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거래소 성패, 데이터 量과 質에 달렸다

[이슈진단+] 데이터 이코노미 본격화 (하)

금융입력 :2020/05/13 09:29    수정: 2020/05/13 13:33

차재서, 손예술 기자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19 감염증 확산 이후 비대면·디지털 경제 활성화를 한국형 뉴딜로 꼽으면서,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위한 기틀이 다져지고 있다. 데이터 거래소가 11일 정식 출범하고 데이터 3법 개정안 시행 전까지 비식별화 조치한 데이터를 사고 팔 수 있는 가이드라인도 마련됐다. 데이터 거래소가 코로나19 이후 경제 패러다임을 바꿀 기촉제가 될 지, 두 편에 걸쳐 진단해본다.[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상) 한국판 금융 뉴딜 첫 삽 '데이터 거래소'가 떴다

(하) 데이터거래소 성패, 데이터 量과 質에 달렸다

(사진=이미지투데이)

■ 익명정보보다 나은 가명정보에 핀테크 '화색'

금융데이터거래소가 시범운영에 돌입하자 핀테크 업계도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그간 데이터 확보가 제한적이라 사업 확장에 어려움이 컸으나 향후 시장이 활성화되면 다양한 정보를 조합해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수 있어서다. 은행권에서 첫 시범 운영을 시작한 신한은행도 데이터 판매와 자문사로 시동을 걸었다.

한 핀테크 업체 관계자는 금융데이터거래소 출범과 관련해 "업체마다 상황이 달라 어떤 정보가 필요한지를 알 수는 없지만 시장이 활성화되면 사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8월 신용정보법 개정안 시행 이후엔 가명 처리된 정보를 이종산업 간에 결합하고 거래하는 것도 가능해져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가명 처리 정보는 다른 정보를 더하면 어느 정도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뜻하는데, 무조건적인 익명이나 비식별화조치 정보보다 사업 모델을 구체적으로 구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일례로 사고정보(보험정보)와 차량안전장치정보를 결합하면 보험료 할인 상품을 만들 수 있고, 소셜 데이터와 종합주가지수로 로보어드바이저도 개발할 수 있다. 공공정보와 카드매출정보를 모아 상권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가능하다.

핀테크 업계는 이미 비금융정보를 활용한 서비스를 선보여왔다. 휴대폰 이용 정보를 통신 점수로 산출해 대출 심사에 활용토록 한 핀크가 대표적이다. 사회초년생과 주부, 자영업자 등 금융 이력 부족으로 대출 이용이 어려웠던 '씬파일러(Thin Filer)'를 서비스에 유입시키려는 전략이었다. 데이터 거래가 활성화되면 통신 점수 이외의 지표를 추가로 반영함으로써 서비스를 보완하고 이용자 또한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은행도 이젠 데이터 판매 사업으로 수익 다각화

가장 먼저 이 데이터 거래소 사업에 뛰어든 곳은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은 4월 9일 금융위원회로부터 빅데이터 판매와 자문 부수 업무를 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신한은행은 시범 운영으로 첫 거래 고객을 이미 확보한 것은 물론이고, 데이터 셋 판매와 기업들에게 데이터 기반 컨설팅 작업도 진행할 계획이다.

신한은행 김철기 빅데이터센터 본부장은 "데이터를 판매하려면 (수요자가) 관심있는 데이터를 파는게 중요한데 신한은행은 2천500만명의 고객을 보유하고 있고 계좌에서 어떤 금액이 오고가는지와 소득에 관한 데이터가 있다"며 "은행 데이터만으로는 차별성이 없다고 볼 수 있지만 데이터 결합은 데이터의 가치를 증폭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 데이터 컨설팅 자료.

김 본부장은 "데이터3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이종산업 간 데이터 결합이 가능해지는데 이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이후 달라지는 새로운 비즈니스, 새로운 관점을 제시할 비즈니스 모델이 될 것"이라며 "결국 금융 데이터는 다른 종류의 산업과 결합해 가치가 더해져야 한다"고 진단했다.

데이터 기반의 신사업 발굴, 데이터 판매 및 자문으로 인한 수익 다각화를 다른 은행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 우리은행은 모두 빅데이터 센터 관련 조직을 운영하고 있지만 즉각 대처하진 않은 상태다.

금융위원회 손병두 부위원장

이들 관계자는 "준비해야할 것이 많다"면서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데이터 거래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데이터 명부터 세부 설명까지 표준화해야할 작업이 많다.

■ 문제는 양과 질, '두 마리 토끼' 잡아라

그러나 아직은 갈 길이 멀다. 데이터 거래소에 올라온 판매 데이터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30개 금융회사가 참여했다고는 하나, 데이터 거래소 출범 동시에 시범 운영을 한 금융사는 신한은행과 신한카드에 불과하다.

유용한 데이터가 부족하지만 데이터 판매자(공급자)가 적다면 부르는 게 데이터 값이 될 수 있다는 기우도 나온다. 데이터 공급자와 수요자가 협의해 맞춤형이나 기획형 데이터를 제공할 수도 있지만, 핀테크 업체에서는 권력의 우위에 있는 금융사에게 당당히 요구할 수 있겠냐고도 지적한다. 이 경우엔 수요자는 상품에 지불할 용의가 낮아 구매를 꺼리는 악순환을 빚을 수 있다.

금융당국도 알고 있다. 금융당국은 초창기인만큼 데이터 거래소를 두고 보면서 조금씩 개입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데이터의 가격은 기본적으로 수요자와 공급자의 협의로 결정되겠지만 시장과 비용, 수익이라는 가이드라인을 따르게 될 것"이라며 "거래량이 늘어나면 가격 문제는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다. 거래소도 중개자로서 핀테크 업체와 금융사를 이어주는 역할을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의 핵심인 '정보 주체 동의없는 가명정보의 이종산업 간 결합'에서 보안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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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보안원 임구락 센터장은 "가명 처리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조만간 나올 계획"이라면서 "데이터 결합을 원하는 두 기업이 내놓은 공통 부분의 데이터만 결합하고 겹치지 않는 부분은 삭제하는 방식으로 결합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임 센터장은 "데이터 전문기관인 금융보안원·한국신용정보원·금융결제원에서 결합 작업을 할 것으로 보이는데 가명 정보 결합 기관서는 결합 후 즉각 데이터를 삭제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문제는 결합 정보를 기업이 다른 정보를 붙여 재식별화하는 것인데 그것은 기업 관리 소홀 책임"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