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노트북용 10세대 코어 프로세서(코멧레이크H) 탑재 노트북이 5월부터 출시된데 이어 AMD도 노트북용 라이젠 4000(르누아르) H시리즈 탑재 노트북을 다음 달부터 국내 시장에 출시한다.
이에 따라 국내 시장에서 게임과 콘텐츠 제작 등 고성능 노트북을 둘러싼 인텔과 AMD의 경쟁이 다음 달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인텔은 작동 클록 상승을 통한 성능 향상을, AMD는 7nm(나노미터) 공정의 효율성과 다코어를 앞세우고 있다.
■ 인텔 "작동 클록 높이면 성능도 따라간다"
인텔이 지난 4월 노트북용 10세대 코어 프로세서(코멧레이크H)를 출시한 이래 레노버와 MSI, 기가바이트 등 주요 제조사가 이를 탑재한 제품을 5월 말 현재 20종 이상 출시한 상황이다.
인텔은 최상위 제품인 코어 i9 프로세서에 8코어를 탑재하고 싱글코어 작동 클록을 최대 5.3GHz까지 끌어올렸다. 데스크톱 프로세서와 마찬가지로 노트북에서도 5GHz를 넘기는 등 작동 클록을 올리면 전반적인 성능이 향상된다는 논리다.
인텔은 "6코어 이상을 탑재한 프로세서에서는 코어 클럭이 전반적인 성능 향상에 더 큰 영향을 미치며 이를 통해 게임 성능 향상과 지연시간 단축을 이끌어낸다"고 밝히고 있다.
게임 뿐만 아니라 어도비 포토샵·일러스트레이터와 DxO 포토랩 등 콘텐츠 제작 소프트웨어의 호환성을 강화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미국이나 중국 등지에서 게임용 노트북을 구입하는 사람 중 절반 이상이 콘텐츠 제작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자체 설문조사 때문이다.
■ AMD "코어 수 증가가 정답"
AMD는 라이젠 4000 시리즈(르누아르) 프로세서를 3월 공개한데 이어 게임이나 콘텐츠 제작에 최적화된 H시리즈 프로세서 탑재 노트북을 다음 달부터 주요 제조사를 통해 출시한다.
H시리즈 중 최상위에 있는 라이젠 9 4900H 프로세서는 8코어, 16스레드에 최대 클록 4.4GHz로 작동한다. 소비 전력은 45W 가량이며 최하위 제품인 라이젠 5 4600H도 6코어, 12스레드부터 시작하는 등 코어 갯수 증가를 통한 성능 향상을 노렸다.
AMD가 강조하는 것은 TSMC 7nm 공정이 주는 이점인 저전력과 라데온 베가 그래픽칩셋 등이다. AMD는 "라이젠 4000 시리즈는 전 세대에 비해 클록당 처리 명령어 수 25% 증가, 소비 전력 20% 등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델, 레노버, HP, MSI 등 주요 PC 제조사가 지난 해보다 더 많은 제품을 국내 시장에 출시하는 것도 호재다. 특히 레노버는 게임용 노트북인 리전 시리즈에 올해 처음으로 AMD 라이젠 4000 H시리즈를 탑재한 제품을 투입한다.
■ 인텔은 '14nm 피로', AMD는 '과대 광고 피로'
인텔과 AMD가 시장에 투입중인 고성능 노트북을 두고 고민하는 포인트도 서로 다르다.
인텔 코멧레이크H 프로세서의 기반은 2016년 6세대 코어 프로세서(스카이레이크) 이후로 큰 변화가 없다. 코어 수를 늘리고 작동 클록을 높이고 있지만 이로 인해 소비 전력과 발열이 증가하는 것이 문제다.
AMD는 CES 2020에서 라이젠 4000 시리즈 프로세서가 인텔 10세대 코어 프로세서를 뛰어 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반신반의한다. 1년 전에 출시한 라이젠 3000 시리즈가 배터리 지속시간이나 성능 등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성능을 낸 탓이다.
실제로 지난 해 출시된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 랩톱3에는 AMD가 특별히 설계한 프로세서가 탑재되었다. 그러나 이 기기를 평가한 톰스하드웨어는 "최고의 서피스 랩톱3를 사고 싶다면 인텔 아이스레이크 탑재 제품을 선택하라. 100달러(12만원) 가량 가격 차이가 있지만 그것을 감수한다면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 "올해 시장 축소 여부가 관건"
인텔과 AMD 고성능 노트북을 국내 들여오는 유통업체 관계자들은 최근 일부 해외 벤치마크 사이트를 통해 조금씩 공개되는 벤치마크 결과에도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일부 AMD 노트북이 인텔 제품과 큰 차이 없는 결과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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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과거 AMD 노트북을 유통했을 때 발열 등 문제로 반품 문제를 겪었던 업체들이 많다. 구입 후 소비자들의 문의나 불만 역시 인텔 노트북이 적다. 판매자 입장에서는 AMD 노트북을 선뜻 추천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유통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원격근무와 온라인 학습이 상·하반기 국내 노트북 수요를 상당 부분 흡수했다. 또 국내 시장에서 고가·고성능 노트북 수요가 크지 않다. 우세를 따지기 쉽지 않을 정도로 판매량이 줄어들 가능성도 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