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닷없이 찾아온 코로나19가 온 세계를 휩쓸어 일상의 적지 않은 변화를 일으켰다. 일과 놀이뿐 아니라, 사색과 산책 같은 여유도 예전 같지 않게 됐다.
2020년을 맞아 새로운 계획과 비전을 세웠던 기업들도 큰 변화와 도전에 직면했다. 사람들이 외출을 줄이면서 비대면 서비스가 호황을 이룬 반면, 오프라인 중심의 유통점이나 여행과 숙박업, 공유형 서비스들은 불황의 직격탄을 맞았다.
희미했던 미래는 아예 깜깜한 어둠으로 변했고, 기업들은 국가적 재난 상황에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답답함에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생존의 갈림길에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려는 기업들의 노력도 이어졌다. 결국 변화된 시장 환경과 소비자의 마음을 꿰뚫고 민첩하게 대응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이기 때문이다. 오픈서베이 같은 모바일 설문 플랫폼을 찾는 기업들이 늘어난 이유다.
포스트 코로나19를 준비하는 기업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혜안을 얻고자 오픈서베이 황희영 대표를 찾았다. 시장의 트렌드 변화와 변덕스런 고객들의 마음을 그 어떤 곳보다 잘 꿰뚫고 있을 거란 기대감에 찬 인터뷰였다. 물론 정답은 없었다. 다만 기업들이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어디에 시간과 자원을 쏟아야 하는지 깨닫는 시간이었다.
■ 콘텐츠 소비 폭증...네이버·쿠팡 선두 업체 약진
황희영 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한 변화에 대해 여행 시장이 침체된 반면 콘텐츠 소비의 폭증을 가장 먼저 말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영화, 웹툰, 드라마와 같은 콘텐츠 소비가 크게 늘어났다는 뜻이다. 또 ‘집밥의 재발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황 대표에 따르면 외식이 줄면서 삼겹살과 같은 구워먹는 육류 소비가 늘었고, 여러 반찬 대신 하나의 메인 메뉴에 돈을 더 쓰는 변화가 눈에 띄었다. 온라인 쇼핑의 경우 네이버와 쿠팡 같은 선두 사업자들이 더 큰 덕을 봤다. 승자가 모두 갖는다는 뜻이었다.
황희영 대표는 “네이버와 쿠팡이 크는 걸 데이터로 확인했다”면서 “온라인 사업은 잘 하는 사업자에게 더 큰 기회가 생기더라”라고 말했다. 또 20~40대 초에 머물던 네이버쇼핑의 경우 50대까지 사용층이 확대됐는데, 이는 “집에 자식들이 머물게 되면서 부모들도 온라인 쇼핑이나 콘텐츠 소비를 배울 수 있는 물리적인 기회가 더 생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그는 “여행업은 코로나19가 잠잠해져도 빠른 재개가 어려울 것 같다”면서 “여행 업계가 영세, 중소 업체로 파편화 돼 있어 시장이 어려운 시기가 오래 지속 되면 큰 업체 위주로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고 조심스레 전망했다.
■ 변화된 시장과 소비자 마음 빠르게 읽고 대처해야
황희영 대표에 따르면 미래가 더 불투명해지자 오픈서베이에 설문 의뢰하는 기업들도 늘었다. 반면 질문은 더 어려워졌다. 미래를 예측하고픈 이유인데, 이에 황 대표는 “미래는 예측 못해도 빠르게 감지하는 건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코로나19와 같은 재난적 상황을 미리 예측한 기업은 없지만 대응을 잘한 기업들은 있다”는 말로 변화된 시장과 소비자의 마음을 빠르게 읽고 적절히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황희영 대표는 “미래를 예측하진 못해도 빨리 감지해야 한다. 빨리 감지할 수 있는 건 다 해야 한다”면서 “지금으로부터 가장 가까운 시일 내에 어떤 일이 일어났고, 우리 사업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고, 또 어떤 반응들이 있었는지 여러 데이터를 통해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만약 잘 되는데 왜 잘 되는지 모른다면 우연 한 번으로 끝나지만, 잘 되는 그 이유를 알면 여기에 투자해 계속 잘 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며 “변화의 폭이 클 때 기회가 클 수 있기 때문에 그 연결고리를 잘 찾으면 된다”고 덧붙였다.
■ 파편화된 시장, 좀 더 세밀히 나눠봐야
“데이터를 분석해 대응책을 찾아라”라는 말은 쉽지만, 사실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데이터가 충분치 않을 수 있고, 많은 데이터가 있더라도 그 안에서 의미 있는 데이터를 골라내고 해석하는 능력은 별개의 문제기 때문이다. 또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답은 알겠는데, 실행하기 힘든 현실적 제약이 따를 수 있다.
이에 황 대표는 동질적이던 국내 시장이 파편화 되면서 시장을 좀 더 세밀히 나눠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20~30대면 다 비슷하겠지 했던 시장도 20대, 30대 따로 나눠 보고, 지역별 차이도 좀 더 쪼개서 꼼꼼히 살펴볼 것을 권했다. 아울러 “옛날 것(정보)도 썰어서 보면 다르게 보인다”는 말로 이미 있는 데이터를 충분히 활용할 것을 적극 추천했다.
이 작업이 끝나고 나서 오픈서베이와 같은 설문조사 플랫폼을 활용하면 깜깜했던 시장이 보이고, 확 바뀐 소비자의 마음이 하나둘씩 보인다는 말이었다.
황희영 대표는 “데이터를 퍼즐을 맞춘다고 생각하면, 오픈서베이를 마지막 퍼즐로 사용하면 좋겠다”며 “자사에 데이터가 있다면 먼저 살펴보고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왜 이 상품은 잘 팔리고 안 팔리는지 지점을 찾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그는 선진 시장과 뒤 따라 가는 시장의 차이는 결국 ‘타이밍’이라고도 말했다. 쿠팡이 배송에 투자하는 아마존처럼 투자했기 때문에 소비자의 마음을 빼앗은 것처럼, 어떤 시장이 선진시장인지 파악하고, 이를 적절한 시점에 가져오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설문 연동 가능 API 개발..."새 제품 확장과 기술력 구축"
오픈서베이는 앞으로도 설문을 타깃해서 자동 분석하는 강점을 활용해 지속 성장한다는 방침이다. 또 앞으로는 기업들이 자체 설문 시스템을 만들 수 있도록 설문 연동이 가능한 API를 개발할 계획이다. 이를 수익화 시켜 회사가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도 만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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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주관식 응답에 훨씬 더 중요하고 많은 정보가 담겨있는 만큼, 이를 잘 분석해 내는 기술 고도화도 준비 중이다.
황희영 대표는 “오픈서베이 올해 실적인 예상보다 조금 더 잘 되는 수준”이라면서 “기존 국내에서의 설문조사 사업은 잘 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고, 새로운 제품 확장과 분석 기술 등을 갖춰 그 다음의 가치에 투자하고 외형성장을 이룰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