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硏, 세계 최초로 핵연료 피복관 산화 메커니즘 규명

'안전한 원전' 초석 마련…포스텍 원형방사광가속기 활용

디지털경제입력 :2020/06/01 10:19    수정: 2020/06/02 18:33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박원석)은 방사화학연구실 임상호 박사와 영남대 윤영상 교수 공동연구팀이 물을 흡착하는 핵연료 피복관의 산화 메커니즘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1일 밝혔다. 원전의 고온·고압 냉각수와 항상 접촉하는 핵연료 피복관의 안전성 개선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이번 성과는 학술지 네이처(Nature)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4월호에 게재됐다.

부식에 강한 지르코늄 합금을 주원료로 구성된 핵연료 피복관은 원자로 내부에서 핵연료를 안전하게 둘러싸고 있다.

그러나 피복관이 고온·고압의 물과 핵연료의 열에너지에 노출되면 표면에서 산화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피복관의 산화 작용은 원전의 안전성을 저하하고 핵연료의 성능을 좌우한다.

임 박사팀은 국내 가압경수로를 포함해 전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3세대 개량 핵연료 피복관인 '지르코늄합금 피복관'의 수중 산화 반응을 실험했다. 그 결과, 실온에서 물을 흡착하는 피복관 표면이 산화를 거치면 지르코늄 금속의 비율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산화로 인해 지르코늄 산화물이 생성됐다는 점도 포착했다.

물을 흡착하는 지르코늄합금 피복관의 지르코늄 성분비가 온도 변화에 따라 변화하는 모습을 나타낸 그래프. (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팀은 "표면에서 지르코늄 산화물이 생성된 피복관을 고온으로 달구면, 지르코늄 산화물이 분해되는 동시에 다량의 물이 탈착됨을 확인했다"며 "이 과정에서 산화되었던 피복관 표면이 다시 금속으로 변하는 현상을 관측했다"고 설명했다.

이 결과는 고온 환경 피복관 연구의 해석자료로 사용될 수 있다. 원자력 재료개발 분야에서 주목받는 분야인 피복관 산화 부식 해석과 중대사고 연구에도 다양하게 활용될 전망이다.

한편, 이번 피복관 산화 반응 연구에서는 포항공과대학교에서 운영 중인 원형방사광가속기를 활용, '고해상도 광전자방출 분광법'으로 물을 머금고 있는 피복관의 미세한 표면구조를 분석해냈다.

관련기사

고해상도 광전자방출 분광법은 시료에 X-선 등의 광원을 쏘아 방출된 광전자의 운동에너지를 측정해 시료의 산화 상태와 구성비를 도출하는 기법이다. 연구팀은 이 기법을 통해 피복관 표면에서 발생하는 작은 변화까지도 포착할 수 있었다.

연구를 주도한 임상호 원자력연구원 박사는 "이번 연구는 방사광가속기 기반 고해상도 광전자방출 분광법을 이용해 세계 최초로 피복관의 물 흡착 메커니즘을 분석한 최초의 결과물"이라며 "안전한 원전을 만들어나가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