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의 펄어비스 근로환경 비판 놓고 반론도 왕성

"부실한 근거로 특정 기업 '마녀' 낙인 찍기 부작용 우려"

디지털경제입력 :2020/05/08 16:47    수정: 2020/05/10 08:58

류호정 정의당 비례대표 당선인(IT산업노동특별위원회 위원장)이 게임업체인 펄어비스의 근무 환경에 대한 비판 강도를 높여나가고 있는 가운데, 이 비판에 대해 근거가 부실하다는 반론이 나오고 있다.

류호정 당선인은 퇴사자 등의 제보와 짧은 근속 연수 등을 근거로 펄어비스를 블랙기업이라 표현한 바 있다. 또 최근에는 정의당 비상구(비정규노동상담창구)가 우울증 진료자 수가 늘었다며 펄어비스에 근로 환경 개선을 요구했다.

정의당 비상구는 지난달 29일 브리핑을 통해 펄어비스의 근무제 등 근로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며 이에 대한 근거로 정신질환 관련 우울증 진료 수를 공개했다.

내용을 보면 우울증 진료를 받은 펄어비스의 직원은 2017년 5명에서 2019년 16명으로 늘었다. 진료건수로 보면 약 5배 늘었다.

류호정 정의당 당선인은 브리핑 자료에서 "펄어비스가 제2의 넷마블, 에스티유니타스가 돼서는 안 된다"며 "노동인권보장 대책방안을 마련하고, 고용노동부는 강도 높은 근로감독을 통해 위법사항에 대해서는 엄격히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류호정 정의당 비례대표 당선인.(사진=뉴스1)

하지만 이 지적에 문제가 있다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일단 우울증 원인이 회사 때문인지, 아니면 가정 또는 금전 등 개인적인 이유 때문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 불거진다. 브리핑에서는 잦은 야근과 부당한 업무 지시 등이 우울증을 유발한다고 설명했을 뿐이다.

또한 이 기간에 직원 수가 242명(2017년)에서 714명(2019년)으로 약 3배 가량 늘어났다는 사실과 다른 기업의 평균 상황을 제대로 비교하지 않아 자료의 객관적인 타당성과 자료 제시의 목적이 의심된다는 의견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의당과 류 당선인이 일방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특정 기업에 대해 콕 집어 근로 환경을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며 "펄어비스=블랙기업=우울증이란 부정적 이미지를 덧씌우거나 길들이기를 위해 특정 자료를 활용한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류 당선인는 총선 전 비례대표 후보당시 기자회견에서 당일 권고사직, 제보자의 주장, 짧은 근속 연수, 높은 기간제 근로자 비율 등을 근거로 펄어비스를 블랙기업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역시도 일부 부적절한 자료를 제시해 비판 의도에 의구심을 받은 바 있다.

짧은 근속 연수 지적이 그 예다. 펄어비스의 근속 연수는 지난해 3분기 기준 1.7년이다. 같은 기간 타 게임사(엔씨소프트 5.3년, 넷마블 4.2년)와 비교해 짧은 것은 사실이다. 다만 기업별 설립 년도와 입사자 수가 다르다는 점에서 펄어비스 입장에서는 억울한 근거가 될 수 있다는 반대 논리도 제기되고 있다.

류 당선자가 후보 시절 펄어비스 권고 사직자에게 현직원의 복지 혜택 중 일부를 부여하라고 요구한 것 역시 과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펄어비스가 류 당선인의 요구가 있기 전에 거주비 50만 원 지원 등 복지 혜택 중단을 일정 기간 유예한다고 공지했지만, 류 당선인은 이미 공지된 사항임에도 사실 확인 없이 관련 요구를 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펄어비스의 복지는 국내 게임사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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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펄어비스는 권고사직 등 인사 시스템을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이미 밝힌 상태다. 그럼에도 정의당과 류 당선인이 설득력이 낮은 정보와 자료를 통해 펄어비스를 비판한 것은 개선 의지를 꺾고 임직원들의 사기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의당은 특정 기업을 상대로 집중적 비판보다 전체 산업의 근로 환경 개선에 적극 나서야할 때"라며 "후보 시절부터 여러 논란을 불러일으킨 류 당선인이 단기간 특정 기업의 근로 환경 개선을 이끌어내 정의당 내 영향력을 높이려한다는 오해를 받지 않으려면 신중해야한다. 억측 때문에 특정 기업의 마녀 낙인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것도 알아야한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