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넷플릭스의 이상한 협상전략

소비자 이야기가 와닿지 않는 이유

기자수첩입력 :2020/04/16 17:53    수정: 2020/04/16 20:39

“소송을 제기했지만 SK브로드밴드와 소비자를 위한 공동의 노력을 지속하겠다.”

넷플릭스 한국법인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하면서 밝힌 입장이다. 콘텐츠 사업자인 넷플릭스가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 SK브로드밴드와 망 운용과 이용에 대한 대가 지급의무 등 법적 다툼에 나서면서 소비자의 이익을 거론한 것이다.

넷플릭스가 그간 여러 국가에서 펼쳐온 협상전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보이지만 굳이 소비자 이야기를 꺼내든 점에 의문이 든다.

그 동안 넷플릭스는 국내 규제 당국인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사업자 간 분쟁을 중재하는 재정 절차 진행을 착실히 밟아왔다. 그러다가 갑작스럽게 민사 소송으로 방향을 틀었다. 국내 실정법에 따라 정부와 중재 논의를 해왔으나 돌연 법원으로 달려가면서 이용자 보호 정책 소관 부처 뜻을 따르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관련법에 따라 재정 절차 중 소를 제기하면 이용자 보호를 우선으로 삼는 정부의 정책 집행은 즉시 끝나게 된다. 즉 방통위의 중재를 기다리다가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 법정 공방으로 마음을 바꿨다는 것이다. "소비자 또는 이용자를 위한 노력을 하겠다"는 넷플릭스의 입장 표명이 선뜻 공감되지 않는 건 이런 배경 때문이다.

국내 인터넷 서비스 이용자가 납부하는 요금을 두고 넷플릭스는 소비자 이야기를 또 꺼내 놓는다. 넷플릭스 서비스 이용자들이 매달 통신사에 통신료를 납부하고 있는데 넷플릭스 법인이 망 이용료를 낼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이 부분 역시 선뜻 납득하기 힘들다. 우선 넷플릭스는 국내 서비스 개시에 앞서 SK브로드밴드를 비롯한 국내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와 캐시서버 설치 등의 망 이용대가 협상을 진행해왔다. 스스로 망 이용료를 낼 수 없다면서도 뒤에선 협상을 해왔다는 것이다.

아울러 자국 시장인 미국은 물론 해외 시장에서도 망 이용대가 지급 계약을 맺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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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정액 기반 OTT 서비스 가운데 글로벌 1등으로 성장한 넷플릭스는 자사 서비스가 인터넷 망에 일으키는 트래픽의 부담을 잘 알고 있는 회사다. 넷플릭스가 컴캐스트는 물론 프랑스의 오렌지와도 망 이용대가를 지급하며 자사 서비스 품질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다.

그래서 소비자의 이중과금을 논하는 넷플릭스를 이해하기 어렵다. 차라리 솔직하게 글로벌 시장에서도 꾸준히 써먹어 온 망 이용대가 협상전략의 일환이라고 하는 것이 소비자가 더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