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쇼어링이 대세? 韓 제조업에 '득'보다 '독' 될수도....

"내수 기반 약한 우리와 맞지 않아...스마트제조혁신 통한 체질전환 더 중요"

디지털경제입력 :2020/06/10 09:50    수정: 2020/06/10 18:32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리쇼어링(Reshoring) 정책을 추진 중이지만, 한국 제조업 특성상 득보다는 독이 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코로나19의 팬데믹(Pandemic) 사태가 4차 산업혁명시대의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의 융·복합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는 만큼 단순히 리쇼어링 정책을 추진하는 것에서 벗어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한 제조혁신에 나서야한다는 것이다.

주영섭 고려대학교 공학대학원 석좌교수(전 중기청장)는 지디넷코리아 창간 20주년 기념 '4차 산업혁명 시대, 코로나19가 가져올 산업의 변화와 기회'라는 주제의 좌담회 주제발표를 통해 "내수 시장이 없는 우리나라에서 유턴 정책을 하자는 것은 위험한 사고방식"이라며 "미국, 중국, 유럽 등 자국 시장이 큰 강대국은 리쇼어링이 가능해도 우리나라는 상황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무역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경제의 특성을 감안하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면서 "한국의 기업은 산업별로 리쇼어링과 오프쇼어링 전략을 적절하게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영섭 고려대학교 공학대학원 석좌교수. (사진=지디넷코리아)

주 교수는 또 "강대국들은 이미 코로나19 이전부터 고용확대를 위해 제조업을 내수로 끌어들이려는 움직임을 보였고, 이는 자국 우선주의 및 보호주의에 따른 것이다. 한국의 경우, 일부 하이테크 산업은 리쇼어링이 가능해도 다수의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산업에서는 리쇼어링이 어려운데, 다른 나라가 하니까 우리도 하자는 생각은 위험할 수 있다"며 "국내 시장만으로 살 수 없는 우리나라로서는 오히려 글로벌화의 호기로 보고, 글로벌화를 가속시켜야한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차원에서 우리는 소재·부품·장비 등은 한국으로, 완제품과 비핵심 소재·부품은 현지국가로 배치하는 글로벌 동반성장형 전략이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자국 내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리쇼어링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지만, 수출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리쇼어링 정책 추진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이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중견·중소 기업들이 하나의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는 한국 제조업의 특성상 국내 기업들은 생산효율성 측면에서 국내보다 해외로 진출하는 것을 더욱 선호하기 때문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개척하기 위한 핵심 전략 중 하나로 리쇼어링 정책을 통한 선도형 경제 전환 계획을 밝혔지만, 산업계는 리쇼어링에 대한 우려섞인 시각이 많다.

주 교수는 이에 대해 "리쇼어링 정책의 문제는 현실적으로 모든 제조업이 본국으로 회귀할 수 없다는 부분으로, 이는 해외 각국에서 현지화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며 "대표적으로 핵심모듈 공장에 대한 현지화 요구가 늘어나고 있는데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효율 측면에서) 한국에서 제품을 만드는 것과 중국과 베트남에서 제품을 만드는 것을 비교해 결정을 내려야한다. 국가 차원에서 이를 독려할 수 있는 혜택(보조금 등)을 제공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의 리쇼어링 성과는 미미한 상황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13년 12월부터 유턴기업 지원법(해외 진출 기업의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을 통해 리쇼어링을 독려했지만, 이에 따라 리쇼어링을 진행한 기업의 숫자는 52개(2018년 기준)에 불과하다. 심지어 국내 대표기업인 LG전자는 지난 20일 생산효율성을 이유로 경북 구미에 위치한 TV 생산시설 6개 중 2개를 인도네시아로 이전한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주 교수는 "한국의 제조업은 현재 정체 상태를 맞이하고 있다. 경쟁력은 취약해졌고, 수출과 생산 모두 부진한 상황"이라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한 대응은 미흡하고, 장기 저성장 시대의 도래에 따른 불확실성에 노출돼 있다. 리쇼어링이 아닌 제조업의 혁신(제조혁신)이 어느 때보다 시급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이 취약해진 근본적인 원인은 패스트팔로(Fast follower, 빠른 추격자) 전략에 있다. 과거 한국 제조업은 패스트팔로 전략을 통해 성공을 거뒀지만, 지금은 생산성 및 원가경쟁력의 퇴보로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며 "제품 및 서비스 우위를 위한 기술혁신은 부족하고, 생산성 및 원가경쟁력은 이미 중국에 추월당했다. 한국 제조업이 경쟁력을 다시 확보하기 위해서는 스마트제조혁신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스마트제조혁신은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의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제품의 기획부터 설계, 생산, 유통, 판매, 물류 등 전 영역에 걸친 제조업의 체질전환을 의미한다. 대표적으로 스마트팩토리를 꼽을 수 있다. 그래야 퍼스트무버(First mover) 전략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주 교수는 이에 대해 "글로벌 제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독일의 경우, 인더스트리 4.0(4차 산업혁명) 전략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수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높은 생산성과 원가경쟁력을 무기로 내세우는 중국과 현재의 비즈니스 모델로 경쟁하기보다 개인 맞춤형 모델로 기회를 엿보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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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한국 제조업의 상황도 비슷하다. 생산성과 원가경쟁력을 두고, 중국과의 경쟁은 어렵다"며 "전 세계는 지금 제조혁신에 뛰어들고 있고, 이는 제조업이 혁신 및 양질의 일자리 창출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리쇼어링(제조업의 본국 회귀) 정책은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과 유럽, 일본이 리쇼어링을 얘기하는 것은 자국 우선주의의 자신감의 표출이기도 하다"면서 "상황이 다른 우리는 이런 탈세계화의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발상의 전환을 고민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나아가 "코로나19 사태가 4차 산업혁명을 가속, 온라인·개인화·비대면 등 10년 이후 올 것들이 더 빨리 다가왔다. 지금 중요한 것은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이라며 "현재 한국은 근로시간, 인건비 등을 고려할 때 전반적인 생산비용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일하는 방식과 비즈니스 모델이 달라져야하고, 고객에 대한 밸류 포지션도 변화해야한다. 생산부터 영업, 개발에 이르는 오퍼레이션 모델이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