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암호통신 분야에서 일부 기업 중심의 기술 종속을 피하고, 비용 효율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국내 파트너사와 협력해서 양자암호통신 생태계를 확장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21일 서울 우면동 소재 KT연구개발센터에서 만난 김형수 융합기술원 기술전략담당 팀장은 이같이 말했다. KT가 양자암호통신 네트워크 기술 개발 및 표준화 작업에 집중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물리적으로 뚫을 수 없는 보안성을 자랑하는 ‘양자암호통신’은 기술 고도화에 따른 양자컴퓨터의 등장이 가까워지면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연구되고 있는 양자컴퓨터가 기존의 암호체계가 무너뜨릴 수 있다는 위기감에 따른 관심이다.
양자암호통신에 가장 먼저 관심을 보인 국내 사업자는 SK텔레콤이다. 10여 년 전부터 양자암호통신 관련 기술개발에 몰두한 SK텔레콤은 스위스의 양자 전문기업인 IDQ를 인수하며 글로벌 시장에 강자로 부상했다.
KT는 한발 늦게 양자암호통신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불과 3년여 만에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현재 ITU-T에서 표준으로 제정했거나 혹은 연구·평가하고 있는 양자암호통신 네트워크 관련 기술 14개 중 KT가 주도하는 표준은 6개에 이른다. 이는 전체 40%에 달하는 비중이다.
이런 성과의 배경으로 KT는 ‘발상의 전환’을 꼽았다. 모두가 양자암호통신 관련 원천 기술 개발에 몰두할 때 KT는 ‘어떻게 시장을 넓힐지’에 대해 고민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KT는 양자암호통신을 네트워크에 적용하기 위한 기술의 표준화를 이끄는 ‘ITU-T 스터디그룹(SG) 13’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 KT가 주도한 ‘개방형 계층구조(ITU-T Y. 3800)’ 기술은 지난해 국제 표준으로 승인받았고, 최근에는 ‘양자암호통신 네트워크 기술 요구 사항’ 기술로 국제 표준 예비승인을 받았다.
양자암호통신 기술 분야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 내는 KT의 융합기술원 소속 김형수 기술전략담당(이하 김)과 신정환 책임연구원(이하 신), 인프라연구소 정제민 팀장(이하 정), 이경운 박사(이하 이)와 얘기를 나눴다.
Q. ‘양자암호통신’이 왜 중요한가?
신 “기존 암호체계는 RSA 알고리즘을 활용한 방법이다. 수학적으로 풀기 어려운 방정식 사용해서 암호키를 만들어 공유하고 데이터를 인코딩하는 과정을 거쳐 정보가 보호됐다. 그러나 최근 양자컴퓨터가 개발되면서 RSA 알고리즘이 순식간에 깨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때문에 물리적으로 풀 수 없는 양자암호통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통신회사인 KT는 양자컴퓨터에 방어하기 위한 대책으로 양자암호통신 기술에 집중하게 됐다”
Q KT가 주도해 획득한 양자암호통신 표준의 특징은?
김 “KT가 주도해 획득한 국제 표준은 양자암호통신에 ‘개방형 계층구조’를 도입하는 기술이다. 양자암호통신을 네트워크 구조로 가져가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양자 암호키 분배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기존 양자암호통신 장비 개발사의 기술은 가장 아래 계층에 두고 그 위에 ICT 영역을 새롭게 만들어 서비스하는 방식이다. ICT 영역에서는 우리만의 기술로 양자암호통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고, 이는 국내 중소 장비업체에도 새로운 시장을 열어줄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Q 개방형 계층구조 기술 표준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점은 무엇인가?
김 “기존의 양자암호통신 표준에 따르면 통신 회선별로 양자암호통신 전용 서버 등 시스템을 구축해야 했다. 문제는 이 시스템이 회선당 3억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KT가 10만 회선을 보유하고 있다고 가정한다면, 전체 네트워크의 보안을 양자암호통신으로 강화하기 위해 30조원이 필요하다는 의미가 된다. 이는 사실상 소비자에게 다가가기 어려운 구조인데, 개방형 계층구조 기술이 도입되면 1개의 장비를 도입하고 나머지는 네트워크에 구성할 수 있게 되므로 투자 비용이 대폭 줄어들게 된다. 또한 다양한 장비사의 제품을 사용하더라도 상위 계층인 네트워크에서 다루면 되기 때문에 호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Q KT가 개방형 계층구조 표준화에 나선 이유는 무엇인가?
김 “중요한 것은 생태계 확대다. 우리가 연구한 기술을 국내 중소기업에 이전해서 장비 많이 만들어진다고 하면 산업에서 가능성이 많아진다. 파트너로서 공생하는 형태로 진행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도 양자암호통신 관련 기술 이전을 원하는 중소장비업체의 요청이 있으면 모든 기술을 오픈하고 있다.”
Q 국내 양자암호 시장 활성화는 언제쯤으로 예상하는가?
김 “국내 양자암호통신 활성화는 검증 절차에 달려있다. 우선 양자암호통신은 공공분야에 우선 적용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공공 인프라에 도입하기 위해서는 검증 절차가 완료돼야 한다. 양자암호통신이 보안성을 갖추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검증은 ISO-IC에서 표준이 제정된 이후, 국내용으로 보완해서 완성된다. 이 절차에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는 규제 샌드박스 등을 통해 인증 없이 도입하는 방안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구체적인 결과는 아직이다.”
Q 양자암호통신에 뒤늦게 뛰어든 KT가 비교적 빠르게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인가?
신 “관점의 차이인 것 같다. 과거에는 원천 기술에만 신경을 썼는데, KT는 양자암호통신 기술이 완성된다고 전제한 뒤 사업자 입장에서 접근했다. 양자암호통신 기술을 확장하고 공유해서 생태계 만들자는 취지로 오픈 인터페이스를 떠올렸고 표준화를 빠르게 추진했다. 이를 위해 KT는 각 연구소에서 양자정보통신에 대해 연구하던 인력을 적극적으로 모셨고, 단시간 내 기술을 축적할 수 있었던 것 같다.”
Q 앞으로 준비 중인 국제 표준은 무엇인가?
김 “양자암호통신 네트워크 제어 및 관리 기술과 양자암호통신 네트워크 품질 평가 관리 기술 등에 대한 예비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총 4건의 기술이 예비승인을 앞두고 있고 이르면 오는 7월 승인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나머지 기술에 대한 예비 승인은 내년 봄 이후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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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양자암호통신과 관련해 KT의 목표는 무엇인가?
김 “기본적으로 우리의 인프라는 우리 손으로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방형 계층구조를 도입해서 한국이 기술 종속을 피하고 시장선점 기회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양자암호통신 네트워크라는 기술 표준화 방향은 KT가 주도해 활성화한 분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