 몰라도 직관적으로 모바일 서비스 쓰듯이 쓸 수 있다. 지금 블록체인 지갑들은 이렇지 못하다. "

한재선 그라운드X 대표



■재테크에 밝은 MZ세대...이미 잠재적 디지털 자산가



Q. 클립의 주요 타깃을 MZ(밀레니얼·Z세대)세대로 보고 있다. 이유는?

"클립은 2030세대를 주요 타깃 고객으로 보고 있다. 2030세대들이 디지털 자산을 생산하는 데 가장 경쟁력이 있을 거라고 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인터넷이나 모바일 서비스 이용자들이 서비스를 쓰면서 자신이 생성한 콘텐츠나 개인정보에 대해 소유권을 가지고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본 적이 없다.

앞으로 클립 같은 서비스를 이용해서 자신이 만들어낸 결과물을 자산화하고 부를 축적할 수 있게 된다면, 가장 경쟁력 있는 세대는 디지털 네이티브인 2030세대가 될 것이라 본다. 이미 잠재적인 디지털 자산가다. 2030 세대가 아니더라도 디지털 활동에 대해 적극적인 사용자는 누구나 수혜를 볼 수있을 것이다."

Q. 디지털 자산을 모으는 활동이 티끌 모아 티끌로 끝난 다면,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할 것 같다.

"티끌 모아 티끌일 수도 있다. 그런데 그냥 티끌로 보지 않는 세대들이 있다. 예전에 잠금화면을 열때 광고를 띄우고 보상을 주는 서비스들이 많았다. 포인트를 모아 실제 편의점 같은 데서 쓸 수도 있는. 이걸 쓰던 세대들이 모두 MZ세대다. 그런 부분에서 새로운 가능성이 있다.

또 티끌 모아 태산이 될 수도 있다. 예를들면 이미 게임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은 아이템을 획득하고 거래해서 수천만원씩 자산화하고 있다. 디지털 세상에 이런 식의 부의 축적이 가능한 환경이 마련되고 있다. 내 생각에는 더이상 티끌 모아 티끌로 끝나진 않을 것 같다."

Q.클립이 MZ세대 라이프 스타일에도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보나?

"우리가 많은 20대들과 인터뷰를 해본 결과 이들이 자산관리에 생각보다 철두철미한 세대란 걸 알았다. 근로소득만으로 미래를 그리기 어려우니까 재테크가 옵션이 아니라 필수인 세대가 됐다.

또, 재테크의 개념도 많이 달라졌다. 예전 세대는 20년 돈 모아서 집사는 게 목표였는데, 요즘은 3개월 모아서 여행가거나 혹시 무슨 일 벌어질지 모르니까 200만원의 여유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다. 큰 돈 말고 뭔가 할 수 있을 정도로 단기적으로 모으는 방식 선호하더라.

이런 니즈를 클립이 일정부분 가져올 수 있다고 본다. 재테크에 관심이 많아도 젊은 세대가 할 수 있는 게 주식 정도 밖에 없다. 클립이 디지털 자산이라는 새로운 틀을 하나 만들어 줄 수 있다고 본다.

그러다 보면 라이프 스타일에도 변화가 올 수 있다. 이제 디지털 세상에서 활동이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될 것이다. 또, 서비스 중 어떤 것은 자산화가 되고 어떤 것은 안 되는지 따져보게 될 것이다. 이런 변화들이 생겨나길 기대한다."



■단숨에 성장하리라는 기대 안해...2030 눈높이 맞춰 서비스 발전시킬 것



Q.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도 디지털 자산이란 개념이 낯설 수 있다. 디지털자산에 대한 인식 부족 문제를 돌파하기 위한 전략은 있나?

"맞다. 아무리 디지털 네이티브라하더라도 자신이 디지털 세상의 주인이라는 생각을 하기 쉽지 않다. 시간이 걸릴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게임 아이템 같이 이해하기 쉬운 것부터 단계적으로 시도하려고 한다.

또 2030세대가 주축이 돼 디지털 자산을 연구하고 개발할 수 있는 그룹을 만들고 있다. 가칭으로 밀레니얼 디지털 애셋 그룹(MDAG)라고 명명하고, 이미 다수의 블록체인학회나 커뮤니티들이 함께 하기로 했다. 서울대학교 디사이퍼, 연세대학교 연블, 고려대학교 KUBL, 성균관대학교 Skkrypto, 이화여자대학교 이화체인, 블록체인 필진모임 노더 등이 참여한다. 이들과 함께 2030세대의 눈높이에 맞는 디지털 자산을 개발하고 퍼뜨려볼 생각이다."

Q.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에 들어가는 블록체인 서비스라는 점에서 클립 출시 자체에 관심이 크다. 반대로, 출시 후 관심이 미지근하면 실망도 클 수 밖에 없을 텐데....출시 후 서비스 성장 전략은 어떻게 짰나?

"우리도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냉정히 생각해 보자. 최근에 오픈한 모바일 서비스 중에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사용자가 유입된 서비스가 있는가?

카카오뱅크가 일주일 만에 몇 백만 명을 모은 사례가 있지만, 카카오뱅크는 원래 있던 은행 서비스를 카카오에 담은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 자산 지갑은 없는 시장을 만들어 가야 한다. 따라서 그런 효과를 기대하면 안 된다. 이걸 카카오톡에 담았다고 사용자가 몰려올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의 전략은 오거닉(Organic)하게 단계적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메뉴도 완성 안 된 식당에 손님만 왕창 끌어 모았다가는 손님들이 실망하고 다시 안 올 수 있다. 그게 더 큰 타격이다. 우리는 손님 수가 작더라도 그들이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로 시작하고 싶다. 그러면서 차츰 시장을 넓혀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블록체인에서의 조급증은 이제 그만 했으면 한다. 무슨 서비스든 기본적으로 필요한 시간이 있다. 클립처럼 없던 시장은 더욱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는 그 시간을 견디며 꾸준히 개선하려 한다."

Q.곧 클립을 만나게 될 이용자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디지털 자산은 새로운 개념이다. 즉, 아직 소수만이 개척하고 있는 자산 영역이지만, 세상이 점점 더 비대면·디지털화되면서 보다 가치있게 될 것이다. 여러분이 그 개척자가 되시길 바란다.

여러분의 댓글, 사진, 동영상, 좋아요 클릭, 친구 리스트가 모두 여러분의 소중한 자산이며, 클립은 이것을 가치있게 만들어 주는 서비스가 되고자 한다. 결국 여러 분의 데이터 주권을 찾아주는 서비스가 될 것이다.

시작은 미미할 수 있지만, 디지털 자산의 거대한 흐름을 만드는 출발선으로 이해해 주시고 부족하더라도 많은 응원과 지지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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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촬영·편집]

유회현 PD(lusy33@zdnet.co.kr), 김지학 PD(hijihac@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