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디스플레이 등 하반기 수출 10% 이상 감소 전망"

정은미 산업연구원 본부장 "전체 수출도 5% 감소 예상"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0/05/14 07:11    수정: 2020/05/14 07:21

올해 하반기 국내 주력 산업의 수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이전 대비 10% 이상 감소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코로나19 확산이 올해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글로벌 시장의 수요 위축과 제품가격 하락으로 인한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산업연구원 정은미 성장동력산업연구본부장은 최근 지디넷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충격이 하반기까지 영향을 미칠 경우, 주요 산업의 수출은 충격이 없었을 때와 비교해 5% 감소하고, 자동차·조선·석유화학·디스플레이 수출은 1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내다봤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연구본부장. (사진=지디넷코리아)

그는 또 "자동차, 조선, 일반기계, 석유화학, 섬유, 반도체, 이차전지 등 주요 산업의 생산은 감소가 불가피하다"며 "해외 생산도 글로벌 수요 감소와 지역 간 인력 및 물류이동 제약으로 가동률이 하락될 것으로 예상되고 당장 미국과 중국 등에 진출한 자동차, 디스플레이 해외 생산이 1차적인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일 발표한 '4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4월 수출은 전년동월 대비 24.3% 감소한 369억2천만달러(약 45조2천455억원)에 그쳐 코로나19가 주력 산업 수출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품목별로는 자동차·석유화학·통신기기·디스플레이 수출이 같은 기간 30% 이상 감소했으며, 특히 무역수지(수출액과 수입액의 차액)는 99개월만에 9억5천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정은미 본부장의 우려는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LG디스플레이가 중국 광저우에 준공한 8.5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생산라인이 대표적인 사례다. LG디스플레이는 당초 올해 1분기에 광저우 OLED 생산라인을 가동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 후폭풍으로 인한 수요 감소로 가동 시점을 확정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코로나19가 주요 산업의 국내외 생산에 미치는 영향. (자료=산업연구원)

문제는 코로나19의 확산이 장기화되면서 한국의 핵심 사업인 반도체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정은미 본부장은 이에 대해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 장비·소재 조달 차질 가능성이 확대되고, 인력 이동의 제약으로 인한 해외 설비 가동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며 "반도체의 경우, 수요 증가·단가 인상 압력이 높아 단기적으로 영향이 작지만, 세계적인 경기침체 영향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또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화로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실물과 금융 부문의 복합 충격이 현실화되고 있다"며 "주요국들의 심각한 피해가 우려되면서 IMF는 2020년 세계 경제 성장률을 연초 3%로 예상했으나 4월 중순 발표에서는 -3%로 전망치를 수정했다. 실물부문의 리스크가 금융부문으로 확대되면서 기업의 유동성 압박과 신용경색으로 흑자도산에 대한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우리나라 수출의 23.14%를 차지하는 핵심 산업이다. 한국의 제조업 비중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27.8%를 차지하는 것을 고려하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의 위기는 한국 제조업 전반의 위기로 전이될 수 있다.

정은미 본부장은 이와 관련해 "코로나19에 따른 조달 차질과 수요 위축으로 인해 주력산업 대부분의 국내 생산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코로나19로 인한 매출부진과 수요 위축, 재고 증가, 운영 비용 부담이 늘어나면서 기업들의 유동성 악화와 신용경색 위험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코로나19가 주요 산업의 수출에 미치는 영향. (자료=산업연구원)

이어 "자동차·철강·석유화학·디스플레이는 판매감소·유동성 부족·제품가격 하락으로 실적이 악화되고, 반도체도 세계적인 경기침체의 영향을 비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코로나19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는 ▲수요 창출을 위한 내수 확대 ▲생산효율성을 향상을 위한 스마트제조 전환 ▲국내 생산 기반 확충을 통한 신성장 산업 육성 등을 제시했다.

정은미 본부장은 "코로나19로 인한 가장 큰 애로는 국내외 수요 부족이므로 자동차, 가전 등 소비재뿐만 아니라 선박, 기계 등의 내수 확대가 시급하다"며 "이를 위해 기계 산업은 제조시설 개선에 대한 국내 수요 창출을 위한 산재예방시설자금 융자 등의 안전·환경 관련 설비투자 지원을 확대하고, 가전 산업은 3월부터 시행 중인 고효율 가전기기 구입비용 환급사업의 지원범위를 넓혀 다양한 중소형 제품도 지원대상으로 포함시켜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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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스마트제조 전환을 통한 국내 생산기반 확충으로 공급망의 글로벌화에서 오는 위험성을 제어, 제조전문기업의 육성과 제조공장의 국내 유턴을 지원하는 인프라 투자를 조기에 추진해야한다"며 "산업지능화와 연계된 5G 통신설비, 로봇, 3D 프린터, 웨어러블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센서, 시스템 반도체 등의 국내 공급역량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 스마트제조로의 이행을 위한 투자 지원과 인적자본의 확충을 위한 노사 협력 여건 조성과 디지털 교육을 확대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비즈니스의 성장이 더욱 빨라질 것이므로 플랫폼 입점 지원 등 온라인 시장 진입을 적극 지원해야한다"며 "재택, 온라인 교육 확산에 대응하는 디지털 콘텐츠와 애플리케이션, 스마트홈 서비스, 통신 인프라 등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활용하고, 온·오프라인이 결합된 체험적 마케팅 플랫폼과 온라인 기반 비즈니스 투자 지원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