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해외 생산기지 인력 파견 '속도'

본사 및 협력사 직원 수백명 전세기로 급파

디지털경제입력 :2020/04/23 17:47    수정: 2020/04/23 17:48

국내 제조업체들이 해외 생산기지에 전세기를 띄워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각국 입국 제한이 이뤄진 데 따른 현지 제조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긴급 조치다.

LG는 23일 오전 주요 계열사인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과 협력사 직원 230여명을 아시아나항공 전세기편으로 파견했다. 지난달 30일 250여명을 1차 파견한 데 이은 조치다. 이들은 베트남 도착 후 현지 호텔에 2주일간 격리돼 있다가 사업장에 배치돼 업무를 수행한다.

LG전자 소속 직원들은 휴대폰, 생활가전, 자동차 부품 생산·개발 지원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는 현지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모듈 공정을 지원한다. LG이노텍은 이번 2차 때는 협력사 직원들을 중심으로 카메라 모듈 라인에 파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디스플레이와 협력사 직원 294명은 지난 17일 베트남 OLED 모듈 생산라인에 투입됐다. 회사는 지난달 두 차례에 걸쳐 350명 규모 직원을 투입한 바 있다. 베트남 정부 허용에 따라 이달 말까지 100개 안팎의 한국 중소·중견기업 직원 400여명도 현지에 투입될 예정이다.

현지 외신에 따르면 베트남 정부는 23일부터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주요 대도시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제하기로 결정했다. 6일 연속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은 데 따른 판단이다. 다만 모든 외국인 비자 발행 정지 등 해외 입국 제한 조치는 지속된다.

전날(22일)에는 삼성전자가 200여명의 반도체 전문인력을 중국 시안으로 급파했다. 중국 시안2공장에서 진행 중인 증설 작업을 지원하기 위함이다. 해당 엔지니어들도 마찬가지로 건강상태에 따라 최대 2주일간 격리 조치된 후 증설작업에 투입될 전망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현지에 도착하고 2주간 자가격리를 진행하더라도 입국이 가능한 것만으로도 다행스러운 상황"이라며 "각국의 코로나19 진정 시기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해외 파견을 타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각 제조사들은 2분기부터 코로나19 타격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1분기 삼성전자, LG전자 실적은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상승했지만, 2분기 전망은 코로나19 글로벌 확산 여파로 암울하다. 생산, 소비, 수요가 모두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기 때문이다.

2분기 제조체들의 체감경기는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까지 떨어졌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2천200여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2분기 제조업체 경기전망지수(BSI)’를 조사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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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조업체 C사는 “주요 수출국으로 향하는 항공편이 크게 줄어 운임이 급격하게 상승했고, 그마저도 공간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설상가상으로 중국 등 현지 공장으로 엔지니어를 파견해서 공장설비 세팅 및 유지보수 작업 등을 해야 하는데 입국제한 조치로 활동의 제약이 크다”고 말했다.

대한상의 우태희 상근부회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주력산업의 경쟁력 훼손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사태 장기화 등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 나가야 한다. 우리 나라 산업 생태계가 붕괴되지 않도록 정부의 지원이 불가피한 상황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