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젊어지고 있다. 가전·TV의 핵심 잠재 고객으로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하면서 체질 개선에 나섰다.
1980년대 이후에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는 개인 가치관, 취향 그리고 라이프스타일에 따른 소비를 하며 시장에 새로운 소비 주체로 떠오르고 있다.
■ 삼성 TV 포장재로 고양이집 만든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해 상품을 구매하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6일 삼성전자는 라이프스타일 TV ‘더 프레임’과 ‘더 세리프’, ‘더 세로’ 포장재에 업사이클링 개념을 도입한 ‘에코 패키지’를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4월부터 골판지로 구성된 라이프스타일 TV 포장 박스의 각 면에 도트 디자인을 적용하고 소비자가 원하는 모양으로 손쉽게 잘라내 반려동물용 물품, 소형 가구 등 다양한 형태의 물건을 조립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포장재 디자인을 전면 변경했다.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천강욱 부사장은 “밀레니얼과 Z세대는 각 브랜드가 얼마나 자신들의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에 부합하느냐에 따라 구매를 결정하는 경향이 있다”며 “삼성 TV의 새로운 에코 패키지는 환경 보호를 중시하는 젊은 세대들이 자신의 가치관을 표현할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가전을 나답게”…프로젝트 프리즘
삼성전자는 밀레니얼 세대를 개성과 취향이라는 키워드로 바라본다. 삼성전자 생활가전 기조는 ‘프로젝트 프리즘’에 기반한다. 프로젝트프리즘에는 나다운’ 가전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삼성전자 생활가전의 새로운 사업 전략이 담겼다.
프로젝트 프리즘의 첫 번째 제품이 바로 ‘비스포크(bespoke·개인맞춤형)’ 냉장고다. 이 제품은 소비자들의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원하는 제품 타입과 패널을 선택할 수 있는 모듈형 냉장고다. 출시 4개월 여만에 삼성 국내 냉장고 매출의 65%를 차지할 만큼 인기다.
미국 유명 건축 디자인 매체인 AD는 ‘삼성의 밀레니얼을 위한 냉장고가 현재 디자인 시장에 갖는 의미’라는 기사를 통해 비스포크 냉장고는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트렌드에도 부합하는 제품인 점을 부각한 바 있다.
개성과 취향에 대한 삼성의 태도는 최근 건조기 광고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건조기와 같은 생활가전의 경우 주로 4인 가족으로 구성된 모델이 등장한다. 하지만 삼성 그랑데 AI 광고는 1인 가구로 추정되는 개성 강한 모델이 주인공이다.
■ 젊은 목소리에 귀 활짝 열어
삼성전자에는 밀레니얼 세대들이 추구할 만한 가치를 연구하는 밀레니얼 세대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조직도 따로 있다. 바로 VD 사업부에서 운영하고 있는 ‘밀레니얼 커미티(위원회)’다. 이 조직은 제품과 서비스, 나아가 시장성 여부도 함께 밀레니얼 세대 눈높이로 고민한다.
특히, 세로형 TV ‘더 세로’는 밀레니얼 커미티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돼 탄생했다. 더 세로는 모바일로 콘텐츠를 즐기는데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한 제품으로 대부분의 모바일 콘텐츠들이 세로 형태라는 점에 착안했다는 설명이다.
회사 밖 젊은 목소리도 듣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더 많은 소비자들의 다양한 취향을 담아보자는 취지에서 '#BESPOKE랑데뷰' 공모전을 기획했다. 본선 출품작 70점에 대한 공개투표 결과 3만여명이 참가할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
최근엔 영국 라이프스타일 전문 매체 '디진'과 협업해 라이프스타일 TV ‘에코 패키지 디자인 공모전’을 기획했다. 이 공모전은 이달 6일부터 다음 달 29일까지 진행되며, 전 세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 왜 밀레니얼에 주목할까
삼성전자는 구매력 있는 소비자층이 밀레니얼 세대로 바뀌어 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사회적으로 소득과 소비 둘 다 전성기를 향해가는 젊은 세대이기 때문이다. ‘머릿수’도 많다. 국내 전체 인구수 대비 밀레니얼 소비자 비중은 약 22.2%다.
밀레니얼 세대는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에서도 이미 큰손으로 부상했다. 지난해 삼성전자에 따르면 CE 부문에서의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의존도는 72%다. 삼성 TV 구매자 가운데 밀레니얼 세대가 차지하는 비중도 69%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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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밀레니얼 마케팅 전략은 삼성전자의 브랜드 이미지 개선에도 도움을 준다. 삼성전자는 좀 더 젊은 이미지로 소비자에게 다가갈 수 있게 된다. 밀레니얼 세대 이미지와의 결합을 통해 신선한 브랜드라는 인식과 태도를 형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밀레니얼 세대에 주목하는 이유는 강력한 소비 주체로 밀레니얼 세대가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 있다"며 "밀레니얼 세대는 단순히 기능이나 제품 자체보다는 소비를 통한 경험을 중시하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