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타격을 입은 보험사 경영 사정이 조금 나아질 전망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보험업권의 어려움을 감안, 건전성 지표인 RBC(지급여력) 비율의 산정 방식을 이달 28일까지 업계 의견을 수렴해 변경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RBC비율은 보험계약자가 일시에 보험금을 요청했을 때 보험사가 이를 적기에 지급할 수 있느냐를 평가하는 수치다.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처럼 보험회사의 건전성 지표로 활용된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보험사의 RBC비율은 269.5%로 전분기 대비 17.4%p 하락하며 9개월 간 이어온 오름세를 멈췄다. 새 국제회계기준인 IFRS17 도입을 앞두고 꾸준히 자본을 확충해왔으나 장기화하는 초저금리 기조에 발목이 잡힌 탓이다.
보험업법에선 RBC 비율이 100% 이상이어야 한다고 규정하며, 당국은 이를 150% 이상 유지할 것을 권고한다. 100%를 밑돌 경우 경영개선권고가, 50% 미만은 경영개선요구와 경영개선명령 등이 떨어진다.
금감원이 사전 예고한 개정안은 보험회사 자체통계에 기초한 금리 위험액 산출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기존에는 보험사가 RBC비율을 산출할 때 가이드라인(표준 모형)을 따라야 했지만 앞으로는 회사 자체 통계에 근거한 위험 계수, 즉 '내부 모형'을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복안이다.
개정이 이뤄지면 각 보험사의 경영 환경은 한결 나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내부 모형을 활용하면 금리 위험액 부담을 덜어낼 뿐 아니라 가용 자본이 늘어나 환경 변화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지주나 은행의 BIS비율 산출에 활용되는 '표준등급법', '내부등급법'과도 연결지어 해석할 수 있다. 표준등급법은 금융회사 전체 평균을 따르는 반면 내부등급법은 자체 신용평가 시스템으로 확보한 측정 요소를 활용하는 게 특징인데, 금융사 입장에선 내부등급법이 유리하다. 위험 가중치를 낮춰 자본 비율 상승 효과를 누릴 수 있어서다.
다만 새로운 RBC 산출 방식이 업계에 완전히 자리 잡기까진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금감원이 제도를 개정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보험회사 역시 내부 모형을 활용하려면 적용 예정일로부터 6개월 전까지 감독당국에 신청서를 제출해 심사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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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관계자는 “내부 모형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면 각 보험사가 시장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업계의 목소리를 수렴해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RBC 산출 개선 작업은 금융감독당국이 합동으로 발표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금융규제 유연화 방안'의 후속조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