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생태계 '흔들'…협력사 단축근무·임금삭감 현실화

글로벌 전자·차 산업 직격탄…"생산 감축에 급여 삭감도"

디지털경제입력 :2020/04/14 17:24    수정: 2020/04/14 23:31

국내 모 대기업 부품 협력업체에 다니는 A씨는 요즘 고민이 많다. 그동안 '코로나19' 여파로 일감이 줄면서 비상경영체제에 구조조정이 있을 것이란 흉흉(?)한 소문이 가시화됐기 때문이다. 이달 초 회사 측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단축근무를 실시하고, 이 기간 동안엔 급여의 70% 가량을 지급한다고 공지했다. 전체 임금도 삭감된 터라 A씨는 개학도 못하고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을 위해 순환휴직을 적극 고려 중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내 주요 기업들의 글로벌 제조 생태계가 흔들리고 있다. 각국 정부의 이동제한 지침으로 공장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이 장기화되고 있으며 수요 감소 영향으로 생산 감축에 나서는 등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대기업들이 이처럼 생산 차질과 소비위축으로 2~3분기 세트 물량 출하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향후 3개월에서 6개월 앞서 주문을 내는 부품 물량도 미리 줄이면서 협력업체들의 어려움도 더욱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글로벌 확산이 이어지면서 국내 전자·자동차 기업의 해외 생산시설 가동중단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가동을 재개했다가 지역 상황 악화와 정부 지침에 따라 다시 중단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국내 업체들은 기존 출하 계획을 수정해 생산 감축에 나서고 있다. 수요에 맞춰 탄력적으로 대응해 재고를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수주 물량이 대폭 줄어든 일부 중소 부품 업체들 사이에서는 단축근무와 급여 삭감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스마트폰. (사진=씨넷)

삼성전자는 멕시코 티후아나 TV 공장을 이달 17일까지,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세탁기 공장과 폴란드 브롱키 가전 공장을 19일까지 가동중단한다. 러시아 칼루가 TV 공장도 현지 정부의 유급 휴무 기간 연장에 따라 가동을 잠정 중단했다. 인도 노이다 스마트폰 공장과 첸나이 가전 공장의 가동중단 기한은 14일까지였지만, 현지 추가 봉쇄령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LG전자도 대부분의 공장의 가동중단을 연장했다. 미국 디트로이트 자동차부품 공장은 14일까지 가동중단 예정이었지만, 내달 3일까지 폐쇄된다. 멕시코 레이노사 TV 공장도 중단기간이 17일까지, 멕시칼리 TV 공장은 24일까지, 미국 테네시 세탁기 공장은 14일까지 연장됐다. 인도 노이다 가전 공장은 14일까지 푸네 가전·TV 공장은 이달 30일까지 휴업에 들어갔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연간 단위의 큰 출하 목표치는 잡혀 있지만 단기적으로 시장 수요 기반 주문량에 맞춰 생산에 들어간다"며 "각국 소비가 줄어들고 정부 지침도 봐야 하기 때문에 당장 몇 달 뒤 상황도 가늠하기 어려운 만큼 꾸준히 수요 등을 점검하며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자동차 산업도 직격탄을 맞았다. 현대자동차는 터기공장 가동중단 기간을 오는 19일까지 연장했다. 미국 앨라배마 공장은 다음달 1일까지 한 달 이상 가동을 멈추게 됐고, 기아차 미국 조지아 공장도 오는 24일까지 휴업에 들어간다. 브라질 상파울루 공장과 기아차 멕시코 몬테레이 공장은 오는 24일까지 인도 첸나이 공장과 아난타푸르공장은 15일 가동 여부가 불투명하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현지 정부 권고에 따라 각 생산시설에 가동중단 등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재고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시장 수요에 맞춰 탄력적으로 생산 대응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조지아주 기아차 공장 생산 전경(사진=기아차)

■대기업 협력업체 수주물량 급감...단축근무, 임금 삭감 가시화

각 기업들의 수주가 줄어들면서 협력사들도 유동성 위기에 놓였다. 일례로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완성차 공장 셧다운으로 부품 업체들의 지난 3월 매출 감소는 20~3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4월부터는 매출 감소폭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또 전자기업 협력사들도 세트 제품 수요 급감에 따라 이달 들어 내부 변화가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모바일 부품 업체는 이달 초부터 단축근무에 돌입, 이에 맞춰 일부 삭감된 급여를 지급받게 될 예정이다.

C사 관계자는 "수주물량이 급감하면서 이달 초부터 유동성 위기로 내부 분위기가 심각했다"며 "이후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면서 단축근무와 급여 삭감이 이뤄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국내 업체들의 위기극복과 대응을 위해서는 기업 경쟁력 제고와 과감한 투자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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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에 따르면 자동차업계에서는 자동차 수요촉진을 위한 각종 인센티브(세제 등) 확대, 부품 수급차질 최소화 등을, 전자업계에서는 가전제품 등 판매 활성화를 위한 행사 등 정책사업 지속 추진 등에 대한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경총 측은 "코로나19 진정 시점까지 수출업체 중 공급망 차질과 수요절벽에 직면한 기업에게 세금 납부 유예 실시 필요성이 제기된다. 경쟁력 제고를 위한 대기업 사업용 설비투자 세제지원도 미미한 수준"이라며 "기업 규모와 업종에 관계없이 모든 기업을 정책자금 지원대상에 포함하고 지원 규모도 확대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