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 사설인증 '패스' 약진에 공인인증업계 긴장

출시 1년만에 패스 인증 발급 건수 1300만건 돌파

컴퓨팅입력 :2020/04/21 09:29    수정: 2020/04/21 15:16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의 본인확인 앱 '패스'가 사설인증서 시장 진출 1년 만에 1천300만건 이상의 인증서를 발급하며 급성장했다.

기존 공인인증기관의 볼멘소리도 나온다. 패스가 거의 전 국민을 대상으로 본인확인과 전자서명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기 때문에 공정하게 경쟁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반면 패스가 사설인증서로서 사업 확장에 한계를 나타냈다는 주장도 있다. 더 나아가 공인인증서 지위를 폐지하는 전자서명법 개정안 통과로 시장 경쟁을 더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제휴처는 세 곳인데…패스 인증서, 1년만에 발급 건수 1300만건

패스 인증서는 현재 동양생명보험과 미래에셋대우, KT 등을 제휴처로 뒀다. 21일 아톤에 따르면, 패스 인증서 누적 발급 건수는 현재 1천300만건을 기록했다. 순 발급자 수로는 1천만건을 넘겼다. 지난 1월 아톤은 패스 인증서 연내 발급 건수가 1천800만건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작년 4월25일 이통 3사는 본인인증 앱 '패스' 기반의 사설 인증서 서비스 '패스 인증서'를 출시했다. 본인확인기관인 이통사가 이동통신 서비스 가입자의 신분을 검증함에 따라 인증 절차를 전화번호 입력과 핀·생체인증으로 간소화했다. 인증서 유효 기간도 3년으로 매년 갱신해야 하는 공인인증서보다 편리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모바일 보안 기업 아톤은 전자서명 서비스 '패스'가 출시 9개월여만인 지난 1월 발급 건수 1천만건을 돌파했다고 4일 밝혔다.

아톤 관계자는 "비대면으로 보험을 가입해야 하는 등의 상황에서 계약서 서명이 여러번 이뤄져야 하고, 이를 위해 일일히 공인인증서를 복사해 서명하는 등의 불편이 있었다"며 "패스 인증서 기반의 간편인증으로 전자서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향후 패스 인증서 사업 계획에 대해 이 관계자는 "공공 민원과 정부 서비스 등에 간편인증 서비스 제휴를 맺을 계획"이라며 "다음달부터는 보험사를 제휴처로 추가 확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본인확인·인증서 서비스가 탑재된 패스 앱의 편의성도 키울 계획이다. 오는 27일 패스 앱 내에 중고차 시세 확인과 매물 정보 조회 등이 가능한 '패스 자동차' 서비스를 출시한다.

■"이통사, 인증서 시장 지배할 수도"vs"'공인'인증서 폐지가 먼저"

인증업계는 패스 인증서의 빠른 이용 확산을 예견된 결과로 본다. 이통사의 본인확인 기능이 시장 경쟁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게 한다는 것이다.

인증업계 관계자는 "패스는 통신 3사의 독점 본인확인 수단인 SMS로 전자서명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거의 전 국민의 정보를 보유한 이통사인데, 다른 인증업체들이 동일 선상에서 경쟁할 수가 없다"고 우려했다.

반면 패스 인증서 제휴처가 세 곳에 그치고 있고, 공공 영역으로는 사업을 확장하지 못하는 등 시장지배력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인증업계 관계자는 "패스 인증서는 출시 1년이 지났고, 발급자 수가 1천만명이 넘었음에도 괄목할 만한 제휴처 확대와 활성화가 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전자서명법이 아직 국회 계류 중인 관계로, 정부부처와 공공기관 등이 패스 인증서 등 사설인증서 도입에 소극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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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류 중인 전자서명법 개정안은 전자서명 기술 경쟁 활성화와 국민의 기술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전자서명법 상의 공인인증서와 공인전자서명 개념을 삭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2018년 9월 국회에 제출돼 지난달 소관 상임위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남겨뒀다.

그러나 총선이 종료되고 20대 국회 한 달 여가 남은 현 시점에서 법안이 소멸되지 않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