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C↔B2B 영역 넘나드는 기업들..."위기를 기회로"

네이버·야놀자·엠씨넥스 등 새 수요 대응해 사업 확대

인터넷입력 :2020/05/20 16:35    수정: 2020/05/20 17:06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확산과 장기화로 전 세계가 대공황에 버금가는 경제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

유례없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국가 간 이동 제한 조치가 시행되고, 기업들의 공장 가동 중단이 생산 감소와 실업자 증가로 이어지면서 경제가 위축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기업 및 연구소들이 백신 개발에 나섰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가 보이지 않아 사태 안정화 시기가 명확하지 않은 점도 불안을 더한다.

이런 위기 속에서도 새롭게 생겨난 수요에 대응해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새로운 전략으로 기회를 만들어가는 기업들이 있다.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 시장의 선두 기업들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주목받고 있는 '비대면' 트렌드에 맞춰 B2B(기업 간 거래) 분야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반대로 B2B에 집중했던 기업들은 새로운 소비자 수요에 맞는 서비스를 확대해 신규 수익 모델을 구축하는 모습이다.

코로나19 자료 이미지(제공=이미지투데이)

■ B2C 시장 선도 기업들, 비대면 트렌드에 B2B 시장까지 공략

B2C 사업을 기반으로 업계를 선도해온 기업들은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원격 서비스 수요에 대응하며 B2B 시장 내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야놀자는 국내에서는 숙박, 레저, 교통 등 여행 관련 모든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으로 여행 수요가 급감하는 어려움을 최근 겪었다.

이에 야놀자는 B2B 영역인 호텔관리 시스템(PMS)과 채널관리 시스템(CMS)등 호텔 솔루션 사업에 더 힘을 쏟고 있다. 언택트 기술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야놀자가 자체 개발한 호텔 자동화 솔루션 '와이플럭스(Y FLUX)'이 회사 실적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해 와이플럭스의 첫 제품으로 선보인 호텔 셀프 체크인 키오스크는 온라인 채널과 자동 연동돼 5초 안에 비대면 체크인이 가능하다. 회사 측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이후 관련 문의가 급증했다. 현재는 와이플럭스에 체크인 시간 조정, 모바일 컨시어지, 로봇 배송 룸서비스, 어메니티 자판기 등을 연계하고, 서비스 범위를 확대하기 위해 개발 중이다. 야놀자는 여행업계에 적용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을 기반으로 올해 글로벌 사업 매출 2배 이상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야놀자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업계가 힘든 상황이지만 언택트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야놀자가 자체 개발한 호텔 관리 시스템 등의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면서 "올해는 트래블 테크 분야의 혁신을 주도하면서, 사태 안정화 이후 국내여행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례없던 온라인 개학으로 국내 공교육 시장에서도 에듀테크(교육과 기술의 합성어)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에 국내 클라우드 시장 선점을 목표로 해온 네이버는 교육용 클라우드 서비스를 차세대 동력으로 삼아 관련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먼저 네이버는 네이버 클라우드 플랫폼(NCP) 기반으로 구축된 초중학생 대상 온라인 강의 사이트 'e학습터'의 관련 서버를 200배 증설하고 동시 접속인원도 기존의 5배 수준으로 확대했다. 또 기업용 협업 플랫폼인 '라인웍스'를 학교에 무료로 제공해 원활한 쌍방향 온라인 수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해외 대비 온라인 교육에 소극적이었던 국내 상황이 급변함에 따라 원격교육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해 교육용 클라우드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지난 4월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코로나19 이후 새롭게 생겨날 클라우드 및 기업용 솔루션 시장 선점에 대한 기대를 직접 밝히기도 했다. 이미 마이크로소프트, 줌 등이 글로벌 에듀테크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토종 플랫폼인 네이버가 이들을 제치고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소비자 대상 사업 확대해 활로 찾는 기업들

반대로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전 세계 공장들의 가동이 중단되자 B2B 사업에 주력했던 기업들이 B2C 영역으로 옮겨가는 사례도 있다. 이들은 전 세계적인 전염병 확산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선제적으로 제공해 기존 사업 못지않은 성과를 내는 중이다.

스마트폰 및 자율주행 차량용 카메라 모듈 생산 업체인 엠씨넥스는 최근 IoT(사물인터넷) 사업 강화에도 주력하고 있다. 엠씨넥스의 주요 매출처인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코로나19로 부진을 면치 못하자 소비자 대상 사업을 더욱 키우기 시작한 것이다. 4월 초 출시한 차세대 사물인터넷(IoT) 카메라 'E3'는 실시간 모니터링 및 입 출입 확인과 영상통화를 지원한다. 코로나19로 급증한 원격 진료, 재택근무 등 비대면 상황에 최적화된 제품이다. 보다 다각화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엠씨넥스는 올해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47% 이상 성장한 3천690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역대 최대 1분기 매출을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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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택트 자료 이미지(제공=이미지투데이)

전국적인 개학 연기와 대기업들의 재택근무 시행으로 위기에 직면한 단체 급식 및 식자재 유통 업체들도 발빠르게 신규 사업 발굴에 나섰다. 현대백화점 그룹의 현대그린푸드는 지난 3월 맞춤형 건강식단 브랜드 '그리팅(Greeting)'을 출시, 케어푸드 사업을 출시했다. 당을 낮춘 '저당식당', 샐러드 위주의 '라이트 식단' 등 72종으로 구성된 식단을 정기 배송해준다. 건강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배달 음식에 대한 수요가 모두 높아진 상황에서 출시 2주 만에 기존 목표치의 40% 이상을 상회하는 10만 개의 식단을 판매했다. 시장 안착의 중요한 척도인 재구매율 역시 70% 이상으로, 올해 목표 매출 150억원 달성을 향한 성공적인 첫 걸음을 뗀 셈이다. 현대그린푸드는 약 800억원을 투자해 올해 3월 설립한 '스마트 푸드센터'를 통해 다양한 품목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B2B와 B2C 분야를 아우르는 사업 구조를 강화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적인 전염병 확산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과감한 사업 전략의 변화로 신규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기업들이 긍정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면서 "특히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핵심 트렌드로 떠오를 비대면 분야에 대비하는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 전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