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준 기자의 e게임] 베어너클4, 고해상도 옷 입은 90년대 타격감

대응 수단 없는 불합리한 액션이 옥에 티

디지털경제입력 :2020/05/08 11:43

1996년 출시된 베어너클3를 마지막으로 신작 소식이 없던 벨트스크롤 액션게임 베어너클 시리즈의 신작이 PC와 플레이스테이션4, 닌텐도스위치로 출시됐다.

명맥이 끊겼던 지난 24년간 게임 환경과 이용자 취향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졌다. 베어너클 시리즈가 출시됐을 당시에는 게임이 카트리지 롬팩에 담겨 출시됐으나 이제는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게임을 즐기는 것도 낯설지 않은 시대다.

많은 것이 달라졌지만 베어너클4는 그 당시에 게임성을 최대한 현대로 가져오기 위해 노력한 게임이다. 그래픽과 사운드는 요즘 시대에 맞게 고화질, 고음질로 구현되기는 했지만 게임의 뼈대를 이루는 진행 방식이나 타격감, 조작방식 등은 거의 그대로 구성되어 있다.

게임의 틀은 시리즈 최대 흥행작인 베어너클2의 그것을 거의 그대로 따르고 있다. 대시 없이 걸어다니고 공격과 점프 버튼을 조합해서 적을 공략하는 초기 벨트스크롤 액션 게임의 시스템에 방향키를 두번 입력하며 공격 버튼을 눌러 좀 더 강력한 공격을 펼치거나 체력 일부를 소모하며 위기를 탈출하는 특수기를 각 캐릭터마다 사용할 수 있는 식이다.

시리즈 최신작임에도 전작을 극적으로 발전시키는 것보다는 최대한 전작의 느낌을 계승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적이 등장하는 빈도나 스테이지가 진행되는 흐름 등은 전작을 즐겼던 이라면 '비슷한 스테이지를 봤던 것 같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다만 적들의 공격 패턴에 최근 액션 게임이 택하고 있는 트랜드를 담아내어 구닥다리 액션게임이라는 느낌을 털어내려 노력했다. 문제는 이 시도 때문에 이용자가 플레이 중에 불합리하다는 느낌을 받는 경우가 생긴다는 점이다.

이용자는 과거 시스템으로 공격을 해야하는데 적들은 최신 트랜드의 공격을 펼친다. 가장 단적인 예는 후반 스테이지로 갈 수록 등장 빈도가 잦아지는 슈퍼아머 판정을 지닌 적의 존재다. 이들은 이용자의 공격에 피해는 입지만 넉백이나 경직이 없이 자신이 한번 시작한 공격은 그대로 밀고 들어오며 더 큰 피해를 입힌다.

슈퍼아머를 지닌 적이 달려드는 것은 언제부터인가 액션게임이라면 기본적으로 탑재하는 공격 패턴이다. 하지만 게임 내 시스템에 좌우 혹은 상하 대시 혹은 회피기를 포함하고 있는 게임들과는 달리 베어너클4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는 적의 공격을 회피할 이동 방법이 없다. 때릴 수도 없고 피하기도 어려운 상황에 몰리는 셈이다.

후반으로 가면 슈퍼아머 특성으로 내 공격을 무시하며 자기 할 일을 다 하는데다가 일정 거리 안으로는 접근도 허락하지 않으며 기껏 좁힌 거리를 다시 크게 벌리는 캐릭터가 무리를 지어 나오기도 한다. 심지어 보스 캐릭터도 아닌 일반 캐릭터의 행동이다. 이런 류의 캐릭터가 다른 액션게임에 등장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이용자의 동작 선택지가 크게 많지 않은 베어너클4에서는 유난히 불합리하게 여겨진다.

체력을 소모하는 특수기를 사용해 적의 동작을 끊을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체력이 소모된다는 점에서 이용자가 원하는 '피해 없는 회피'와는 거리가 있다.

관련기사

결국 적의 공격을 최대한 회피하고 적의 방어는 무력화하고 틈이 났을 때 최대한 공격을 퍼붓는 벨스크롤 게임의 원론적인 재미가 아니라 적의 패턴을 유발하고 이 패턴이 끝날 때 생기는 틈에 공격하고 다시 거리를 벌려 이리저리 움직이며 이 작업을 반복하는 3D 액션게임의 공략법으로 게임을 진행하게 된다.

베어너클4는 겉모습과 타격감 , 조작방식 등은 레트로지만 공략 방식은 최신 액션게임의 그것을 담아낸 게임이다. 이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요소이며 아마 'FHD 그래픽으로 즐기는 고전의 맛'을 기대한 이에게는 불호로 다가올 공산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