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라는 회사가 단순히 뛰어난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가치에도 집중하고 있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어요.”
14일 만난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의 황수현 프로와 손성도 프로, 윤대희 프로는 삼성 라이프스타일 TV ‘더 프레임’과 ‘더 세리프’, ‘더 세로’ 포장재에 업사이클링 개념을 도입한 ‘에코 패키지’를 개발한 소회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TV를 안전하게 이동시켜주는 포장 박스는 보통 폐기물이 된다. 삼성전자는 4월부터 전 세계에 출고되는 라이프스타일 TV를 대상으로 박스 각 면에 도트 디자인을 적용하고 소비자가 원하는 모양으로 손쉽게 잘라내 조립할 수 있도록 포장재 디자인을 전면 변경했다.
■ 밀레니얼 세대 셋이 모이다
“셋이 그만 좀 친했으면 좋겠어요.” 손성도 프로는 서른다섯, 황수현 프로가 서른넷, 윤대희 프로는 서른 살이다. 모두 밀레니얼 세대다. 이 셋은 삼성전자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인 크리에이티브랩(C랩)을 통해 이번 에코패키지 프로젝트를 성공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대학생 때부터 지속가능성 이슈에 관심이 있었지만, 회사 안에서 이를 현실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C랩을 통해 TV 골판지 상자에 대한 작은 아이디어를 제품 양산으로까지 성장시킬 수 있었다.
에코패키지 프로젝트는 지난해 1월 시작됐지만, 5월까지 계속 제품 구상 단계에 머물렀다. 이후 방향이 하나로 모였고 속도가 나기 시작했다. CES 2020에서 소비자에게 주는 가치를 인정받아 ‘CES 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황 프로는 “저희가 생각하는 미래의 소비자층은 밀레니얼 세대나 Z세대로 환경문제에 대한 경각심이 높은 편이고 가치관이 뚜렷하다”며 “삼성전자도 환경 등 지속가능성 활동을 진행하고 있기에 그 일환으로 아이디어를 냈다”고 말했다.
■ 삼성다우며 삼성답지 않은
“어떻게 하면 기존의 것을 살리면서 우리의 아이디어를 녹일 수 있을까?” 제품 디자이너인 윤대희 프로는 제품의 정체성을 담고 있으며 제품을 잘 보호해야 하는 기존의 삼성 TV 패키지의 역할을 해치지 않게 하려고 고민을 거듭했다.
윤 프로는 “라이프스타일 TV 소비자는 자신의 공간을 자신의 취향에 맞게 꾸미고자 하는 니즈가 크다”며 “여기에 더해 어떤 활용을 가진 가구인지, 소비자가 쉽게 만들 수 있는지, 내구성은 있는지, 형태적으로 아름다운지를 조율하는 게 어려웠다”고 밝혔다.
이런 이유로 에코패키지는 소비자들이 쉽게 따라 할 수 있고 간단한 아이템에서부터 예쁘지만 만들기 어려운 난이도 제품까지 다양한 난이도의 매뉴얼을 제공한다. 또 도면을 박스에 그려주는 방식은 창작의 한계가 발생한다는 이유에서 도트 패턴을 적용했다.
황 프로는 “제작 과정에서 추가적인 재료를 쓴다든지 공정이 추가된다든지 소비자에게 비용 부담이 생긴다든지 하는 것들 없이 패키지를 만들려고 했다”며 “더불어 탄소 발자국도 증가시키지 않는 방식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손 프로는 “환경 이슈로 종이 매뉴얼을 제공하는 대신 웹으로 도면을 보여주기로 했다”며 “포장 박스 상단에 인쇄된 QR코드를 통해 웹사이트로 접근해 제품 매뉴얼을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앱 다운로드도 귀찮은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 고양이 다섯 마리 의견 반영한 고양이집
에코패키지는 ‘고양이집’을 만들 수 있어 ‘집사’들에게 입소문을 타기도 했다. 고양이를 무척 좋아한다는 손성도 프로는 고양이가 골판지 종이 가구를 좋아하고 박스에 들어가 있는 걸 즐겨한다는 특성에 착안해 고양이 소품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고양이집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고양이를 키우는 지인들에게 테스트를 부탁했는데 고양이가 고양이집에 별 관심이 없더란다. 집이 너무 컸던 것이다. “고양이들이 좁고 긴 캣터널같은 형태를 좋아하더라고요.” 고양이 다섯 마리 사용성 테스트 후에 지금의 모양새를 갖췄다.
고양이 의견뿐 아니라 회사 밖 아이디어도 듣는다. 삼성전자는 라이프스타일 TV ‘에코 패키지 디자인 공모전’을 기획했다. 이 공모전은 이달 6일부터 다음 달 29일까지 진행되며, 전 세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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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현 프로는 “공모전은 많은 사람이 환경 보호에 쉽게 동참할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이라면서 “더욱 만들기 쉬우면서 나도 해보고 싶다라는 그런 공모전 결과물이 있다면 다른 사람들을 더욱 북돋우게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들 셋은 에코패키지 후속 작업을 진행 중이다. 아직 구체적인 안은 나오지 않았지만 전체적인 아이디어 결은 같다. 이번 에코패키지와 마찬가지로 무심코 지나갈 수 있는 작은 것에서 가치를 발견하고 이를 좀 더 나은 소비자 경험으로 개선해주는 게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