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PC와 노트북, 워크스테이션 등 컴퓨팅 제품의 전체 출하량이 지난 해보다 10% 이상 떨어질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나왔다. 시장조사업체 IDC가 지난 달 말 내놓은 전망치를 통해 이렇게 예측했다.
출하량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코로나19 범유행(팬데믹)이다. 중국 등을 비롯한 각국 정부의 봉쇄령으로 인한 생산량 감소와 물류가 차질을 빚으면서 생산과 판매에 모두 영향을 미쳤다.
PC나 태블릿 등 수요가 전년 대비 더 늘어날 것이라고 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국내외 PC 제조사 등은 하반기 생산량이나 수입량을 조절하고 유동성 확보에 나섰다.
■ IDC "전체 기기 출하량, 10년 전 수준으로 축소"
IDC는 지난 29일 "올 한 해 데스크톱 PC와 노트북, 워크스테이션, 태블릿 등 모든 기기 출하량이 3억 6천90만 대 수준으로 크게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지난 해 전체 생산량과 비교하면 약 12.4% 감소한 것이다.
태블릿 등을 제외한 2011년 한 해 전세계 PC 출하량이 3억 4천800만 대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올해 총 생산 규모가 10년 전보다 더 작은 수준으로 후퇴한 것이다.
IDC는 "원격근무와 온라인 학습으로 인한 PC와 태블릿 수요 증가는 오래가지 못했다"며 "중소규모 사업체들이 생존에 어려움을 겪고 소비자들은 새 컴퓨팅 디바이스보다 생필품 구입에 주력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부품 공급망, 여전히 정상 아니다"
IDC는 또 글로벌 PC 제조사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1분기 내내 봉쇄로 인한 공장 폐쇄와 휴업이 여러 제조사들을 괴롭혔다면 2분기에는 물류 문제와 판매 부진이 기다리고 있다.
먼저 물류는 제조와 판매 등 두 분야에 모두 타격을 줬다. 중국 내부에서 PC 구성에 필요한 주요 부품 제조는 재개되었지만 정작 이를 실어나를 운송 수단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않았다.
한 외국계 PC 제조사 관계자는 "평소에는 주문하면 당연히 공급되었던 자잘한 부품이 공급되지 않아 전체 생산이 지연되는 일이 많다. 부품 공급망은 여전히 지난해 수준으로 돌아오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 육상·항공 물류가 판매 부진까지 불렀다
판매 부진은 각종 봉쇄령과 물류에 큰 영향을 받았다. 비필수 사업으로 분류되는 각종 매장이 문을 닫으면서 판매 통로가 막혔고 온라인 비대면 판매 역시 물류 감소로 가장 마지막 단계인 배송에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중국이나 베트남에서 완성된 물량을 여러 국가로 배송받는 데도 문제가 생겼다. 공급망 문제에 배송 차질이 겹쳐지며 출하량도 크게 줄었다.
중국을 오가는 화물기편 뿐만 아니라 여객 편수가 급격히 줄었고 특히 여객편에 대해 1국가 1항공사 정책으로 취항편을 제한하고 있다.
국내 한 노트북 유통사 역시 3월 말에서 4월 초 오픈마켓을 통해 수천 대의 노트북을 판매했지만 중국에서 생산된 물량을 제때 공급받지 못했다. 이 업체는 결국 노트북 완제품을 항공편으로 공급받는 고육지책을 동원했지만 실제 제품 인도에는 40일 가까이 걸렸다.
■ 국내외 주요 업체, 생산 계획 수정 불가피
관련기사
- [종합] 5월 수출 두 자릿수 감소…반도체·바이오는 깜짝 '선방'2020.06.01
- 코로나19 탓에 PC·폰 등 기기 수요 13.6% 감소 전망2020.06.01
- 에누리 가격비교, 인텔 CPU 최대 14% 할인2020.06.01
- 화웨이, 1Q 폰 판매는 17% ↓ PC 판매는 120% ↑2020.06.01
IDC는 PC와 노트북 등 기기의 개인용 수요는 오는 3분기에, 기업이나 정부 관련 수요는 오는 4분기에 바닥을 칠 것으로 예견했다.
수요 회복은 일러야 내년 1분기 이후로 전망되지만 이 역시 뒤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제조사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PC 보급률이 낮았던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수요 감소는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이에 따라 국내외 PC 제조사도 오는 하반기 생산이나 수입 물량 재조정에 나섰다. 중·저가 제품 비중은 높이고 최상위급 제품의 비중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한 국내 중견 PC 제조사 담당자는 "수요 예측 실패로 생기는 재고는 현금 흐름 등 유동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보수적 운영을 검토중"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